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분열교단’ 오명 벗고 ‘연합’의 대명사로… 예장개혁 총회장 안성삼 목사

개혁교단 간 화합·소통… 100회 총회 때는 대통합 기대

아비의 마음으로 모두를 품되 바른 길 계도에도 힘쓸 것

유럽·미국교회 쇠퇴, 해법은 기도·말씀에 전무하는 길뿐

   
▲ 안성삼 목사
예장개혁 총회장

한국에 복음을 전해준 유럽 교회들의 쇠퇴는 미래를 염려하는 한국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는 역으로 선교사를 보내며 과거에 진 빚을 갚기 위해 힘 쏟는 가운데 이미 13년간의 성공적인 유럽지역 선교, 광주혜성교회에서의 14년 목회 그리고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선교신학 교수 경험까지 더해 교단의 성장과 성숙에 만전을 기하는 예장개혁 총회장 안성삼 목사를 예장개혁 총회 본부(송천동)에서 만났다. “분열교단에서 연합의 대명사로 개혁교단의 정체성을 확립해 간다”는 그의 포부와 함께 유럽 교회의 교훈을 통해 한국교회가 새겨야 할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예장개혁은 작년 개혁교단의 큰 두 줄기가 통합을 이뤄냄으로써 분열교단이라는 오명을 어느 정도 씻어냈다고 봅니다. 그러나 아직도 개혁 이름의 교단들이 있습니다. 하나 되기 위한 방안을 말씀해 주시지요.

우리 교단이 파란만장한 역사의 수난 속에서 온갖 고난을 딛고 분연히 일어서서 세상을 향해 빛을 발하는 교단이 된 것은 하나님의 주권적인 섭리와 축복의 결과이며, 개혁교단을 지켜내고자 하는 열정과 교단을 지극히 사랑하는 여러 분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그분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겸손하게 섬기는 종의 자세로 총회장의 임무를 수행해 갈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혁에 뿌리를 두고 우리와 정서가 통하는 교단들과 화합·소통하는 길을 열어가도록 힘쓸 것입니다. 개혁교단의 대통합운동을 계속함으로써 그동안 분열의 대명사에서 연합의 대명사로 개혁교단의 정체성을 확립해 갈 것입니다. 교단을 떠나고 싶지 않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개혁주의 신앙과 신학의 기초 위에 모든 목회자들이 기쁨으로 그 사역에 임하도록 총회가 보호하고 단합과 결집의 구심점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하나 되는 것은 하나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일이고 선배님들이 부단히 힘써왔던 것으로서 DNA가 같은 ‘개혁’ 형제들끼리 붙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100회 총회 때는 개혁의 대통합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Q. 물리적인 통합보다 중요한 것은 내부적인 화합을 이뤄내는 일이라고 여겨집니다. 교단 간 통합, 노회별 영입 등 상당히 고무적인 일들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어떻게 나뉘어졌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을까요.

지난 6월 교단 교역자 수양회 폐회 설교 제목을 ‘아비의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아비의 마음으로 모두를 품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하나 되려면 서로서로 품어주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총회 운영에 관한 문제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수렴해 유익한 방향으로 뜻을 모으고, 생각을 달리하는 이야기도 총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알고 이해하고 아우르며 섬겨갈 것입니다.

그런데 사랑으로 품는 마음과 함께 아비가 해야 할 중요한 부분이 또 있습니다. 바르게 가도록 계도하는 것입니다. 교단 내 남아있는 부정적인 요인들을 바로잡아가려 합니다. 어떤 사실을 규명해야 할 일은 얼버무리거나 적당하게 지나가지 않을 것이며 사실을 분명히 규명하고 재발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그래야 깨끗한 총회가 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우선 시작한 일은 노회 정비입니다. 교회 수가 얼마 되지 않아 노회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친목모임 수준인데도 노회를 고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교단 간에는 통합했지만 바닥까지 이뤄지지 못한 것이지요. 노회가 약하면 총회를 후원할 수 없고 교단 전체적으로 같이 허술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10개 교회 이하의 노회는 통합하도록 했습니다. 이것은 작은 노회들을 보호하는 차원이기도 합니다. 허수(거품)를 빼고 분명하게 가자는 취지로 고민해오던 부분인데 지난 총회에서 헌의되어 임원회에서 지혜를 모았습니다.

또 하나는 학교 문제를 정리한 것입니다. 교단이 분열되는 아픔 속에서 신학교도 많은 상처와 아픔을 겪었습니다. 신학교는 미래 한국교회의 못자리와 같습니다. 지난해 통합할 당시 핵심 가운데 하나가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와 인준관계를 맺는 것이었는데 이것이 잘 시행되지 못했습니다. 이 부분 역시 헌의안이 상정돼 이번에 임원회에서 학교 측에 확인해 인준관계를 분명히 했습니다.


Q. 다락방 전도총회를 영입한 개혁 교단이 한국교회의 근심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또 전망은 어떻습니까?

다락방에 대한 실체를 알고 갔다기보다 노회별로 따라간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압니다. 그런 경우 대부분 돌아올 것이라고 봅니다. 돌아왔을 때 잘못을 탓하지 말고 따뜻하게 받아줘야 합니다. 다시는 개혁 안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돌아온 이들을 통해서도 배워야 할 것입니다.


