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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천년여행] 제2권 : 기독교 아시아 >88<네스토리우스 기독교, 중국 景敎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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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7호] 승인 2014.01.02  16: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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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안의 비림 박물관 내부

“주님이 말씀하시기를, ‘여행을 위하여 아무것도 가지지 말라. 지팡이나 배낭이나 양식이나 돈이나 두 벌 옷을 가지지 말며, 어느 집에 들어가든지 거기서 머물다 떠나라’ 하셨습니다. 이는 예수 제자의 권능이요, 지극한 소명입니다

 

대진사 건축은 활기를 띠고 있었다. 기공식을 한 지 한 달인데 알로펜의 선교단 주거지가 마련되었고, 대소 강의실도 다섯 칸이나 입주가 가능할 만큼이었다.

물론 이는 알로펜의 특별 주문이었다. 알로펜은 황궁 부속 건물에서 하루속히 빠져나오기를 갈망했던 터였다.

보름쯤 시간이 더 걸려서 입주시설이 마련되었다. 알로펜은 황제에게 나아가서 건축 진행 사항을 보고하고, 선교단은 대진사 별관 시설로 이주하겠노라고 보고했다. 황제는 빙긋이 웃으며 알로펜에게 말했다.

“주교! 그동안 내 가까이 있으면서 많이 불편했지요?”

“아, 아닙니다. 하해와 같은 은혜를 입었기에 날마다의 생활이 천국과 같았나이다.”

“뭐, 천국! 주교님의 농담이 지나치구먼…, 그래도 그 말이 싫지는 않구려.”

“폐하. 저희 선교단은 오늘부터 대진사 별관으로 이주할 계획이오니 윤허해 주소서.”

“알고 있소. 주교가 그곳으로 속히 가고 싶어하는 뜻이 뭘까. 내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

황제는 눈을 지그시 감고 생각에 잠기는 듯 했다.

“폐하! 저희에게 넘치는 황은을 베푸셨나이다.

이 은혜의 보답으로 황제의 백성들이 착하게 살면서 폐하와 폐하의 제국이 천세 만세 이어가도록 기도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래, 그래요. 짐은 주교의 충성심을 굳게 믿고 있소이다. 황궁보다 더 크게 성전을 지으라 해도 마다하는 그 마음의 깊은 뜻 내가 잘 알죠. 그대는 만고의 충신이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당태종은 알로펜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있었다.

도교나 불교에 비하여 가르침이 단순 명쾌한 기독교의 교훈에 만족했고, 또 정치적 이해관계가 없는 대진국의 기독교 주요 인사들이 스스로 당나라 수도 장안에 달려와서 그들의 청춘을 바치고, 출중한 인물인 알로펜의 경우는 한평생을 당나라 입국을 위해서 노력했고, 이제는 그의 여생을 이세민의 제국을 위해서 바친다 했으니 그에게 더 바랄게 있을까.

알로펜은 황제의 명령이 떨어짐에 따라서 중국의 선교본부를 의령방 대진사로 모두 옮겼다.

“여러분, 어떤가? 이제부터는 우리가 좀 더 창의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는 당나라에게 지나치게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복음 맡은 자는 어느 누구에게도 부담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주교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안토니의 말이다.

“황제는 장안시 곳곳에 예배당을 지으라 하지만 그렇게 할 필요 없어요. 지금 여러분은 마리아 교수와 드보라 님만 제외하고 남성들은 둘씩 짝을 지어 본부를 중심으로 사방 팔방으로 흩어져서 복음을 선포하고, 주의 복음을 중국인들의 가슴에 듬뿍듬뿍 담아주기를 바라오.”

“주교님, 주교님께서 지명해 주시면 어떨지요?”

“그럴까요. 그럼 내가 지명하리다. 요수아와 기드온, 다비드와 레위, 요담과 아비후, 안토니와 사샤, 트리온과 삼손, 유승과 아베스, 심마이와 에스겔, 예루하와 암몬은 각각 짝을 지어 선교의 둥지를 각 지역에 만들도록 하시오. 혹시 나는 이 사람과 함께 하기 싫다는 이들이 있으면 말씀하시오. 교체해 드리리다.”

“으하핫하!”

제자들은 알로펜이 농담을 하는 거라고 판단하고 마음껏 웃었다.

알로펜도 같이 웃으며 즐거워했다.

