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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여행 132 / 당나라 기독교(景敎) - 57
조효근 목사  |  dsr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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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1호] 승인 2015.02.27  15:3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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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서안, 진시황제릉 병마용 모습.

 

"당태종은 옆에 있는 알로펜에게 재미있느냐고 묻는다.
알로펜은 황제의 재미스러운 말솜씨에 쉽게 어울릴 수는 없었다.
그들이 바라보는 당나라와 고구려 군의 혈전은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이다.
알로펜은 황제를 따라서 종군이랍시고 이토록 처절한 싸움터
한복판에 서있자니 자신의 무력감이 한탄스러웠다."


<당-고 전쟁 ③>

당태종의 흥분은 예상 외였다. 젊은 날의 이세민을 잘 알고 있는 대장군 이세적이 살피기에도 너무 서두른다는 느낌이 강했다. 왜 저러실까? 세계사의 중심에 선 나라, 대당제국의 명 군주요 성군으로 이미 정평이 나있는 태종 이세민의 정관 19년이면 그의 통치 19년으로 스물아홉살에 등극했으니 지천명에 다가선 나이로서 하늘의 명을 받든다 할 수 있고 하늘의 이치를 해독할 수도 있는 경지라 하겠다. 그런 그가 지금 그들의 기준으로는 하찮은 전쟁터에 나아감이요, 아랫것들에게 버르장머리를 가르친다는 가벼운 마음일 수 있을 터인데 당태종의 모습이 오늘따라 조금은 작아 보였다.

정관 19년 정월이다. 노사대(요녕시 남쪽)에 이른 양선이 하천 바닥이 얕은 줄을 모르고 접근했다가 그만 좌초하고 말았다. 거대한 군선이 옴싹달싹하지 못하고 진흙탕에 박혀버렸다. 귀운사 위정의 실수였다. 운하의 흐름을 충분히 점검하지 못한 결과였다. 그는 중벌을 자초한 죄수로 낙양으로 압송되었다.

그 해 2월 당태종은 원정군을 이끌고 낙양을 출발한다. 소우를 낙양 유수로 임명하고, 태자에게는 자신이 정주를 떠난 후부터 정사를 돌보게 하였다. 이에 이미 은퇴한 울지경덕이 어의 부당함을 들어 상소를 올렸다.

폐하는 요동으로 떠나시고 태자는 정주에 머무시면 장안과 낙양은 나라의 심장이거늘 어찌하려는 것이냐고 간절하게 호소했다. 그러나 태종은 울지경덕의 상소문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의 길을 떠났다. 그러나 그는 뒤늦게 생각났다는 듯이 울지경덕을 좌일마군 총관으로 삼아 원정군에 합류시켰다.

태종은 업현성에 당도하자 한나라 때 승상 조조의 단에 제문을 올리고 제사를 드렸다. 임기응변과 적을 헤아리는 재주가 일개 장수를 뛰어넘어 만승천자의 지모를 가졌었다는 승상 조조를 닮고 싶었을까. 곧바로 태종은 정주로 향한다. 그래서 보름을 머물면서 군왕이 아니라 전선의 총사령관의 모습을 갖추고 전선으로 더 나아간다. 장손무기, 잠문본, 양사도가 태종의 어가를 수행했다. 요동으로 이동했다. 두려운 곳이다. 영주 도독 장검은 부대를 이끌고 일직선으로 남하하여 요하 하류를 건너서 건안성을 목표로 진격했다. 이보다 앞서 영주(유성)를 출발한 이세적 부대는 회원진으로 방향을 잡았다가 북쪽 통정진으로 갔다.수나라가 고구려 정벌차 잡았던 방식으로 당나라 대군이 몰려온다고 믿고 있었던 고구려군이 뒤통수를 맞았다. 회원진에 주력군을 배치시켰던 고구려는 이세적 장군에게 당했다. 회원진을 크게 돌아서 고구려 방어군이 비교적 한산한 곳으로 치고 들어가기 위해 통정진을 택한 것이었다.

이세적은 수나라 양제가 고구려 침공 때 설치했던 부교를 이용해서 현토성(요영성 심양)으로 쳐들어갔다. 허를 찔린 고구려 군은 기겁하여 성문을 닫고 수성에 치중했다. 부대 총관 이도종이 수천 명의 기병과 보병을 이끌고 신성에 이르렀으나 역시 고구려 군은 성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이세적과 이도종 장군의 연합군은 신성이 생각보다 견고함을 발견하고 전략을 바꿨다. 신성과 큰 하천을 끼고 있는 개모성을 공격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당 군과 고구려 군은 치열한 공방전을 계속하여, 드디어 당 군은 개모성을 함락하고 2만여 명의 포로와 10만 석이 더 되는 군량미를 노획하는 전과를 올렸다.

