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497주년-특집(3)] 오늘의 교회를 향한 염려와 기대



루터 “면죄부는 인간적인 교리, 탐욕 부추기는 행태” 비판
외형적 종교 틀에 연연하는 교회, 종교개혁 이전 모습 여전
만인제사 “하나님이 주인인 백성 공동체”로부터 출발해야

   
  | 체코 프라하 구시가지 바닥에 새겨진 27개의 하얀 십자가.
     교회의 부패를 비판하고 종교개혁을 외쳤던 27명의 신교 귀족들이 처형당한 자리이다.

종교개혁 500주년(2017년)을 앞두고 교단이나 단체별로 이를 기념하는 대단위 행사와 서적 발간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교회에 종교개혁 정신은 얼마나 실현되고 있을까. 종교개혁은 5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미완인 채로 남아있다는 것이 교회를 걱정하는 뜻있는 이들의 진단이다.

500년 전 개혁이라는 새로운 길을 걸었던 이들의 결단은 목숨을 내건 필생의 사투였다. 하지만 그 걸음을 이어가는 오늘날 교회들의 모습은 어떤가. 당시 외형 교회 건물을 짓기 위해 팔았던 면죄부, 구원을 보장받고자 행위와 미신적인 요소에 빠져있던 교인들, 성직자를 신격화 하는 현상 등은 마치 오늘의 교회와 데칼코마니처럼 대칭을 이루고 있다.

종교개혁 당시 ‘본질’로 돌아가 교회다움과 그리스도인다움을 살아내야 한다는 요청은 오늘에도 유효한 현실, 개혁자들의 피 흘림으로 외쳐졌던 종교개혁은 500년의 흐름 속에 빈 메아리로 유리하고 있다.


무엇으로부터의 개혁이었나?

종교개혁은 비본질적인 요소들로 뒤덮인 교회를 향해 본질로 돌아가자는 요구였다.
종교개혁은 교회의 행정적·도덕적·법적 부패에서 기인했다. 당시 교황은 영적 계급의 우월함을 주장하며 세속 정부 위에 군림하려 했고, 교황청은 성 베드로 성당 증축공사 빚을 청산하기 위해 가난한 교인들에게 면죄부를 팔았다. 교인들 역시 구원에 이르고자 앞 다퉈 교회가 지정한 ‘죄 사함’의 방식을 따르기에 급급했다.

종교개혁은 마르틴 루터가 1517년 10월 31일 비텐베르크 성당 정문에 당시 교회의 죄악상을 95개 항목으로 조목조목 지적하며 공개논쟁을 제안한 것에서 출발했다.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의 주요 내용은 교황의 면죄부 판매가 얼마나 복음을 왜곡시키며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허황된 맹신에 빠지게 하는지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었다. 루터는 “면죄부가 그 죄를 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미친 짓”(75)이라며 “교황의 면죄부는 아무리 하찮은 죄라도 사할 수 없다”(76)면서 면죄부라는 허상을 직시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참된 용서와 중보의 능력은 오직 하나님께 있으며, 오직 그리스도의 공로로써 죄 사함을 받을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또 “돈이 연보궤에 짤랑하고 떨어지는 순간 영혼이 연옥으로부터 풀려난다고 말하는 이들은 단지 인간적인 교리를 가르치는 것”(27)이라면서 “돈이 연보궤에 짤랑 하고 떨어지면, 욕심과 탐욕도 분명히 증가한다”(28)며 교회가 복음의 본질에 깊이 파고들기보다 세속적 탐욕을 증가시키고 있음을 비판했다.

또한 루터의 종교개혁 주장 가운데 핵심은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평등하게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있다는 ‘만인제사장설’과 인간중심의 종교에서 벗어나 하나님 중심으로 전환하도록 ‘오직 믿음! 오직 은총! 오직 성서!’를 개혁의 기치로 내걸고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거룩한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야 함을 강조했다.


부패한 교회, 목회자와 성도의 합작품(?)

