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와 웹툰 미생(未生)이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그 이유는 아마도 현대 한국인들의 심리를 가장 정확히 표현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할 것 없이 모두 불안한 직장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미생은 자신들의 이야기이다.

미생(未生)이란 바둑용어인데, 아직 완생(完生)하지 못한 돌을 의미한다. 두 집 이상을 내야만 완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직 두 집을 마련하지 못한 돌을 미생마라고 한다. 그러므로 드라마 미생은 ‘당신은 완생했는가?’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듯하다. 이왕에 바둑 용어를 썼으니 하나 더 쓰면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용어를 쓰고 싶다. 이 말은 큰 돌은 죽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마도 드라마 미생에서 대마(大馬)는 정규직, 그 중에서도 고위직을 의미할 것이다.

그러나 바둑에서는 완생하지 못하면 대마라고 할지라도 반드시 죽는다. 따라서 드라마는 스스로 대마라고 자부하는 정규직에게도 미생이라는 굴레를 씌워놓고 있다.

드라마의 의미를 충족시키기 위한 완생은 우선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다음으로 그 직장에서 명예퇴직이나 정리해고 등을 당하지 않으면서 가족을 충분히 부양하고, 마지막으로 자기의 노후를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상태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이런 완생이 결코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이것이 한국인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현대 한국인들의 심리코드는 미생이 아닐까 싶다. 불안심리가 한국인들의 마음 속 깊이 자리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역설적이지만, 이러한 현상은 기독교가 복음을 전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기독교는 효과적으로 복음을 확장하기보다는 자기방어에 여념이 없다. 종교인 과세 문제,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대형교회들의 스캔들과 대중매체의 교회 관련 부정적 보도, 연합기관들의 분열, 동성애 문제 등 사회 이슈(issue) 전반에 걸쳐서 교회는 수세적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연하면, 한국교회는 생동감 넘치는 이슈를 선점하지 못하고 오히려 교리적 문제 혹은 교회라는 성역(聖域)을 지키기 위한 자기방어에 여념이 없다. 그 결과 한국교회는 외면되고 있으며 존재가치를 의심받고 있기도 하다. 이것이 현대 한국교회의 현주소가 아닐까 싶다.

2015년 새해가 밝았다. 이제 더 늦기 전에 한국교회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한기총과 한교연은 통합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한국교회가 예언적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는 본래 예언자적이다. 말씀에 기초해서 현재의 문제를 분석해 내고, 미래를 예측하며, 세상이 줄 수 없는 평화를 선포하는 것이 교회가 담당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한국교회는 그 동력을 상실했다.

더 큰 문제는 그러고도 그것을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치유하기 위해 제안하고 싶은 것은 “거룩한 독서(Lectio Divina)”이다. 성서와 신앙 서적들 뿐 아니라 각종 신문과 서적들을 거룩하게 읽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거룩한 독서는 사회의 이슈를 선도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줄 것이다. 쉐퍼(Francis August Schaeffer, 1912-1984)에 의하면, 교회와 신학은 이미 오래전에 철학에게 이슈를 선도하는 자리를 추월당했다. 이것은 교회가 예언자적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후 철학은 다시 경영학에 그 자리를 내 주더니 최근에는 그 자리를 영화가 꿰차고 있다. 사람들은 영화를 통해서 미래를 예측하고, 영화가 제시하는 이슈에 반응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빼앗겼던 자리를 회복해야 한다. 거룩한 독서로 예언자적 기능을 회복하여 한국사회에 교회의 존재가치를 증명해 내야 한다. 이것이 2015년에 한국교회가 가장 시급하게 회복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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