당태종의 주력군은 요택(요양시 서쪽)에 당도하였으나 그들 앞에 나타난 늪지대로 길이 막혔다. 이곳은 유명한 공포의 현장이었다. 사방으로 2백리가 더 되는 시궁창이고 진흙 뻘인 이곳을 그들은 피할 수가 없었다. 장군들이나 장수들은 물론 군사들이 진땀을 흘리면서 마른 흙을 운반하여 길을 만들고 임시로 다리를 설치해 겨우 대군이 통과했다.

고구려는 요동성에서 당나라 대군을 기다렸다. 지난 시절 수나라 양제의 군사와 무서운 혈전을 벌였던 그곳이다. 주변의 성에서 기병과 보병 5만여 명을 추가로 지원받고 단단히 벼르며 기다렸다.
개모성 함락에 성공한 이세적 군이 남하하여 요동성(요녕시 요양시) 가까이로 오고 있었다. 이세적은 이도종에게 기병 4천기를 주어 고구려의 증원군이 쉽게 본진과 합류할 수 없도록 별도의 작전을 세우라고 명했다. 그러나 쉽지 않은 작전이었다.

이세적은 먼저 황제의 군을 기다리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다. 이도종과 함께 황제의 군을 맞이했다.
고구려 군과 당의 마문거가 접전을 벌이고 있다. 마문거의 부대가 황제가 가까이 있어서인지 기세를 올리면서 고구려 군을 단숨에 집어삼킬듯이 으르렁거린다. 양 군이 크게 충돌하는가 싶었는데 총관 장군예가 주춤거리더니 뒷걸음질을 친다. 당군은 갑자기 수세에 몰려 체면을 구겼다. 멀리서 지켜보던 이도종 장군이 군사들을 다시 모으고 기회를 보자며 안심시켰다. 한순간 상대방 고구려 군이 다소 문랑해진다는 느낌을 따라 이도종은 거의 동물적인 본능이 작동하여 주력군 중 기병 수십기를 보내어 적진을 휘저어 버렸다. 고구려 군은 당장 혼란에 빠졌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용호상박이라던가. 양 군은 만만치 않았다.

당태종은 옆에 있는 알로펜에게 재미있느냐고 묻는다. 알로펜은 황제의 재미스러운 말솜씨에 쉽게 어울릴 수는 없었다. 그들이 바라보는 당나라와 고구려 군의 혈전은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이다. 알로펜은 황제를 따라서 종군이랍시고 이토록 처절한 싸움터 한복판에 서있자니 자신의 무력감이 한탄스러웠다.
한순간, 이세적의 대군이 태풍처럼 몰려들었다. 전쟁터에서 살았다는 이세적은 앞서 싸우던 당-고 군의 아기자기한 싸움처럼 시간을 끌지 않았다. 태풍인가 했더니 어느 순간 회리바람인지 돌개바람인지가 몰아쳐서 고구려 군을 괴멸시켜 버렸다.

황제는 기분좋게 요하를 건너기 위하여 행보를 서둘렀다. 그러면 그렇지. 이번에 건방진 연개소문은 끝장이다. 이세적의 박력 넘치는 강온 전략은 통쾌하기까지 했다. 당태종은 흥분했다. 당장이라도 연개소문이 그의 앞에 있다면 그와 단판 승부라도 하고 싶을 만큼 기운이 충천했다.

태종은 명령을 내렸다.
“우리가 건너온 다리를 모두 철거하라!”
퇴로를 없애기로 했다. 그와 그의 부하들이 요택을 건너기 위하여 얼마나 수고했던가. 임시 다리를 만들기 위하여 태종 스스로도 거들면서 전군의 힘을 다 했다 할 정도로 애써서 만든 부교를 없애버린 것이다. 불퇴전이다. 우리는 고구려를 완전히 굴복시킨다. 태종이 몸소 다리를 깨부수도록 했으니 그의 휘하 장수들 어느 누구도 망설임이 없었다.

태종은 마수산에 진을 쳤다. 그간의 전투상황을 보고 받은 태종은 이도종 장군에게 상을 주고 마문거는 중랑장으로 승격시켰다. 그리고 바로 그 자리에서 치열한 전투 중에 흐름을 깨트려서 아군에게 큰 피해를 준 장군예의 목을 베어 상벌을 분명히 했다.

