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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당나라 기독교(景敎)_ 59알로펜의 아시아(AD 610~1625) 천년여행 <134>
조효근 목사  |  dsr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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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3호] 승인 2015.03.25  17:3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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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서안, 대진사 가는 길의 도교 본부.

 

 ““폐하, 소원이 딱 하나 있나이다.
전에 폐하께 올린 말씀인데 당제국의 변방 하층민들을 계몽하고
그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하여 그들이 문명인의 생활을 하게 하고 싶나이다.”
“허허, 그건….”
태종은 10여 년 전 알로펜이 자기에게 집요하게 요구했던 종교의 대중화라고 할까,
하층민들을 계몽한다는 내용인데, 옛 성현들의 가르침을 보면 백성들은
아둔할수록 통치가 원활하다 하였기에 쉽게 허락할 수가 없었다.


후계 절차

끝이 오고 있구나. 당나라의 태양이 지고 있다. 당나라에 와서 머무는 동안 태종의 무용담에 대해서 여러 번 들은 바 있었다. 금번 그가 요구한 종군에 대해서도 실은 알로펜 자신이 객기어린 호기심이 얼마간 작용했던 경험이었다.

그러나 태종은 고구려와의 전쟁터에서는 용장이나 명장의 모습은 없었다. 조급하게 서두르기도 하고 초조한 모습을 드러냈었다. 왜 그렇게 허둥대고 성급했는지, 때로는 그런 그와 마주치기도 민망했다. 특히 안시성 전투에서는 양만춘과 당태종이 뚜렷하게 비교되었다. 대세의 흐름으로 볼 때 당나라 군대의 위용은 대단했었다. 안시성을 내려다보면서 성 안의 움직임을 샅샅이 살필 수 있을 때는 양만춘의 안시성이 무척 초라하기까지 했었다. 그만큼 고구려의 세력은 열세였고, 또 위치상으로 볼 때도 독안에 든 쥐까지는 몰라도 포위망 안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아차, 연개소문 대막리지가 당나라 후방을 공격했지…. 여기까지 생각한 알로펜은 전쟁 상황의 묘수를 또 생각해 보았다. 연개소문은 수나라 창업자인 수문제와 수양제 부자가 4차례나 공격해왔으나 그들의 기세를 꺾고 고구려를 지킨 인물 중 한 사람이라는 거다. 금번 종군 중 현장에서 연개소문의 전략으로 보아야 할 당나라 후방 교란을 동반한 양동작전은 명품 중 하나가 아닐 수 없었다. 바로 이 작전이 전쟁 영웅인 당태종을 고구려 영토에서 쫓아내버린 고구려인의 기상이 아니었을까.

알로펜은 참담한 꼴이 되어 도망질친 당태종을 따라 함께 삼십육계를 놓았던 자신의 꼬락서니까지를 생각하니 눈물이 날 정도로 웃음이 나왔다. 서글픈 추억의 한 장면이 되었다. 전쟁터에서 돌아온 지 하루 만에 알로펜은 마리아와 쿰바홀 부주교를 불렀다. 안토니도 쿰바홀과 함께 주교의 집무실로 왔다.

“안토니 사제 잘 왔어요. 그러지 않아도 부르려던 참이었지.”
“저는 이제부터는 부르시지 않아도 주교님 곁을 지키려 합니다.”
“거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가?”

“네, 주교님 얼굴을 보세요. 금번에 황제를 따라서 종군하셨는데 그 몇 달이 10년쯤 된 듯해요. 그만큼 늙어버리셨어요. 어찌 몸 아끼실 줄을 모르십니까.”
안토니의 얼굴에는 얼마간의 노여움까지 드러났다.
“그렇구먼요. 제 눈에도 말입니다.”
쿰바홀이 끼어들었다.

“그래도 목숨은 가지고 오셨으니 감사해야지요.”
마리아 교수는 한술 더 떴다.
“내가 많이 걱정되었나보군요.”
알로펜은 두 손으로 자기 얼굴을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

“그건 그렇고, 내가 오늘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것은 당나라에서 우리의 선교에 대한 특별한 각오를 해야겠다는 의견입니다.”
“무슨 말씀이세요?”

쿰바홀이 눈이 동그래진다.
“태종 대왕의 시대가 저물고 있어요. 곧 양위하지 않으실까 싶더군요.”
“네? 정말이세요?”
마리아를 비롯한 저들 모두는 동시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영원한 제국을 꿈꾸던 당태종도 인간일 수밖에 없어요. 현재 태자 이치가 대리집권을 하고 있으나 황제가 언제 세상을 떠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아마 태종의 시대가 끝나면 우리 선교단에도 위험이 다가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오늘은 의논해보고 싶군요.”
“주교님, 어떤 기준으로 그렇게 비관적인 판단을 하십니까? 저 쿰바홀의 생각으로는 오히려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봅니다만….”

