[인터뷰]| ‘문화 대국’을 위해 한자 혼용의 필요성을 외치는 전통문화연구회 이 계 황 회장


한자 혼용, 사상·문화적 폭과 범위 확장하게 해
국어 어휘 70% 한자어… 세종대왕도 혼용사용 강조


한국인들의 원활하고 ‘풍성한’ 언어생활에 있어서 한자 사용은 필수인가, 선택인가.

국어기본법의 폐해에 대해, 이미 지난해 7월에 전통문화연구회(회장 이계황)는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회장 진태하), 한국어문회(이사장 김훈), 한자교육국민운동연합(공동대표 정우상) 등 4개 단체가 연합해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를 결성하여 2005년 제정된 국어기본법의 위헌 요소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한글학회, 한글운동단체 등 ‘한글전용주의’ 관련 단체들은 본 헌법소원이 시대의 흐름과 어긋난 것이라며 반발하는 등 최근까지 합의점에 이르지 못한 상태이다.

최근에는 지난 5월 10일 ‘어문정책정상화 국민대회’를 열어 “한글전용의 폐단에서 벗어나 올바른 문자 교육을 통해서 ‘문화독해력’을 신장하자”는 취지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본 성명서에서는 세부적으로 △뇌과학을 통해 살펴본 한자의 인지기억력 촉진 효과 △국어기본법에 대한 헌법소원의 타당성 △표음문자인 한글을 보완하는 표의문자 한자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사단법인 전통문화연구회 이계황 회장(은평감리교회 장로)은 2005년 제정된 ‘국어기본법’의 ‘한글전용주의’가 위헌성 소지가 있음을 지적하고, 국가의 ‘선진문화 대국’으로의 발전과 한중일 삼국의 정립(鼎立)을 위해 국민들의 언어생활에서 한글과 한자의 혼용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계황 회장으로부터 국어의 한자 혼용의 필요성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한글전용주의 입장에서는 ‘한글만이 순수 우리 국어’라는 일종의 애국주의 관점에서 한글 사용이 필수적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한자 사용을 문화·학문 사대주의로 간주하는 시각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한자 사용을 애국주의적 관점에서 배타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옳지 않은 자세이다. 국어에서 한자 혼용 문제는 국가의 유지·발전을 위해 문화적 측면에서 언어를 차용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바람직하다. 우선 ‘한글만이 순수 우리 국어’라는 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한자의 사용이 국가에 실질적으로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언어의 한계는 곧 자기 세계의 한계이다. 국어에서 한자의 변용 및 혼용 사용을 단순히 애국주의적 관점에 서서 비판할 것이 아니라, 사상적·문화적 차원에서 그 폭과 범위를 확장시키는 ‘새의 양 날개’, ‘수레의 두 바퀴’를 이루는 필수적인 한 축으로 간주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국어’라고 했을 때 실질적으로 우리나라 어휘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가 궁금하다. 순수 한글만 국어로 인정하여 사용한다고 했을 때 국민들의 언어생활에 실질적으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

-우리가 ‘국어’라고 사용하고 있는 언어의 어휘 중 70%가 한자어이며, 외래어가 20%이다. ‘순수 한글’은 약 10%에 불과하다. 학술 용어를 사용하는 분야와 같은 경우에는 95%이상이 한자에서 유래했다. 한글만의 사용은 학술·법률 등 전문적인 어휘를 주로 사용하는 분야에서 가장 큰 ‘언어적 빈곤함’을 야기한다.


△훈민정음이 창제된 이유를 살펴보는 일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글 사용이 분명한 이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당시 국민들의 언어생활에서 한자만 사용하는 것보다 한글을 사용하는 것이 언어생활의 편의성·경제성에 있어서 유용하다든가 하는 장점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한자는 우리 문자 생활에서 2300여 년 된 글이고, 우리의 순수한 글이 없었던 때 동북아 공통어로 쓰였던 말이었다. 훈민정음의 창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쓰는 말과 음성적으로 동일한 표음문자를 사용하는 것이 대중의 언어생활에 편리하기 때문에 도입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세종대왕도 2천 년 이상 사용해 온 표의문자인 한자의 변용 및 혼용 사용할 것을 강조하시지 않았나.

훈민정음이 만들어진 이후에도 나라에서 발표하는 글들은 한자를 섞어서 사용했다는 점에서 한자 사용의 절대적인 필요성을 엿볼 수 있다. 표의문자인 한자와 표음문자인 한글은 서로 보완적으로 작용해왔다. 둘 다 엄연히 국어로서의 양 축을 담당해왔던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에 와서 한글전용주의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현상은 어디서 기인한 것인가. 역사적으로 한자의 국어로서의 위치가 시대에 따라 변모해왔을 것으로 생각된다.

