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가에심은교회(구은태 목사) - 개척 3년을 무사히 넘기고 ‘건강한 공동체’를 생각하다

독거死 방지 등 위해 지역교회들 연대, 새벽기도 후 ‘눈 쓸기’ 제안
3년 생사 가름 길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현실적인 부분은 ‘카페교회’
모든 교회는 ‘내 교회’만이 아닌 ‘우리 교회’라는 교회론 인식 중요

 

개척 3년이면 생사의 갈림길에 선다고 할 정도로 요즘 개척의 현실은 척박하다. 그 척박한 상황에서 살아남은 교회가 있다. 서울 광진구 군자동에 자리한 시냇가에심은교회(구은태 목사)가 거뜬히 생존할 수 있었던 현실적인 큰 이유는 ‘카페교회’였기 때문이다.

# 그리스도인의 카페교회

강남 개포동에 소재한 한울교회에서 청년 사역을 7년간 재미있게 하면서 부흥의 열매를 경험하기도 한 구 목사. 개척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끄셔서 선택한 곳이 지하철 2호선 라인에 있는 대학 근처인 지금의 장소다.

2010년 12월 카페교회로 시작했다. 청년과 지역을 섬기면서 카페는 좋은 도구라고 생각했다. 한 손에는 스마트폰,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다닐 정도로 커피문화는 모든 세대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현실을 주목했다.

처음 카페교회를 시작하면서 그는 바리스타 자격증도 없었고 심지어 커피의 종류도 알지 못할 정도였지만 일단 인테리어 하면서 커피 기계를 구입 후 바리스타 과정을 거쳤다.

그렇게 구은태 목사(43)의 개척은 바리스타 목사로 출발했다. 요즘 여기저기 곳곳에 생긴 카페가 워낙 많기 때문에 고민하다가 그리스도인을 위한 카페교회로 색깔을 뚜렷이 했다. 음악도 CCM으로 바꾸었고, 책도 그리스도인들이 읽을 만한 책들을 구비해 놓았고, 물론 십자가도 걸었다. 이때부터 페이스북과 입소문을 통해 카페교회가 수문이 나기 시작해 인근 세종대 동아리 친구들이 모임을 이 교회에서 갖기 시작했다.

기자가 방문한 이 날도 카페에서는 두 자매가 밥도 먹고 성경공부를 하는가 하면, 여느 카페처럼 청년들 두 명, 한 명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10분 정도 일찍 도착했는데, 구 목사는 두 명의 자매와 성경공부를 하고 있었다.

이렇듯 시냇가에심은교회는 기독교인 대학생 및 청년들의 편안한 공간으로 품어주고 있었으며, 그 덕분에 사라지지 않고 만 3년인 현재까지 지역에서 역할을 든든히 감당하고 있다. 또한 군자동 지역 자원봉사모임도 카페를 활용할 정도로 지역 주민들에게도 친숙하게 다가 서 있다.

구 목사가 매개체로 사용한 건 ‘카페’였지만 건강한 교회론, 주님을 향한 열정, 영성 등이 담보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무위로 돌아갔을 것이라고 말한다.

# 주민들의 지지로 된 ‘통장’

구 목사가 주민과 긴밀하게 된 데는 ‘통장’ 역할 때문이기도 하다. 군자동 지역의 통장은 지역 주민들의 ‘각본’대로 진행됐다. 사실 개척 단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던 터라 구 목사는 주변의 지저분한 곳을 청소하고, 어른들에게 인사하면서 지냈다. 그를 좋게 여겼던지 개척한 지 1년이 지났을 때 주민들이 통장을 한번 해보라는 제의를 해왔다.

처음에는 예상치 않은 일이어서 당황하기도 했지만 긍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다른 분이 할 수 있으면 하도록 했는데, 지역 주민들이 통장에 아무도 지원하지 못하게 해서 결국 구 목사가 통장에 당선됐다. 군자동에 27개 통장이 있는데, 구 목사가 관리해야 하는 세대는 388세대, 1200명 정도에 달한다.

“1년에 한번씩은 ‘대심방’을 자연스럽게 하지요. 카페가 오시는 주민들과의 접촉점이 된다면, 통장은 직접 찾아가서 만날 수 있는 기막힌 조화가 있습니다. 요즘처럼 이웃과 만나 대화하기 쉽지 않은 세상에 저는 만남에 장애를 받지 않으니 말예요.”

