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스토리우스 기독교 중국 景敎 (7)

“야베스와 삼마이 형제는 오늘 여행이 어땠나요?”

암몬이 야베스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종일 좋았습니다. 만나는 사람들이나 가정방문을 하면서도 우리는 주저하지 않았어요”.

“아, 그렇죠. 야베스와 삼마이 형제는 서역 출신들이죠? 서역 어디더라…”

“맞아요. 쿠차. 그러나 우리 둘은 쿠차에 살때는 서로를 모르고 지냈지요.”

“그럼, 언제 서로 만났지요?”

   
초기 네스토리안(경교도)들의 활동 및 주거지(투루판, 천불동 골짜기).

“쿠차에는 떠돌이들이 참 많아요. 유랑인이라고 할까. 더 좋게 말하면 구도자들이라고 하면 좋겠죠. 나라에서 장려합니다. 먹고 사는것도 좋으나 인생을 왜 살아야 하는가? 인생살이란 무엇인가? 등등 이런 식으로 사회 분위기가 돌아가니 저같은 사람도 솔깃한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그러나 그렇다고 무작정일 수는 없어서 고승 구마라습 도장으로 찾아갔다가 거기서 샴마이 형제를 만났죠. 유승 선생이 가까이 오내요. 이따가 이야기하죠 뭐.”

“네, 그럽시다.”

“유승 선생 오십니까? 오늘 잘 지내셨나요?”

암몬 일행의 인사에 기분좋게 고개를 끄덕이는 유승은 혼자였다.

“아니, 일행은 어디들 있나요? 유승과 함께 떠난 사샤와 일행들은 어디 두고 혼자 오셨습니까?”

“네, 우리는 역시 처음 계획대로 며칠 더 지내다가 돌아올 계획입니다. 여러분은 물론이고 주교님이 걱정하실 것 같아서 말씀드리러 왔습니다. 여러분은 먼저 돌아가서 말을 좀 잘해주세요.”

“글쎄…, 그래도 될까요?”

암몬은 본부에 돌아와서도 유승이 조직의 질서를 위반한 일을 계속 생각했다. 저녁시간, 유승의 돌출행동에 대한 알로펜 주교의 반응은 없었다. 자유로운 시간이었으나 암몬 일행의 탁발수행의 하루에 대해서 궁금해 했다.

사람들이 에루하의 머리통 상처에 대해서 걱정을 하고 있었다. 자초지종을 듣고 싶어하는 이들도 있었다. 암몬이 말을 꺼내려 하자, 에루하가 암몬을 제지하면서 자기가 말하겠다고 일어섰다.

“여러분, 저는 암몬 님과 일행 모두 다섯이 일일 전도여행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모두가 내 머리의 상처를 보면서 위로해 주고 걱정을 하시는데, 제 머리의 상처는 몇일 지나면 나을 것입니다. 지금 이 시간 많이 아프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아마, 모르실 놀라운 경험을 저는 했습니다. 저의 말을 들으시면 여러분들은 크게 감동하실 겁니다.”

일단 여기까지 말을 잇던 에루하가 암몬 앞으로 가서 고개숙여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암몬은 에루하의 행동에 놀라고 있었다. 조용하던 성품인줄 알았는데 지금 에루하는 당돌하고 기쁨에 찬 표정이었다. 자기 기쁨을 혼자서만 가지기에는 아깝다는듯이. 그리고, 그는 암몬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나 마지못해 일어선 암몬은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 앉아버렸다. 에루하가 말을 이었다.

“여러분, 저는 오늘 하루 경험을 통해서 너무 많고 또 중요한 배움을 익혔습니다.”

그는 잠시 또 말을 멈쳤다.

“뭔데 그런가, 뜸들이지 말고 어서 말해봐요.”

성급한 사람들이 채근했다. 그러나 그들은 웃으면서 에루하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는 암몬 형제님의 지혜로운 처신을 통해서 내가 누구인가를 다시 배웠습니다. 저는 야베스 형제와 쿠차에서 왔습니다. 쿠차의 도시 변방에 가면 구마라십이라는 불교의 고승을 기리는 사원이 있는데, 그곳에는 수백명의 사람들이 그를 흠모하여 모여들어서 생활합니다. 저는 거기서 잔심부름이나 하면서 끼니를 때우는 생활을 했어요. 아마 야베스 님은 불교를 배우기 위해서 그곳에 왔다가 저와 마주쳤을지도 모르겠으나 저는 종교가 무엇인지는 배우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오늘 암몬 선생이 저의 행동을 바르게 잡아주셨어요. 그것의 의미는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법 또는 사람이 하나님의 사람답게 사는 법을 가르쳐 주었어요. 내가 알로펜 주교님께 발탁되어 당나라까지 오기는 했으나 그동안 나는 내가 누군가, 내가 과연 어떻게 살아야만 하나님의 사람답게 사는가를 고민했었는데 오늘 하루 탁발여행에서 나의 고민을 모두 해결했습니다. 이제 나는 날마다 오늘처럼 탁발행을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여기까지입니다. 너무 길게 내 자랑을 한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좌중이 죽은 듯이 고요했다.

