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당나라 景敎 - 20

 아제르바이잔에서 본 카스피해.

“그런가, 안토니는 영특한 데가 있어요. 좌청룡이라 했으니 나는 비현실의 존재이고 마리아는….”
“네, 마리아는 땅의 존재이고 주교님은 비현실이 아니라 하늘의 주인이라는 뜻이죠.”
마리아가 알로펜에게 오른쪽 무릎을 굽혀서 예를 표했다.
“저런, 저런….”
그러나 알로펜은 흐뭇하게 웃었다.
“그래요. 마리아 교수님, 오늘 말씀을 들으며 나 많은 생각을 했어요. 물론 교수님의 영적 안목은 이미 오래 전에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 저에게 과제를 주세요. 제가 당나라를 중심하여 페르시아와 중앙 아시아는 물론 서남 아시아 천축국까지 로마제국 기독교에 대응하는 아시아 기독교의 사상과 교세에 대한 체계를 세워보겠습니다.”
“좋아요. 그럼, 안토니 자네는 로마제국 교회의 제도와 사상적 방향을 탐구하게, 그리고 이슬람이 페르시아를 사실상 점령했으니 이미 이슬람도 거대 세력이 되어 버렸네. 이슬람 현황을 체계적으로 탐구할 인물 한 사람을 자네가 찾아보게.”
“네, 주교님. 그리고 두 분 말씀 듣고 보니 이제야 우리가 떠돌이 생활을 청산하고 나라를 세울 때가 된 기분입니다.”
“안토니 사제, 나라가 아니라 제국입니다. 서쪽으로는 로마제국, 우리가 머무는 제국의 중심은 중앙 아시아입니다.”
“마리아 교수님, 무슨 말씀을….”
“네, 당나라는 아시아 바다에 떠 있는 섬나라 입니다. 언제 천재지변에 의해 물속에 잠길지 모르는 나라 입니다.”
“참, 갈수록 모를 말씀을 하세요.”
“안토니 사제! 중국 역사를 아직 모르세요. 진나라, 한나라, 수나라, 당나라의 단계에 왔으나 이들이 지난날부터 오늘까지 통일된 제국을 이룬 날들은 모두 합해도 3백년이 못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의 당나라가 아니라 우리들이 추구하는 아시아 기독교는 중앙 아시아가 항구적인 우리의 터전이 될 것입니다.
마리아는 거침이 없었다.
“좋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우리는 오늘부터 중앙 아시아와 이곳 당나라로 피난 올 우리 그리스도인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안토니! 자네는 쿰바홀 부주교를 한번 다녀가라고 파발을 띄워 보내게. 나는 페르시아에서 건너올 친구들을 어떻게 맞이할지 머리 좀 써봐야겠소.”
알레폰은 먼저 밖으로 나섰다. 산등성이를 향하여 방향을 잡았다. 산이라지만 해발 1백 미터 정도로 산언덕이나 둔덕이라고 알로펜은 늘 생각했다. 처음 이 터를 당태종으로부터 받을 때 그는 무릎을 쳤었다. 이 산 정수리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풍광이 좋았다. 뱅 둘러서 건물을 지어 동서남북으로 간격을 두고 체계 있는 수도장으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세운 바가 있었다. 단숨에 산언덕에 올라서 사방을 휘둘러보는데 마리아와 안토니가 저만치서 그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교수님, 로마제국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보셨죠?”
“그럼요. 내가 전공이 역사입니다. 로마제국은 기독교 이름으로 지금 부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레고리 대주교가 보통 인물이 아닙니다. 그는 AD 590년 로마 주교가 되었는데, 주교 자리가 그에 의해서 로마 황제 또는 교황좌가 되었어요.
