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돌아가는 형세가 살얼음판을 걷는 듯 아찔하다. 지난 10월 23일 열린 NCCK 실행위원회에서 가장 오랜 시간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서 논의된 사안은 한국교회의 연합을 공고히 하는 부분이나 사회 속에서 교회가 건강하게 역할 하는 것에 대한 부분도 아니었다. 단지 실행위원 교체의 적법성에 대한 논쟁으로 회의 대부분의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동안 NCCK를 취재하면서 이날처럼 ‘법’을 놓고 설왕설래한 적은 없었던 듯싶다. 실망스러운 것은 그 ‘법이요’를 외치는 이유가 ‘자리’ 때문이라는 점이다. 총무 후보 선임 건을 놓고 총회의 기능인 실행위원 교체를 실행위에서 처리해선 안 되다는 것이 쟁점이었다. 이 문제로 장시간 토론하면서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에 ‘우리가 한기총인가?’라거나 ‘표 동원’이라는 원색적인 발언까지 나왔고, 후보를 냈던 두 교단 간의 공세를 보다 못해 한 실행위원이 “부끄러운 일”이라며 표를 행사하지 않고 회의 장소를 떠나기도 했다.

결국 실행위원 교체에 대해 거수로 표결한 결과 통합교단을 제외한 여타 실행위원 다수가 교체를 찬성했다. 교체 위원까지 포함해 현 총무인 김영주 목사를 놓고 투표했고 과반의 3표를 넘어 총무 후보로 확정됐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예장통합이 기자회견을 통해 “불법”을 주장하며 “법적 대처”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으로 인선과정과 실행위원들의 의견을 무위로 돌리는 듯한 모양을 취하고 있다. 이번 총무 후보 인선 과정은 WCC 10차 총회 유치·준비 과정을 비롯해 그동안 NCCK 내에서 주도해온 통합을 견제하기 위한 ‘집단 따돌림’이었다는 말들도 나온다.

그동안 NCCK 회장이나 총무 선임에 있어 교단 순번에 따라 해오던 관행이 깨진 것은 이미 오래다. 하지만 한기총의 파행과 연합기관 난립이라는 수난시대에 NCCK마저 바닥난 에큐메니칼 정신을 여실히 드러내 보이는 상황이어서 더욱 안타깝다.

NCCK, 부디 ‘그리스도 안에서 한 분이신 하나님을 주로 고백하는 신앙운동’의 모습을 회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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