“어떻게 좋아진다는 것인가요? 또 우리에게 권력자의 도움이 더 필요하다는 것인가요?”
갑자기 알로펜의 말씨가 거칠어졌다. 그러자 입을 열려던 안토니가 눈을 내리깔고 침묵했다. 쿰바홀도 주춤거리기는 마찬가지였다.
“마리아 교수님은 한 말씀 안하십니까?”
“네, 저는 주교님의 심정에 동의합니다. 우리는 당나라에 온지 14년 동안 너무나 많이 누려왔습니다. 그리고 태자께서는 마음이 온유하여 우리를 위해서 좋은 일을 하고 싶으시겠으나 그의 주변에 새 황제의 뜻을 가로막는 세력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이게 세상의 이치요 힘의 흐름이라고 봅니다.”
“아하, 대단하십니다. 역시 교수님이시네요.”
안토니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마리아를 바라본다. 그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을 때 궁성에서 관리가 찾아왔다.

“대왕 폐하께서 주교님을 찾으십니다.”
“무슨 일입니까?”
알로펜은 혹시 태종이 위독한가에 생각이 미쳤다.
“글쎄요. 제가 뭘 아는 게 있겠습니까. 저희는 마차만 준비해 왔습니다. 속히 가실 준비를 해 주세요.”
알로펜은 안토니와 동행하기로 했다. 혹시 황제가 태자를 만나게 해 줄 수 있다. 그때 그는 안토니를 태자에게 부탁할 요량이였다.

당태종은 정관 10년(AD 636년) 때부터 왕조 창업과 수성에 대하여 주요 신하들과 토론했고, 창업의 절차는 완수되었으니 왕조를 어떻게 하면 천년까지라도 지킬 수 있을까를 놓고 고민했다. 진나라나 수나라 꼴이 되지 않으려면 좋은 황제와 신하는 물론, 현재 태자 이치가 왕조를 잘 이끌어야 했다.
태종은 태자 이치의 후계가 결정된 후 철저하게 교육을 시켰다. 왕조가 반석 위에 자리 잡으려면 황제의 자리가 얼마나 중요함을 그는 잘 아는 황제였다. 그는 황제의 집무시간에도 태자를 곁에 두고 황제가 신하를 어떻게 대하는가, 국사를 어떻게 운영해 가는가에 대해서 지켜보게 하였고, 밥상머리 교육부터 태자를 바르게 가르쳐왔다. 이 같은 사정을 잘 아는 알로펜 주교는 태자의 새 황제 시대와 알로펜의 당나라 기독교 관계도 일러줄 필요를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알로펜은 태종의 처소로 인도되었다. 알로펜을 보자 태종은 온 얼굴에 미소를 담고 두 손을 내밀었다. 황제의 얼굴이 반가운 미소로 가득했으나 귀 밑에 파고든 흰 머리칼은 물론 얼굴의 주름살은 병색을 모두 털어내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것을 보면서 알로펜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슬픔이 뭉클 솟아올랐다.
“대왕 폐하! 강녕하심을 원했나이다. 만수무강하소서.”

알로펜의 울먹이는 목소리에 잠시 생각에 잠겼던 태종이 말했다.
“주교님! 그동안 내게 주신 충고들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제 곧 새 황제가 될 태자가 이리로 옵니다. 내가 단단히 일러 놓겠소. 주교를 대할 때 어찌해야 할지를 가르치겠소.”

“황제 폐하! 그리 마소서. 지금까지 베푸신 은혜만으로도 이 하늘과 땅을 덮을 만큼이옵니다.”
“주교는 무슨 말을 그리 하시오. 내가 잘해주지 못했다고 날 꾸짖는 것만 같소이다 그려.”
“폐하! 천부당만부당이옵니다. 신이 그동안 폐하의 은혜를 아주 많이 입었음을 폐하께서 잘 아시옵니다.”
그때 환관이 태자께서 밖에 와 있노라고 했다.
“모셔라!”

태자 이치가 들어왔다. 알로펜은 성큼 몸을 일으켜 태자께 머리를 숙였다.
“소인 알로펜 주교입니다. 강녕하시옵니까?”
“무슨 말씀이 그러하신가요. 제가 주교님을 한두 번 뵙습니까. 저는 이미 주교님을 부황께 드리는 예로 모시고자 합니다.”