구은태 목사는 통장의 역할이 이 지역의 전도 뿐 아니라 교회 공동체가 책임을 지고 지역을 섬길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의 여러 문제들을 의논하고 결정하는 주민자치위원으로서도 참여하고 있는 구 목사는 교회들이 연합하면 지금보다 훨씬 집중력 있고, 효과적으로 지역에 필요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요즘 뉴스에서 보는 ‘독거노인 사망, 몇 달 후 발견’ 같은 일들은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제대로 관심과 보살핌을 받지 못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구 목사는 말하면서 “지역의 교회들이 연합하여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협력한다면, 이 또한 주님의 생명 사랑을 실천하는 일이 아니겠느냐”고 제안한다.

또한 눈이 많이 내려 골목길 사고, 빙판길 사고가 많은 겨울에는 새벽예배 후에 모인 인원들이 10분 정도만 활용해서 눈을 쓴다면 교회 이름이 새겨진 띠를 두르고 하는 전도나 커피전도에 비교되지 않을 감동을 줄 것이라고 귀띔한다.

교회들이 자기 이름을 내고 홍보하는 일이나 전도가 되지 않는 일에는 돈이나 인력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잘못된 현상들에 대해서도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주님이 영혼을 사랑하시듯 그런 마음으로 해야 한다”고 말한다. 무리해서 건물 짓기 하지 말고, 자기 교회로만 신자를 끌어들이려 하지 말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도하려는, 그래서 사람을 망치는 “엉뚱한 짓만 안하면 교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고 구 목사는 말한다.

# 공동체를 세운다, 공동체성을 키운다

그에게 만 3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고민이 생겼다. 이제까지는 혼자서 뛰고 달렸지만 이제는 교회 공동체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갖춰가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적인 부분은 최근부터 부인이 일하면서 거의 자립 단계에 다다랐으니, 건강한 공동체를 이뤄가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는 마음이 커져가고 있다.

개척하면서 시작했던 지역 청소는 이제 성도들과 매월 마지막 주에 사회봉사주일로 정해 함께 하면서 공동체성을 키워가고 있다. 금요일까지 급식을 받던 어르신들이 토요일에는 혜택이 없는 것을 알고 시냇가에심은교회에서 이 날 국수대접을 하고 있다.

“70여 명에게 삼계탕을 대접하려고 계획했는데 재정이 부족해서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교회에서 바자회를 통해 얻어지는 수익금을 개척교회를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면서 보내주셨습니다. 교회 이름처럼 우리 교회로 흘러들어온 것이 있다면 고여서 썩지 않고 졸졸졸 다른 필요한 곳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최근에 같은 시찰회 교회에서는 작은교회를 섬기기로 하는 차원에서 힘이 됐으면 한다며, 추수감사절에 드린 귤 한 박스를 보내온 것에 대해서도 구 목사는 교회 공동체 사이의 ‘나눔’이라는 차원에서 크게 기뻐했다. “너무 감사하죠. 많고 적음이 아니라 ‘함께’라는 의식으로, 서로서로 필요한 곳에 필요한 것들이 아낌없이 흘러가기를 바랍니다. 졸졸졸이 아니라 줄줄줄 흘러넘치기를 희망합니다.”

현재 6가정과 청년들이 함께 하고 있는 시냇가에심은교회에는 영아부 및 유치부 아이들이 몇몇 있다. 그런데 몇 개월 전부터 영아부는 근처 A 교회에, 유치부는 B 교회에 보내고 있다. 아이를 둔 교회 한 집사가 처음 구 목사에게 이 문제를 제안했다. “장년이나 아이들 모두 예배에 집중하지 못하기도 하고, 아이들은 또 그 또래만의 경험도 하지 못하게 된다”는 이유였다.

구 목사 역시도 고민하고 있던 터여서 “저도 기다렸던 이야기”라며, 먼저 얘기를 못해서 미안하다는 마음도 전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모든 교회가 하나님 안에서 ‘하나의 교회’라는 시냇가에심은교회가 지향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었다.

   
시냇가에심은교회에서 지역 노인들을 초청, 식사 대접을 하기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 교회가 어느 정도 기반이 되면 장로나 권사 등 임직을 앞두고 1년 정도는 작은교회에서 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구 목사는 말한다. 분립개척 역시 별도로 또 돈이 들고, 그 지역 교회에 피해를 주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작은교회를 세워나갈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 현 시대에는 필요한 것 같다고 말한다.

구 목사에게는 조그마한 소원 하나가 있다. 몇 달 전 교회에 있던 짐을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동네 어르신들이 ‘어디로 이사 가느냐’며 걱정스러운 듯이 말하는 것을 들으며 생긴 소원이다.

   
 

“비그리스도인들이 저희 교회가 이전하려고 할 때 ‘가지 말아달라’고 만류할 정도로 지역주민과 끈끈한 지역 속의 교회가 되는 것입니다.”

자그마한 이 카페교회 안팎에서는 지역과 청년들 속에서 살아 숨 쉬는 하나님의 꿈, 희망이 싹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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