이세적은 황제의 엄호를 받는 전쟁터에서 마음껏 뽐내면서 그의 부대를 지휘했다. 목표는 요동성이다.
고구려 군은 어수선했다. 당군의 신 병기들도 무섭거니와 당태종이 코앞에까지 나타나서 수많은 군사를 사실상 총지휘하고 있지 않은가. 더구나 이세적이다. 당군의 최고 명장으로 일컬어지는 그가 요동성을 노리고 있다. 당군의 포차는 3백근이나 되는 돌멩이를 수백미터 멀리서 날려 보내고 있다. 그들의 포차에서 날아온 집채만큼 한 돌멩이가 성벽에 타격을 주었다. 고구려는 비오듯 날아오는 돌멩이들을 막기 위해 성벽 위에 목책을 쌓으며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이세적의 성문 파괴용 당차가 성문을 부수기 시작했다. 고구려 군도 뒤질세라 포차들이 쏘아 보내는 돌멩이가 타격을 주는 성을 복구하고 당군이 성벽을 타고 기어오를 수 없도록 반격을 가했다.

이 같이 밀고 당기는 전투가 무려 12일 동안이나 계속되었으나 양측 군사들은 지칠 줄 몰랐다. 박빙이었다. 생각보다 고구려 군이 강하고 민첩함을 보이자 당태종은 초조한 낯빛이었다.
“폐하! 심기를 편히 하소서. 제가 보옵건데 폐하의 군대는 잘싸우고 있나이다.”
“그런가? 주교가 보기에도 그게 틀림없지…?”
“네, 그렇습니다. 머지않아 고구려군이 백기를 들고 나오기를 소인은 기대하고 있나이다.”
“그럴 거야. 그러나 내 예감은 썩 좋지 않구먼. 고구려가 결코 만만치 않아 보인단 말야….”

당태종은 화공을 명했다. 지지부진한 전투를 그냥 끌고 갈 수가 없었다. 남풍이 부는 때를 놓치지 말고 장대를 타고 성벽에 올라 성루를 장악토록 명령했다. 드디어 기선을 제압했다. 남풍의 도움을 받아 불길은 성루를 삼켰다. 불길이 성내로 번졌다.

고구려 군은 이리 뛰고 저리 달리면서 불길을 잡고 성을 지키려 했으나 당태종의 격려를 받은 당군은 개미 떼처럼 성벽을 타고 올랐다. 그들은 성내로 진입해 성문을 열었다. 이세적의 주력군이 성내로 진입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요동성이 무너졌다. 고구려 군은 1만여 명이 전사했고 민간 지원병과 민간인들 4만여 명이 포로가 되었다. 군량미 50만 석을 당군에게 빼앗기는 완전한 패배를 맛보았다. 당군은 기세 등등, 이웃해 있는 백암성을 삼키려 들었다. 고구려는 백암성 사수를 위해 오골성 주둔 군 중에서 1만명을 백암성 지원군으로 보냈다. 그러나 이세적과 당태종의 협공을 받은 백암성 성주 손대음이 항복을 청했다.

백암성 성주는 항복하고 백기를 꽂았다가 마음을 바꿔 당군에게 항전을 계속했다. 화가 난 당태종은 성주 손대음을 꾸짖으며, 성을 점령하는 날 성 안의 남녀와 재물을 모두 장졸들에게 나눠주겠노라고 자중지란을 유도했다.
이에 이세적이 태종에게 달려와서 항의했다.
“군사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싸우며 자기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는 것은 노획물을 탐하기 때문임을 아시지 않습니까. 그런데 성이 점령될 시간에 적의 항복을 받아서 내 부하들을 실망시키십니까?”
태종은 이세적의 항변을 든자 곧 말에서 내려 그에게 사과했다.
“장군, 내가 잘못했소. 나를 용서하시오. 당신의 부하들에게 줄 재물은 당군의 창고에 있는 것으로 나눠주겠소.”

이것이 당태종의 모습이다. 알로펜은 이 순간의 황제 모습을 깊은 인상으로 그의 가슴에 새겼다. 당태종이 중국의 역대 군주들 중에 특별히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더니 바로 저 모습이구나.
이세적은 태종의 이 같은 모습에 잠시 당혹스러워 했으나, 바로 이 모습이 나의 주군의 참모습이라는 확인을 또 한 번 했다.
당태종의 위세는 점령군 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요동성에서 얼마간 지체하기는 했으나 그들의 군세는 파격이었다. 이런 식으로 하면 고구려가 무너질 날이 눈 앞에 보이는 것 같았다.

다음 점령지는 어디냐? 당태종과 이세적의 의견이 갈렸다.
태종은 전 당조 수나라 때를 예로 들면서 난공불략의 안시성을 우회하여 건안성을 치자 했다. 그러나 이세적은 아니었다. 안시성을 뒤에 두고 건안성을 치다가 요동성에 있는 우리의 군량이 끊기거나 하면 어찌 되느냐고 주장했다. 태종은 이세적에게 양보했다. 그들은 안시성을 치기로 합의했다.

• 작가 조효근 : 1976년 『월간 문학』 신인상 소설 등단.
대학에서 세계교회사 및 종교사 38년째 강의.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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