“그래야지. 역시 태자는 장치 성군의 자질을 마음껏 드러낼 거야. 그래, 그래야 하고 말고, 주교님을 날 대하듯이 꼭 해야 하느니라.”
“아바마마! 맹세코 그리 할 것입니다. 소자를 믿어 주시옵소서.”
“그래, 태자도 자리를 정하라. 주교님도 앉으시오.”
알로펜은 황제에게 안토니를 특별히 소개하고 싶었다.
“폐하! 오늘은 제가 제 아우를 데려왔나이다. 이 기회에 황상을 알현할 은혜를 입게 하소서. 그리고 태자 마마도 뵈올 수 있도록 윤허하소서.”
“그래, 그러다마다. 어서 들어오라 하라.”

안토니가 환관의 안내로 당태종 앞에 나타났다. 그는 들어오면서부터 기어오고 있었다.
“어허! 중국 경교의 제 2인자가 뭘 그렇게 조심스러워하는가. 내가 무슨 사람 잡는 호랑이라도 되는가?”
당태종이 안토니를 자세히 바라본다.

“나는 또 누구라고…, 이분은 거 안토니 사제 아니신가?”
알로펜과 안토니가 깜짝 놀라서 말을 잃었다.

“…. 아니 폐하! 어찌 소인의 이름까지를 기억 속에 담고 계셨나이까. 영광이옵나이다.”
안토니는 황제께 아뢰고 다시 머리를 숙였다.
“머리를 드시오. 나는 황제나 주교 또는 사제는 동급인 줄 알고 있습니다. 태자, 내 말이 맞지요?”
“네, 폐하! 저도 그리 배웠나이다.”

“좀 편히들 앉으시오. 내가 알로펜 주교나 안토니 사제께 긴히 부탁이 있소이다. 다름이 아니라 내가 부득이하여 태자께 양위를 하려고 합니다. 이 거대한 제국을 짐의 불편한 몸으로 지탱해 가기가 힘들어요. 다행히 태자를 내가 일찍부터 교육시켰고 또 그의 심성이 나보다 더 덕스러운 황제의 자질을 가졌음을 압니다. 이제 단 하나, 저 하늘의 주인이시 천제께서 알로펜 주교와 여러분을 통해 경교를 당나라에 선물했으니 얼마나 든든합니까. 부디 아직은 어린 내 아들 태자를 두 분 사제께서 잘 지도해 주시기를 바랄 뿐이오.”

황제는 여기까지 말하고는 힘이 드는지 이마에 손을 짚고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태자는 물론 멀찍이서 지켜보던 태감이 황제께 달려왔다.

“폐하! 어의를 부를까요?”
태종은 이마에 한 손을 짚은 채 다른 손을 내젓고 있었다.
“내가 아버지를 침전으로 곧 모실 터이니 걱정 마시오.”
알로펜이 일어서려는데 태종이 몸 매무새를 바로잡고 자리를 고쳐 앉는다.
“주교! 필요한 것이 있으면 내게 말해보시오. 내가 선물하리다.”
그 순간, 알로펜은 바로 이때다 싶은 생각이 떠올랐다. 처음 당나라에 왔을 때(정관 9년, AD 635년) 시도했다가 태종의 반대에 부딪친 내용이었다.

“폐하, 소원이 딱 하나 있나이다. 전에 폐하께 올린 말씀인데 당제국의 변방 하층민들을 계몽하고 그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하여 그들이 문명인의 생활을 하게 하고 싶나이다.”
“허허, 그건….”

태종은 10여 년 전 알로펜이 자기에게 집요하게 요구했던 종교의 대중화라고 할까, 하층민들을 계몽한다는 내용인데, 옛 성현들의 가르침을 보면 백성들은 아둔할수록 통치가 원활하다 하였기에 쉽게 허락할 수가 없었다.

태자가 입을 열었다.
“알로펜 주교님, 제가 그 요구를 적극 검토해 가능토록 해 보지요. 아마 부황께서도 차츰 기뻐하실 것으로 압니다.”
태종은 태자의 당돌한 한마디에 심기가 상했다. 그러나 그는 ‘그래, 이제는 너의 시대다, 네가 처리하도록 하거라’ 하고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태자 마마, 황공무지로소이다.”
알로펜은 기뻤다.
“소신 안토니는 황상 폐하의 윤허를 기다리고 있겠나이다. 폐하 서두르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저희는 앞으로 황제 폐하의 경교를 더욱 빛나게 하고, 당 황실과 함께 생명을 함께하겠나이다.”
“오! 안토니 사제! 그대는 나보다 더 지혜롭구려. 그대는 알로펜 주교를 도와 대당의 경교를 더더욱 빛나게 하고 더불어 당 황실도 영화롭게 할 재목이 틀림없구려.”

 

• 작가 조효근 : 1976년 『월간 문학』 신인상 소설 등단.
대학에서 세계교회사 및 종교사 38년째 강의.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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