Q. 총회장님의 사역해 오신 이야기를 듣고자 합니다. 우리가 복음을 받은 유럽과 미국교회가 쇠퇴하여 이제는 우리가 역으로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뜨거운 선교열정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총회장님께서는 교단의 초기 파송 선교사로서 일찍이 유럽 선교를 개척하신 것으로 압니다.

사역 배경을 설명하자면, 내 계획보다 하나님의 이끄심 따라 움직인 시간이었습니다. 세계교회성장연구소(W.C.G.I.) 수석연구원으로 사역하다가 1989년 12월 총회의 부름에 따라 6번째 선교사로 서구라파 개척선교사로 떠났습니다. 갑작스런 일이었지만 그때만 해도 순수해서 가라면 가는 거였어요. 가서 보니 하나님께서 왜 유럽에 보내셨는지를 알겠더라고요. 두 달 후에 현지인 상대로 벨기에 워터루에 첫 교회인 ‘BELGIUM 선교교회’를 설립한 데 이어 ‘MONS 선교교회’(1991), ‘ANTWERPEN 선교교회’(1992), ‘LUXEMBERG 선교교회’(1994) 등 각 지역이름으로 설립했고, 선교사로 간지 10년만인 1998년 6월 ‘BELGIUM Bruxelles EURO-MISSION-CENTER’를 설립했습니다.

가톨릭국가다보니 신교는 0.6프로인 현실 속에서 맨땅에 헤딩이었지요. 첫 교회를 세우자 멀리서부터 사모하는 마음으로 달려왔고, 부흥되면서 먼 지역 성도들의 요청으로 그곳에도 교회를 세웠어요. 장소를 빌려 교회를 선포하면 먼저 세워진 교회 성도들이 함께 헌신하고 후원하면서 교회를 세워갔습니다. 사역자가 없어 일주일 내내 1700km를 다니며 예배 드려야 했어요.

선교센터는 첫 교회와 멀지 않은 곳에 성당이 있었는데 폐쇄된 후 댄스클럽, 사격장 등으로 사용되다 마지막엔 도자기 굽는 공장이었어요. 교회들이 든든히 서가기 위해서는 선교센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마침 공장이 어렵게 돼 매각한다는 소식에 매입을 결정했지요. 4천 스퀘어의 대지에 아담하게 지어진 건물이었어요. 당시 돈으로 시세의 절반 가격인 21만 프랑에 계약했어요.

그런데 곧이어 한국에 IMF가 터지면서 모금이 불가능해졌고 은행에서도 한국인이란 이유로 대출을 허락하지 않았어요. 도무지 방법을 찾을 수 없어 낙심하고 있는데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성도들이 움직인 것입니다. 성도들이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어 계약금을 치를 수 있었고, 나토 사령부에 세운 MONS 교회를 거쳐 간 세계 각 곳의 성도들이 소식을 듣고 바자회 등을 통해 후원금을 모았습니다. 귀국할 때쯤엔 돈을 다 갚을 수 있었습니다. 교회는 하나님께서 세워 가신다는 것을 분명히 경험했습니다.

교단에서 선교지에 갑작스럽게 파송하더니 2001년에 다시 돌아오라고 해서 교회는 현지인 사역자들을 세우고 선교센터는 신실한 한국인 선교사님이 맡으시도록 하고 귀국해 광주 혜성교회에 부임했고,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7년째 선교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Q. 유럽 교회들의 쇠퇴가 한국교회에 주는 교훈은 무엇입니까.

한국교회도 오랜 기간 지속된 침체를 벗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교회의 침체를 인간적인 방법으로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다만 유럽교회와 미국교회의 쇠퇴 속에서도 그 안에 알차게 말씀 중심을 고수하는 그룹들을 통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도 하나님의 영을 따르는 부류와 인간적인 영으로 움직이는 부류로 나뉠 것입니다. 직업의식으로 신학교에 가고 영혼을 사랑하는 뜨거운 열정은 식어지고 있습니다.

해법은 사도들이 ‘기도와 말씀 전하는 것에 전무하리라’(행 6:4) 했던 것을 우리도 지키는 길밖에 없습니다. 믿는 자들이 많아지고 구제의 문제 등이 생기자 사도들은 그것을 더욱 키우려 하는 것이 아니라 기도와 말씀을 붙들었습니다. 기도와 말씀, 이 두 가지를 놓치면 다 죽는 것입니다. 지금 한국교회는 그 시점에 놓여 있습니다. 교회의 외적인 성장이 아니라 목회자 자신부터 영적 성장을 위해 힘써야 합니다.

저도 선교지에서 바쁘게 사역하면서 탈진(burnout)을 경험했습니다. 혼자 6개 교회를 섬기면서 안 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마음은 없이 몸만 갈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 하나님께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걸 깨닫게 하셔서 분주함을 멈추고 기도와 말씀으로 들어갔습니다.

국내 개척교회의 경우 일에 대한 탈진보다 자기 내면의 갈등, 패배감, 낮은 자긍심으로 흔들리는 것을 봅니다. 하지만 두세 사람이라도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양으로 믿고 기쁘게 섬기고 양육하면 하나님께서 목회자 자신의 역량과 사역할 그릇을 키우시는 것을 봅니다. 목회의 길을 준비하는 제자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은 것은 내 안의 불이 꺼지지 않도록 기도와 말씀에 전념하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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