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63회 총회에서도 ‘법대로’가 관건이었다. 총무 인선을 앞두고 실행위원회에서 실행위원 교체의 적법성을 집요하게 따지던 예장통합이 기어이 사회법에까지 법적 판단을 요구하다 기각된 마당에 정기총회에서도 총무 투표 정족수를 법대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뜻대로 되지 않자 통합총대 전원이 퇴장, NCCK 초유의 사태를 줄줄이 양산하는 모습이다.
예장통합은 이번 총무 인선 과정에 대해 ‘한국교회의 공공성 훼손’이라는 말로 자신들의 정당성을 표현하고 있지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90년간 지켜온 합의구조를 깼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번 김영주 총무의 중임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의견은 통합의 반응만은 아니었다. 인선이 진행되던 초기만 해도, 특히 WCC 준비 과정에서 한기총과 무리하게 진행한 ‘1.13선언’이라든지 일부 인사들에게 휘둘렸던 모습 등 한국교회 연합기관 수난시대에 최후의 보루인 듯 남아있는 NCCK를 흔들림 없이 지켜낼 수 있는 인물인가에 대해 그리 큰 점수를 얻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결과는 결국 김영주 총무의 중임으로 결정됐다. 그 배경에는 김 총무를 강력히 지지한다기보다는 여타 회원교단들의 반 통합정서가 강했다는 것이 일각의 분석이다. 인선위원회의 선택과 NCCK 실행위원회 그리고 이번 정기총회에서 총무 선임 투표 결과가 그것의 반증이라는 이야기다.

실제적으로 NCCK 살림 전반을 총괄하는 총무 자리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던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이번처럼 밖으로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난 적은 없었다. 서로 미흡한 부분이 있더라도 합의구조 속에서 결정에 순응해 왔다. 그것이 에큐메니칼 정신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크고 작음의 논리가 통할 수 없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예장통합의 ‘몽니’(?)는 그동안 NCCK 안에서 암암리에 크기를 과시해 온 통합의 자승자박으로 비쳐져 더욱 안타깝다. NCCK가 깨어진 합의정신을 어떻게 회복해 갈지, 더 큰 지혜와 노력이 필요한 때다.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