“고맙소. 불만이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 둘씩 짝을 지어서 갑니다. 주 예수께서 하신 말씀을 떠올립니다. 내가 너희를 어린 양을 이리들 가운데로 보내는 마음이라 하셨죠. 그 다음 주님이 말씀하시기를, ‘여행을 위하여 아무것도 가지지 말라. 지팡이나 배낭이나 양식이나 돈이나 두 벌 옷을 가지지 말며, 어느 집에 들어가든지 거기서 머물다 떠나라’ 하셨습니다. 이는 예수 제자의 권능이요, 지극한 소명입니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지금 떠나되 자유롭게 하시오. 준비된 사람들부터 가시오. 가서 활동하다가 저녁때가 되면 돌아오시오. 장차 주거 환경이 마련될 때까지 입니다.”

알로펜의 결의는 단호했다. 대부분 사람들은 시내를 향하여 떠났다. 안토니가 알로펜의 방문을 두드렸다.

“그래, 마침 잘 왔소. 우리가 별도로 의논할 일이 있습니다. 마리아 교수와 함께 목양실에서 만납시다.”

목양실에 안토니와 마리아가 알로펜과 둘러앉았다.

“이제는 선교본부 건물도 만들어져 가니 제도와 직제에 대해서도 규범을 세워야 하겠지요.”

“그럼요.”

마리아의 호응이었다.

“우리들 전도자들의 호칭을 목자로 합시다. 그 다음 단계는 감독으로 하는 것이 어떨지요.”

“저 안토니의 생각도 같습니다. 교회를 담임하는 사람은 목자, 이곳저곳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순회하는 이들은 전도목자, 또는 순회목자로 하는 것이 좋겠어요.”

“좋습니다. 목자나 감독으로 나누고 일반신도와 구분했으니 의복, 곧 복색으로 구분하는 것이 어떨까요.”

마리아가 알로펜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알로펜은 하나님이 사람으로 세상에 오셨으니 성전이 별도로 필요 없다.

성전이 필요 없으니 제사장도 필요 없다고 했다.

로마제국 교회처럼 성직자 계급을 두고, 성직자가 예배규범을 독점하여 신자들을 마치 계급적 하층민으로 보는 종교시대는 세레요한의 때까지로 끝났다 하였으니 목자와 감독의 예복을 별도로 두는 것을 반대할 것이다.

알로펜은 마리아 교수의 건의를 듣고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안토니와 마리아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알로펜의 표정만 살피고 있었다. 찻잔을 매만지는 알로펜의 손끝이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기다리다 못해 마리아가 입을 열었다.

“취소하셔도 됩니다. 저의 단순한 의견일 뿐입니다.”

“아니오. 예복을 정합시다. 그러나 목자나 감독이 계급은 아니오. 오직 헌신자의 징표입니다. 목자나 감독은 주님의 교회에 완전한 헌신을 합니다. 제국교회처럼 십일조를 바치는 것이 아니라 십의 십조(100%)를 바치는 헌신자입니다. 예수의 종, 교회의 종, 신자의 종, 하인, 노예들의 종까지를 자원하는 사람들이 목자요 감독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크데시폰을 떠나고, 에뎃사를 지나 이곳에 올 때까지도 해왔던 대로 세례식이나 성찬식의 집례는 신자 모두 집례자의 자격을 갖는 것이 중국 교회에서도 규범이 됩니다.”

“네, 저희도 주교님의 생각과 사상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안토니의 아부성 발언이다. 마리아 교수는 안토니의 모습을 무심코 지켜본다. 안토니가 마리아를 바라본다.
“마리아 교수님, 저요 진심입니다. 지금은 주교님의 사상이 옳다고 확신합니다.”

“그래요. 왜 그리 약해지셨어요?”

“아니, 마리아 교수님 왜 그러세요. 제가 주교님 앞에서 복종하고 또 공손해지는 것을 기뻐해야 할 분은 교수님이잖아요.”

“왜, 나만….”

그때 알로펜이 크게 기침을 한다. 마리아는 말을 이어가다가 그만두었다.

“주교님, 이 놈 안토니의 소원이 하나 있는 것을 아시죠. 이는 교회의 일이 아니고 주교님과 마리아님의 개인적이고, 저에게도 개인적인 소원입니다.”

“뭐야, 안토니. 무슨 소리를 하려고 그러나?”

알로펜이 안토니의 하고 싶은 말을 가로막아 버린다. 마리아는 안토니의 다음 말이 무엇인지 안다.

물론 알로펜 주교도 알고 있을 것이다. 안토니는 알로펜과 마리아를 한 번씩 살피다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지 않았다.

안토니는 알로펜과 마리아가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안토니 목자! 당신도 목장을 찾아서 떠나시오.”

이 한마디를 해놓고 알로펜은 밖으로 나간다.

목수들이 일하는 건물에는 눈을 주지도 않고 산등성이를 향하여 걸었다.