-말씀드렸다시피 2300여 년 전부터 근대 초까지 한자는 국민 언어생활의 중요한 한 축으로 존속해왔다. 이러한 구도에 큰 변화가 찾아온 때가 서구의 ‘서세동점’(西勢東漸)으로 표현되는 근대화 시기이다. 그들은 조선을 근대화하기 위해 가장 필수적으로 ‘손을 봐야 할 것’이 한자 문화권이었다고 봤다. 즉 아시아의 활동적이지 못한 정체성이 표의문자인 한자 사용에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근대화를 거치면서 점차적으로 한글 위주로 언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기독교도 근대화 때 한글 사용의 파급에 크게 일조 했다. 당시 서구 선교사들의 주 전도 대상은 서민들이었다. 그래서 성경 번역도 한글로 했다. 많은 사람들이 기독교로 개종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한글로 된 글을 독해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러한 분위기는 일제시대 조선어학회의 한글 사용 운동과 해방 후 1948년도에 한글전용법 제정이 국회에서 받아들여지는 등 점차적으로 한글전용주의가 확대되는 추세로 이어졌다. 이 때 법률에 명시된 것이 ‘공용문서는 한글로 기재하되, 단 필요한 경우에는 한자를 쓸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것이 한글전용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적 근거가 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가 최근 2005년에는 국어기본법이라는 한글전용 추세로 이어지게 됐다. 그런데 이 국어기본법이라는 것이 국민의 언어생활에 많은 폐해를 끼치고 있다.


△근대화에 접어들면서 한글 사용이 굉장한 파급력과 함께 대중 일반에 확산된 역사를 잘 말씀해 주셨다. 지금까지 일반적인 국가 공문서나 법률·학술적인 분야에서는 한자와 한글 사용이 그대로 이어오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언급하신 바에 의하면 최근 제정된 국어기본법은 이러한 일반적인 한자·한글 혼용 사용 관습에 더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어기본법의 가장 큰 폐해는 무엇인가.

-국어기본법은 헌법 제 9조의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는 내용에 위배된다. 국어기본법 제 3조의 1호와 2호를 살펴보면 각각 ‘국어란 대한민국의 공용어로서 한국어를 말한다’, ‘한글이란 국어를 표기하는 우리의 고유문자를 말한다’라고 명시함으로써 국어의 범위를 한글로 제한하고 있다. 또 15조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국어문화의 확산을 위해 언론매체 등을 활용한 적극적인 홍보와 교육을 시행할 것을 명시했다.

문화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국어기본법은 국민들의 빈곤한 언어생활을 야기했다고 볼 수 있다. 국민교육의 다양성과 올바른 문화관 형성을 가로막는 국어기본법은 국민들의 교육권을 침해하고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헌법 자체도 한자를 혼용해서 기록했고, 2300여 년 동안 백성들이 사용한 이 언어를 국어에서 배제시킨다는 것은 관습헌법의 차원에서도 어긋나는 것이지 않나.



△국어기본법이 ‘한글만이 순수 우리 국어’라는 관점에서 국어의 어휘력 및 문화적 포용력을 약화시키고 국민들이 한자를 교육받을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해 주셨다. 언어생활은 단순한 커뮤니케이션을 넘어서 인간의 사고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새로운 문화 창출과 발전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다. 일례로 라틴어 문화권의 각 나라들은 자신들의 어휘의 기원을 소급해보면 ‘라틴어’라는 어원적 뿌리를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심도 있고 사상적인 개념들을 파악하는 데 라틴어에 대한 이해는 더욱 필수적인 일일 수밖에 없다. 동북아 지역에서의 한자 사용의 의미도 그 만큼의 무게를 지닌 것 같다.   

-동북아 삼국도 한자어에 그 기반을 둔 문화권이기 때문에 한자를 배제한 채 교육과 사상적 고양을 논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동북아 지역은 문화적으로 한 동네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가운데서 한자를 사용한다는 것은 일종의 생존권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한자를 국어에서 포기해 버리면 한자 문화권을 같이 포기해 버린다는 얘기가 된다.

향후 동북아 삼국의 밀접한 문화^사회^경제 교류를 통해 선진문화 대국을 향해 나아가야 할 텐데, 한자를 사용하지 않으면 이 한자 문화권의 문화들을 적절하게 수용할 수 없다. 일본만 해도 조어를 활용해 타 문화권의 사상적·학문적 용어들을 받아들인 것에 반해 순수 한글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못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자를 국어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자 혼용은 기독교 내에서도 진지하게 다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교계에 제안하고 싶은 것은?

-근대화 때 기독교는 한글문맹퇴치운동에 앞장섰던 전례가 있었고 그래서 한글 보급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에는 대중 일반에 문맹률을 감소시킨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한자 사용이 억제되는 분위기로 사회가 변해가는 까닭에 정반대의 접근이 요청되고 있다.

기독교가 이제는 한자 사용을 적극 권면하면서 ‘반문맹퇴치운동’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한자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문화 독해력을 절대적으로 감소시키는 행위이다. 교계가 나서서 국가의 문화 대국으로의 성장을 위해서 한자 혼용 사용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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