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세월호참사, 해결 안하고 그냥 지나갈 건가? 다섯 군데에 묻는다. 정부, 국회, 법조계, 언론 그리고 시민단체를 비롯한 우리 사회 전체에게다. 세월호참사 유족과 직접적인 피해당사자 분들에게야 이 질문을 던질 필요가 없다. 그분들이야 당연히 진상이 철저하게 밝혀지고 그에 따른 법적인 처벌과 합리적인 후속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 테니까.

이렇게 생각해도 좋은 것인가. ‘세월호참사는 이 정도 선에서 적당하게 마무리하자. 진상을 파헤칠수록 더 혼란스러워질 테니까.’ 원론적으로는 여기에 동의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진상이 낱낱이 밝은 빛에 드러나게 되면 처벌을 받든지 경제적 사회적인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을 것인데, 그들도 개인적으로는 몰라도 공적인 자리에서 이렇게는 말 못할 것이다.

그러나 대단히 불행한 조짐이 보이고 있다. 우리 사회의 문제가 대개 그렇게 흘러가듯이 진영 논리의 프레임이 작동되는 것이다. 지난 24일과 29일에 국회의원 두 사람이 세월호참사가 교통사고라고 공적으로 발언했다. ‘하늘이든 육지든 해상이든 교통수단의 운용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서는 교통사고란 말이 틀리지 않겠지만, 그 말에서 느껴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잠시 시간을 뒤로 돌려보자. 4월 말, 당시 KBS 보도국장이 후배 기자들과 모인 자리에서 이런 취지로 발언했다. ‘세월호 사고는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서 많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건 아니다.’ 이 내용이 5월 초에 언론에 보도되어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다. 다른 이유도 있었겠지만 현상적으로는 이 발언이 당사자를 직책에서 물러나게 한 도화선 또는 구실이 되었다.

그때 정부든 여당이든 보수 쪽의 어느 논객이든 ‘교통사고론’을 대놓고 편든 일은 없었다. KBS 본부도 성명에서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 전체가 상갓집처럼 비통한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KBS 보도국장이 국민 정서는 물론 현실과도 동떨어진 어처구니없는 망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물론 당시야 참사가 난지 보름 남짓 지난 때라서 국민정서를 비롯한 여러 상황이 그런 발언을 용납하지 못했을 테다. 교통사고론 발언 후 세달 가까이 지나면서 대놓고 공개적으로 ‘세월호참사는 일종의 교통사고’라는 발언이 공당의 국회의원에게서 이어지고 있고 이를 지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세달 사이, 무엇이 변한 건가?

얼른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정서적 상황 변화’다. 워낙 큰 사고였고 게다가 청소년들 목숨이 그렇게 많이 어처구니없게 희생된 상황에서 당시는 국민정서상 감히 그런 발언을 할 수 없었다고 보는 것이다. 언론사 보도국장의 발언도 작심한 발언이 아니라 그 발언이 어떤 파장을 미칠지 생각하지 못하고 사석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국민정서가 변했고 그래서 해야 할 말은 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서적 상황 변화로는 세달 어간의 변화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지금 제기되는 교통사고론은 작심한 발언이며 더구나 의도된 흐름이 있어 보인다. 이런 발언을 해도 국회의원으로서 손해 볼 것이 없겠다는 판단이 먼저 있었을 것이다. 국민들 표를 근거로 존재하는 자리가 국회의원 아닌가.

변화에 대한 적합한 답은 이것이다. 세월호참사가 ‘진영 논리의 프레임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이제부터는 진상 규명이나 공정한 법적 처리에 대한 관심은 상당 부분 약해질 것이다. 진영 논리에 갇힌 이슈들이 으레 그렇듯, 진영 싸움이 심해질 것이다. 세월호참사라는 사회적 초대형 이슈를 언론에서 충분히 소비시킬 테고 그리고는 유야무야 끝나버릴 가능성이 많아졌다.

자 다시 묻자, 세월호참사 그냥 지나가도 되나? 위에서 말한 다섯 군데 말고 아주 중요한 한 곳에다 묻는다. 우리 사회의 종교다. 종교의 사회적 기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진영에 서지 않고 사실과 진실 편에 서서 공의와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래야 모든 사람을 끌어안는다. 종교 단체는 어떤 때는 여당 편처럼 보이고 어떤 때는 야당 쪽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아니다. 사실과 진실 편이다. 마지막으로 묻자. 진리를 품고 있는 기독교는 어떤가. 세월호참사, 하나님 앞에서 생각하자. 그냥 지나가도 되는 것인가?

 /말씀삶공동체 성락성결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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