“이 집은 왜 이렇게 조용한가요?”

알로펜이었다.

“아이쿠, 주교님!”

회중이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무슨 일들이야? 누가 사고를 냈나? 암몬인가, 암몬인가 보구먼!”

“네, 접니다. 제가 오늘 탁발행을 다녀왔으나 모범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나 자신에게도 감동을 주지 못했습니다.”

“허어, 그 말 참으로 멋있다. 나 자신에게 감동을 주는 삶이 모범된 삶이라는 뜻이구먼. 대단히 지혜로운 자가 할 수 있는 말이네 그려. 그래서 암몬이 에루하의 가슴 속에까지 감동을 안겨주었구먼. 고마워, 암몬을 비롯하여 우리들 모두가 당나라가 기독교라는 종교보다 우리들의 품격에 대해서 반하도록 해야 해요. 오늘 수고들 했어요.”

“그런데, 하루만 탁발행을 하라는 주교님의 명령을 어긴 유승 씨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안토니의 걱정스런 말에 대해 알로펜 주교는 가볍에 응대했다.

“아니오. 명령이 아니라 부탁이었지. 혹시나 무리하게 행동하다가 실수할까봐서 말이죠.”

“그럼, 무사히 돌아오면 일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저는 괜히 걱정을 태산같이 했나이다.”

“걱정보다는 기도가 더 낫지.”

알로펜의 말에 안토니는 기가 꺾이는 기분이다. 그러나 주교의 말이 다 옳은 것을 어찌하나….

유승의 이야기를 해 보자. 유승은 각각 다섯명 반으로 나누어 출발한 아침에 일행 사샤, 트리온, 삼손, 사울을 이끌고 따로 걸었다. 겸손한 자세로 걷는다 했으나 그는 일행에게 힘차게 걷도록 하였다.

사울은 유승이 너무 덤빈다는 생각을 했다. 승려의 걸음걸이는 약간은 묵직한 걸음걸이가 좋다고 생각했다. 빠르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느리지도 않게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몸에 지닌 사람처럼 걷는 것이 좋다고 말이다. 그는 자기 생각을 유승에게 말했다.

“이보시오, 그렇다고 벌벌 떨면서 다닐 필요는 없어요.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죄된 세상에 선포하는 사신들이요. 당당하고 때로는 의젓한 자세를 취해도 괜찮습니다.”

유승은 거침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일행은 말없이 그를 뒤따랐다.

“여러분! 천재, 아니 천주께서 오셨습니다. 여러분의 가정에 하늘의 복을 가져왔습니다. 영접하시지요.”

그는 암몬처럼 일행을 반씩 나누지도 않고 어느 누구의 도움을 구하지도 않으면서 집집마다 앞서 걸으면서 때로는 껄껄껄 웃기도 하고, 할머니나 할아버지들을 만나면 ‘어르신들 안녕하셨습니까. 건강하셔야 합니다. 천주께서 어르신 여러분께 하늘의 복을 주신다 했습니다’ 하였고, 어린아이들을 만나면 갑자기 광대처럼 손짓, 발짓을 요상스럽게 하고 때로는 껑충껑충 뛰면서 아이들을 웃기기도 했다.

삼손이 유승을 가로막았다.

“열 가정쯤 시범을 보였으니 우리도 잘 배웠습니다. 나와 사울은 유승 도사의 반대방향으로 가겠소.”

유승은 삼손의 제안을 거절했다.

“지금 우리가 가는 곳은 우리 다섯명 모두의 협조가 필요한 곳입니다. 그리고 나는 오늘 하루뿐 아니라 3일 정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뭐라고요? 3일이나요?”

“그래요. 3일 정도는 탁발여행을 해야만 실감이 나지 않겠소.”

“주교님의 말씀 듣지 못했어요? 해가 지면 돌아오라 하셨잖아요.”

