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몇 년 간 한국교회에 유행하는 단어가 있다. 너무 흔해 이제는 식상해져버린 단어, 바로 ‘개혁’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비밀 없는 세상’이 되었고 이는 교회에도 여지없이 적용되어 내부 문제가 밖으로 표출되면서 교회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올해 가을 각 교단 총회에서 보고된 현격한 ‘교세 감소’와 교회의 미래인 청년들의 이탈, 늘어가는 주일학교 폐쇄 현상은 교회 신뢰도 추락의 반증이라는 분석이다. 불투명한 전망 앞에 새로워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팽배하지만 대안 없이 소리만 요란한 ‘개혁!’ 외침은 갈수록 힘을 잃는 분위기다.

이런 속에서 한국교회는 종교개혁 500주년(2017년)을 앞두고 이를 기념하는 행사 준비로 분주하다. 교단이나 연합기관별로 행사나 종교개혁의 의미를 짚는 서적 발간 등 대대적으로 준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행사와 외침은 지금까지의 것으로도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말’보다 ‘행동’이다. 그리고 행사보다 나 자신부터 개혁하는 몸부림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종교개혁 당시 개혁자들의 새로운 걸음은 생명을 내놓아야 하는 결단이었다. 그리고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그 죽음의 걸음에 동참했다. 그런데 오늘 우리의 모습은 어떨까. 교회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된 데는 사랑을 말하면서 실제는 ‘끼리끼리’인 이기적인 행태 때문이기도 하다. 성도들도 신앙의 영역을 교회를 넘어 이웃에게로까지 확장시키는 신앙과 삶의 일치 부분에서 미숙하다는 지적이 높다.

종교개혁 특집을 준비하며 많은 이들로부터 그것이 오늘에 갖는 의미에 대해 들어보았다. 그 가운데 가장 절실한 부분은 종교개혁을 먼 과거의 이야기로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매년 돌아오는 종교개혁주일을 단지 과거 우리의 출발을 기념하는 선에 그칠 것이 아니라 교회다움과 그리스도인다움을 향한 그 절박하고 단호했던 걸음을 우리 각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결단하고 나설 때 미완으로 남겨진 종교개혁은 비로소 실현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 한 걸음이 시작되길 고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