그는 주교로 임명될 때 몇번 씩 사양했고 심지어 탈출을 시도하기까지 했어요. 곁으로는 겸손한 인품으로 평가 되었으나, 한편으로는 그가 로마 주교 또는 교황좌에 오를 경우를 미리 판단해 보니 그가 교구를 이끌어 가기에는 그 주변의 환경이 좋지 않았어요. 돈이나 조직이 없을 뿐 아니라 로마교구의 정통 기독론을 배척하는 단성론 등 아리우스 파 이단들이 그들을 포위하고 있었지요. 더구나 그는 평소에 금식을 많이 해서 몸도 무척 쇠약한 인물이었죠.
그러나 그는 교구장의 자리에 오른 후 파격적 결단을 내렸어요. 로마교구를 서로마 제국의 재건 형식으로 확 바꾸었어요. 본인은 로마황제의 관을 쓰고, 보좌 주교들은 추기경 복색을 하게 하고, 모든 교구 조직을 로마제국 형식으로 바꾸었어요. 분위기를 확 바꾼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가 있지요.”
“그게 뭔가요?”
그들은 알로펜이 지켜보는 산등성이까지 와 있었다.
“그게 뭔가요, 나도 좀 들어봅시다.”
알로펜이 끼어들었다.
“다 아시면서 뭘 그러세요. 내가 주교님께 배웠잖아요.”
“아니오. 난 잘 모르겠소.”
알로펜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레고리 교황이 결단을 내린 또 하나의 발상은 지난 수백여 년 동안 로마 제국과 싸우다가 사형장의 형틀이나 불길 속, 또는 사자 굴 속에서 죽어간 순교자들을 성인이나 성자로 추대하는 일을 통해서 교회의 역사성과 정통성을 바르게 세웠습니다.”
“야 참, 대단합니다. 망해서 역사의 뒤란으로 밀려간 서로마 제국을 로마 교구가 대신하면서 무너진 제국을 부활 시켰네요. 그리고 죽은 순교자들 부활시키고…. 이건 위대한 발상입니다.”
안토니는 혀를 내두르며 마리아 교수를 우러러 본다.
“이렇게 로마교회를 분석하는 사람이 마리아 교수님 말고 또 누가 있을까요.”
안토니는 혼잣소리처럼 흥얼거린다.
“안토니, 정신 차리시오.”
알로펜이 안토니의 어깨를 툭 친다.
“주교님, 이건 위대한 발상입니다. 로마 주교가 로마제국  황제로 등장하다니…?”
“이미 망해서 없어진 제국의 제도와 복식을 흉내냈다고 누가 탓하겠는가?”
“그렇죠. 로마교회는 로마제국의 부활체로서 교회의 영원성으로 지상권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세상 나라들을 속이는 역사의 괴물이 세세토록 되어 가겠죠.”
마리아는 체념성 발언을 했다.
“우리가 있잖아요. 로마제국의 귀신노릇을 하는 로마교회의 거짓을 하나님의 교회들이 바로잡을 날이 옵니다.”
“그래요. 자, 그건 그만하고 저기 좀 보시오. 저쪽으로 동남향 건축물을 짓고 싶었소. 한 10년쯤 후의 계획으로 생각했는데 급히 서둘러야 할 것 같아서 여러분의 의견을 묻습니다.”
알로펜의 건축 계획에 대해서 마리아가 의문을 제기했다.
“건축비는요?”
“쿰바홀 부주교가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혹시 황제나 대신들이 우리 선교회를 의심의 눈으로 보지 않을까요?”
“무슨 의심? 그들의 재물로 짓는 것이 아닌데, 그리고 건축물을 지으면 이 건물이 당나라 땅의 당나라 건물인데 무슨 걱정을 하겠소. 쓸 데 없는 걱정을 마시오.”
“그렇긴 하네요.”
마리아가 건물 짓는 데 동의했다.
“자네는?”
“저야 뭐 늘 주교님의 뜻 안에 살아가고 있잖아요.”
“그런가, 그런데 말에 기운이 실려 있지 않네 그려.”
“아닙니다. 찬동입니다.”
“좋소. 그럼, 안토니 당신은 페르시아가 이슬람 세력으로 바뀐 후 우리 기독교 신자들의 동향을 가능한 한 속히 알아보도록….”
“네, 주교님!”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