“500년 전 종교개혁 당시 목적은 교회의 본질로 돌아가자는 것이었고 교회는 계속 개혁되어야 한다는 게 지향점 중 하나였는데 오늘날 교회는 제도화되고 타성에 빠진 모습이다. 군더더기들을 떼어내고 본질인 복음의 진리로 돌아가야 한다.”

<종교개혁, 그 현장을 가다>, <한국교회를 위한 칼뱅의 유산> 등을 펴낸 장로회신학대학교 박경수 교수(교회사)는 비본질적인 부분에 매여 있는 한국교회 현실을 지적하며 “종교개혁은 실현되지 못했다”고 진단, 종교개혁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교회에 대한 이해부터 새롭게 해야 함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교회는 하나님이 주인인 하나님의 백성 공동체”라는 인식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목회자를 청빙하면서 교회개척자금에 신자 1명당 일정액의 프리미엄을 매긴 권리금까지 계산하는 현실에 대해 “이때 교회는 분명 하나님의 백성이 아니라 그 가게(?)를 시작한 사람의 소유물임이 분명하다”면서 세속주의의 극단적 행태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현실을 우려했다.

박 교수는 만인제사의 실현에 대해서도 교회에 대한 바른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교회에서는 모두가 ‘선택된 자’, ‘형제’, ‘제자’로 불렸지만 중세를 거치면서 성직자와 평신도의 구별은 차별로 변하였고 점차 확대되어 계급이나 신분의 차이로 변질되고 말았다면서 “직분의 차이는 신분의 차이가 아니라 기능의 차이일 뿐임을 강조한 만인제사장설이야말로 개신교회 전통에서 핵심적인 특징 중 하나”라고 꼽았다.

그러나 오늘의 교회 현장은 성직자와 평신도의 이분법적인 구조가 고착화 되어 계급화가 여전한 것을 언급, “한국 개신교회 목회자들은 은연중에 빠져 있는 성직자주의에서 속히 벗어나 모든 신자가 동일한 하나님의 백성이요 제자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를 위해 “제도에 갇힌 교회를 공동체 중심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짚었다.

성도들 역시 개혁 정신으로부터 한참이나 멀어진 교회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음을 드러냈다. 종교개혁 당시의 교회와 다르지 않은 현실은 잘못 가르치고 또 잘못 배운 대로 안주하는 목회자들과 성도들의 ‘합작품’이라는 점에서 모두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늘고 있다.

모태신앙으로 환갑의 나이까지 신앙을 이어오고 있는 A집사는 목회자들의 ‘영적 우월감’에 따른 특권의식은 종교개혁 당시나 오늘이나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같다며 “문제는 영적 우월감을 가지고 성도들보다 우위에 선 것으로 여기고 더 나아가 도덕적인 부분이나 인격 등 다른 영역에서도 동일시하는 경향”이라고 보았다.

A집사는 목회자의 영적 우월성을 주장하는 것은 먼저는 목회자 자신의 문제지만 성도들의 지지(?)로 더욱 강력해진다는 점에서 성도들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수년 간 밖으로 터져 나온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재정 문제나 성범죄 등의 사례, 또 교회를 자녀에게 물려주는 세습의 경우도 성도들의 침묵과 동조가 아니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교회는 외부의 개혁 요구에도 아랑곳 않고 돌아간다.

A집사는 “국민들이 한국 정치를 욕하지만 정치의 핵심은 표심이다. 결국 답답한 정치는 유치하고 미숙한 민도의 반영”이라며 “교회 역시 목회자만의 책임이 아니라 성도들이 깨어있지 못하기에 목회자들의 권위를 떠받들며 강화시켜주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종교개혁 당시 외형의 종교 틀을 더욱 화려하게 세우기 위해 면죄부를 만들고 돈으로 그것을 샀던 교황과 교인들 간의 공조 관계나 교회의 몸집을 더 불리기 위해 하나님을 이 땅에서 부와 안정을 가져다주는 요술방망이로 둔갑시킨 번영신학에 기초한 오늘의 교회 곳곳에서 ‘현대의 면죄부’를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루터는 “교회의 진정한 보물은 하나님의 영광과 은혜의 증언인 가장 거룩한 복음”(62)이라며 “복음의 보물은 사람을 위해 부를 낚았던 그물”이지만 “면죄부는 지금 부를 위해 사람을 낚고 있는 그물”이라며 탐욕으로 물든 교회에는 복음이 설 자리를 잃게 되는 것을 밝혔다.