“허어, 우리가 뭐 아이들인가요.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중국인들을 다를 줄 압니다. 나만 믿고 따라오세요. 오늘은 나와 함께 우리 모두가 움직이고, 내일 각자 활동하고 싶은 사람은 마음대로 하세요.”

유승은 일행의 동의를 구하지도 않았다. 삼손과 사울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면서 서로 고개를 갸웃둥 하였다. 사샤와 트리온이 삼손과 사울의 어깨를 이끌면서 유승의 뜻을 따르자고 권했다.

일행은 나들이 나온 사람들처럼 종종 자세가 흐트러졌다. 점심시간이 되자 다섯이 한꺼번에 가정방문을 하지 않고 한 사람이 한 가정씩 다녀오도록 하였다. 어느덧 석양노을이 서산을 벌겋게 물들였다. 유승의 빠른 발길을 따라 잡느라고 모두는 많이 걸었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데 저녁 잠자리가 문제였다. 그러나 유승은 그것도 걱정을 하지 않는다.

“여보슈들! 왜 아무 말이 없소. 뭐가 걱정되는 것이라도….”

“유승 님은 밤이 깊어가는데 걱정도 없소?”

삼손이 쏘아붙이듯이 말했다.

“허어,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들이오. 이 하늘 아래서 무엇이 걱정이오. 하늘이 무너집니까, 땅이 꺼집니까?”

“나 참….”

삼손이 입을 닫고 말았다. 유승은 험한 산길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아니, 어디로 가자는 겁니까?”

사샤가 유승의 허리춤을 붙잡았다.

“사샤 왜 그러는가? 자네는 나이가 어리지, 그 어린 나이에 어떻게 알로펜 선교단에 입단을 했을까?”

“…….”

“나를 따르게. 들판 보다 산으로 가면 웅크리고 자는 큰짐승들 곁에서 같이 잘 수도 있는 거야. 그럼 짐승털을 이불삼아 잠이 잘 오지….”

“정말이오? 호랑이나 사자를 만나면 어찌하오?”

사울이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

“좋지. 그러나 호랑이는 모르나 중국 땅에 사자가 있을까….”

그때, 언덕 하나를 지나자 큼지막한 집 한 채가 나타났다. 일행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잠시 주변을 살펴보았다. 집이 덜렁 한 채 뿐이었다. 유승이 앞장을 서서 사립문을 열었다.
“이 집에 하나님의 복이 임하소서. 큰 복을 받으소서.”

“…….”

대꾸가 없었다. 방안에는 불이 켜있고, 사람들 소리도 들리는듯 했었는데 이쪽에서 말을 하자 상대는 침묵이었다.

“저희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사도들입니다. 하루밤 이슬은 피해갈 수 있도록 자비를 베푸시오.”

이렇게 거듭 세번이나 말했으나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일행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걸음씩 문간을 향해 발뒤꿈치를 들고 걸었다. 유승이 들고 다니던 지팡이로 마룻바닥을 몇 번 두들겼다.
그순간, 방문이 열렸다. 십여명의 장정이 일시에 뛰어나왔다.

“왠 도둑떼냐?”

일행은 얼어붙고 말았다. 말을 못했다. 상대방들은 유승 일행을 뱅 둘러 섰다. 그들은 어느새 손에 몽둥이를 들었고, 칼을 든 자들도 있었다.

“무릎 꿇어라.”

두령인 듯한 사람이 앞으로 나서서 명령했다. 종일토록 큰소리는 혼자서 다 치더니 유승의 입도 별 수 없이 얼어붙었다.

“이보시오. 손에 흉기부터 거두시오. 우리는 천주의 복음을 가지고 당나라에 온 기독교의 전도자들입니다.”

사샤가 입을 열었다. 스무살도 채 되지 않은 소년인데 그가 앞으로 나서면서 당돌하게 말했다.

“여봐라. 이놈들을 별채 마룻방에 일단 가두어라!”

사샤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일행 다섯 모두를 등뒤로 두 손을 꺾어서 묶고는 골방에다 집어던지듯이 집어넣었다.

자물쇠를 채우려는 사람에게 유승이 소리쳤다.

“당신들은 황제의 은혜를 입은 우리를 학대한 죄로 크게 벌을 받을 각오를 하시오.”

당태종을 들먹이자 두령 같은 이가 나타났다.

“그래, 그럼 너희들이 페르시아의 첩자들이구나. 그렇다면 더 더욱 잘 만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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