조금은 빠른 걸음이다. 산등성이라고 하기에는 모자란다.

둔덕 정도이다. 산정에 서서 저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대진사가 까마득했다.

번화한 도심 가까이에 이만한 유휴지가 어찌해서 남아있었을까? 하나님이 남겨두신 것일까? 알로펜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당태종 이세민을 생각해 보았다.

그는 보기 드문 큰 인물이었다.

기독교뿐 아니라 중국 문화에는 낯설어 보이는 종교들을 다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인물이다. 마치 온 세계의 문명이 모두 당나라를 위헤서 있기나 한 것처럼 말이다.

그는 특히 기독교를 환대했고, 기독교를 위해서라면 그의 제국 이외의 것은 다 줄 듯이 선심이 대단했다.

장안은 물론 낙양에도 예배당을 크게 짓고, 당나라 전 지역에 얼마든지 진출해 가서 당나라를 기독교의 나라로 만들도록 하라는 말을 하기도 했었다.

좋다. 인물들을 기르자. 정상에서 좌측으로는 마리아와 드보라가 중심이 되어 여성 전도자와 수도자의 집, 우측으로는 남성 전도자와 수도자의 집이다.

이들은 독신을 지망하는 이들이다. ‘장가 간 자는 세상 일을 염려하여 어찌하여야 아내를 기쁘게 할까 하여 마음이 갈라지며, 시집 가지 않은 자와 처녀는 주의 일을 염려하여 몸과 영을 다 거룩하게 하려 하되 시집 간 자는 세상 일을 염려하여 어찌하여야 남편을 기쁘게 할까 하느니라’(고전 7:33~34).

나와 함께 독신으로 주를 섬기는 자들을 위한 별도의 남녀 수련원 건물을 마련할 것이다.

대진사 옆 선교학교 시설 건너편으로는 가능한 한 주거환경을 마련한다. 부부나 가족들이 전국 각지에서 장안에 다니러 오거나 단기교육 기간에 숙박할 수 있는 건물이다. 좀 더 구체적인 설계를 하여 페르시아 교회에 연락하고, 사마르칸트와 쉐키 형제들에게 재정지원을 부탁할 계획도 세웠다.

다음날, 알로펜은 유승과 아베스가 가는 길을 따라서 걸었다.

“주교님, 어디로 가시는가요?”

유승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대 가는 길을 따르는 것은 아닐세. 지금 같이 걷는다고 목적지가 같다고는 못하지….”

“네, 그렇군요.”

유승은 알로펜의 동행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는 어제에 이어 풍물시장 쪽으로 갔다.

시장을 한 바퀴 돌았다. 어느 사이에 알로펜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아베스의 팔을 가볍게 잡으며 걸었다.

“스승님은 언제 사라지셨을까요?”

아베스의 물음이다.

“주교님은 어디선가에서 우리들의 행동거지를 지켜보실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걱정할 필요 없다.”

“참, 유승님 주교님은 할아버지시잖아요.”

“아베스! 자네는 주교님이 얼마나 강하신지 모르지. 그는 젊어서부터 활검무를 하셨어. 지금은 신선의 경지에 계신다네. 어지간한 사내 십여 명은 간단하게 눕혀버릴 괴력을 가지고 계신다네.”

“아이코, 무서워라. 선비의 모습 그대로인데 언제 무술을 익히셨을까?”

“아마, 우리 대진사 건축이 일단락되면 우리 모두는 주교님의 가르침을 따라서 활검무를 수련하게 될거야.”
아베스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어린 소년 곁으로 갔다.

소년은 아베스가 그의 곁으로 다가오자 뒷걸음질을 친다.

“얘야, 해치지 않으마. 안심해라. 너 어디서 왔니?”

아베스가 노점상에서 빵을 몇 개 사다가 소년에게 주었다.

소년은 빵을 받아들이는데 잠시 주저하다가 그것을 받아서 입에 털어넣기 시작했다.

아베스와 유승이 서역 풍물패들이 춤을 추고 꽹과리를 두드리는 모습에 한눈을 파는 사이 아베스에게 빵을 얻어먹은 소년은 그들 곁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승과 아베스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풍물시장 주변을 떠나지 않으면서 놀이패들의 모습을 살피다가 저녁때가 되어 대진사로 돌아갔다.

석양이 되자 시장에서 막 떠나려 하는데 아베스에게 빵을 얻어먹은 소년이 달려왔다.

•작가 조효근 : 1976년 『월간 문학』 신인상 소설 등단.
  대학에서 세계교회사 및 종교사 38년째 강의.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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