치과 의사이면서 중국인 유학생들을 섬기며 삶 속 제사장 역할에 힘써온 이영생 선교사(57, 가명)는 “교회 안에서 목사와 성도 간에 계급화 돼 있고 목회자들 사이에서도 교회 규모에 따라 서열이 나뉜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 선교사는 이런 현상의 원인은 “기독교에 우리나라의 샤머니즘 종교 틀이 그대로 덧씌워진 결과”라며 “자신이 하나님 앞에 나아가기보다 목회자를 신의 대리자로 여기고 섬기며 복과 안위를 구하는 형태”라고 짚었다. 목회자들 역시 그러한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성도들 스스로 설 수 있도록 안내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그런 현실이 답답해 교회를 떠나거나 문제제기 했다가 쫓겨나는 신자들이 적지 않다”며 문제시했다.

이 선교사는 성도 각자가 성숙한 신앙으로 서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인간의 죄성, 날마다 고백해야

박경수 교수는 “체코 프라하 후스 광장에 가면 바닥에 27개의 흰 십자가가 새겨져 있다. 부패한 교회에 맞서 종교개혁을 외친 신교 귀족들 27명이 사형당한 자리이다. 진리를 위해 자기 생명을 걸어야 했던 종교개혁의 길, 그 길 위에 선 우리는 얼마나 안일한 모습인가”라고 반문하며 오늘날 교회에서 행해지는 일들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것인지 근본적으로 돌아볼 것을 주문했다.

박 교수는 “교회의 머리는 예수 그리스도다. 한국교회는 무성한 잎사귀를 자랑할 것이 아니라 열매를 위해 본질을 찾는 쪽으로 돌아서야 한다”며 “어쩌면 아주 많은 다이어트가 필요할 수 있겠지만 교회와 성도 각자 나 자신이 하나의 열매가 되고자 한다면 한국교회는 소망이 있다”고 내다봤다.

A집사는 “영적 우월감의 근저에는 열등감을 감추려는 심리가 도사리고 있다”며 “열등감이 클수록 밖으로 드러나는 것에 연연하며 자신을 포장하게 된다”며 대형화를 추구하는 것은 더 큰 열등감의 반영이라고 보았다. 그는 열등감이 인간의 죄성에서 비롯된 바, 목회자나 성도들이나 모두 죄인인 것을 깨닫고 회개의 자리에 나아가는 것이 본질로 돌아가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인 극단 ‘배우는 사람들’ 대표로 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김건희 청년(32)은 종교개혁 당시나 오늘이나 하나님의 뜻을 묻고 음성을 듣는 데 소홀한 것이 인간 중심으로 흐른 원인이라고 보았다. 그는 “개혁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만 자기 모습은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 같다”며 “예수님의 모습 중 제일 닮고 싶은 부분은 하나님과 끝없이 대화하고 물었던 모습”이라면서 앎에서 멈추지 말고 하나님께 묻고 또 묻는 것에서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청년은 “지식적인 신앙에 머물지 않고 삶 속에서 끊임없이 물으며 사람 냄새 나는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야말로 박제된 신앙이 아닌 산 신앙으로 나아가는 길일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루터는 반박문을 통해 참된 회개가 무엇인지를 강조했다. 그는 반박문 시작부터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회개하라’(마 4:17)고 하셨을 때, 이는 믿는 자의 삶 전체가 회개하는 삶이어야 함을 말씀하신 것”(1)이라며 “내적 회개는 육신의 다양한 외적 수행을 수반하지 않는 한 무가치한 것”(3)이라고 분명히 했다.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이 아닌 참된 개혁의 시작이 되길 기대해본다.

정찬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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