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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당나라 기독교(景敎)_ 60
조효근 목사  |  dsr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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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4호] 승인 2015.04.01  16: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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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서안, 네스토리우스파 대진사교회를 찾아가는 길 위의 필자.

 

 

알로펜은 당태종의 어둠과 새벽 사이의 시간을 생각해보느라 말을 잊고 있었다.
“폐하, 그 시간들은 다음으로 미루어도 될 것입니다.
내일 일은 내일로 미루고 오늘의 저는 폐하와 함께 있으니 좋기만 합니다.”
“그래, 나도 무거운 제국 경영은 태자께 넘겼으니
가끔 주교와 함께 그간 못했던 경교 공부 좀 열심히 합시다.”
파사사로 돌아왔다. 당태종이 권좌에서 물러나는 것이 확실하다.
나도 물러나자. 황제의 부름을 받을 때까지 생각을 못했던 것인데 뒤늦게 깨달았다.
알로펜은 안토니가 옆에 있는데도 혼자인 듯한 마음이었다.

 

당태종은 단숨에 기류가 자신에게서 태자 이치에게로 흘러감을 느꼈다. 국가 정책으로 세워 둔 선교사들 통제 수단이었다. 그런데 황태자는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 요구를 적극 검토해서 가능토록 해 보겠다 했으니 이미 물 건너 간 사안이 되었다. ‘한번 검토해 보마, 그러나 쉽지는 않을 거야’ 수준에 머물러야지 적극 검토에 한 술 더 떠서 가능토록 해본다는 식의 통치자의 발언은 빵점짜리다.
내가 그렇게도 신신당부했거늘 태자는 황제 노릇 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거듭 하게 되었다. 당태종은 계속해서 심기가 편치 않았다. 태자가 말했다.

“부왕 마마, 주교님과 대화를 나누세요. 저는 이만 일어서겠습니다.”
“그래, 그럴까….”

안토니도 황제께 인사 올리고 어좌를 피해 물러났다.
“알로펜 주교! 내 시대가 나를 버렸소이다. 긴 세월이었어요. 제국을 그래도 이만큼 안정시킨 것은 주교의 공도 있어요. 내 그 은혜 잊지 않으리다. 내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해보오.”
알로펜은 웃었다. 당태종의 노쇠한 얼굴을 보면서도 웃었다. 두려움 없이 웃었다. 잠시 전 태자가 알로펜의 선교 정책 변화 요구를 받아들이려 하자 얼굴을 찡그리던 태종의 모습을 떠올리며 웃었다. 그 순간 정말 왕위를 양위하는 구나를 직감했다. 용상에서 벗어나는 당태종의 의연함이 좋아서 또 웃었다. 얼굴의 상처뿐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도 양위를 결심한 그의 결단력이 좋아보여서도 웃었다.
“네, 폐하. 저도 이제 일선에서 물러나고 싶군요. 황제의 결심을 보고 있자니 저도 결심해야 할 시간이 가까이 왔음을 느끼나이다.”

“그건 안 되죠. 경교는 알로펜 주교의 지도력이 더 필요해요. 조금 전에 태자가 말한 대로 당신들은 포교활동을 저변으로 확산시키려 하고 있으나 아마 그게 쉽지는 않을 거야.”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황상께서는 역시 반대하시는 군요?”
“아니오, 아니야. 그건 오해입니다. 이미 새 통치자가 적극 검토한다 했으니 뒤집히지는 않을 거야.”
“폐하, 그럼 뭐가 저희의 난관이 될까요?”

“허어, 알로펜 주교! 왜 이렇게 약해졌을까? 내가 하층민 포교가 쉽지 않으리라 하는 것은 백성들의 무지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백성은 아직 한밤중이야 한밤중!”
“아닙니다. 황제께서도 좋아하시는 우리들의 구세주 예수는 그 체질이 하층인간의 모습입니다. 신의 아들이신 분이 세상에 태어나신 곳이 마구간 말 밥통 속이었어요.”
“그랬지. 나도 일찍이 들었소. 그래서 내가 그분을 좋아해요.”
“네, 폐하! 그러니 저희는 기쁘게 저변의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생활환경은 물론 교육과 위생에도 각별한 살핌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그리 되면 더 바랄 게 없겠지. 그러나 지금은 한밤중이라면 새벽은 더 많이 인내의 시간 뒤에야 오는 법인지라…. 그게 걱정이지요.”
“….”
알로펜은 당태종의 어둠과 새벽 사이의 시간을 생각해보느라 말을 잊고 있었다.
“폐하, 그 시간들은 다음으로 미루어도 될 것입니다. 내일 일은 내일로 미루고 오늘의 저는 폐하와 함께 있으니 좋기만 합니다.”

“그래, 나도 무거운 제국 경영은 태자께 넘겼으니 가끔 주교와 함께 그간 못했던 경교 공부 좀 열심히 합시다.”

파사사로 돌아왔다. 당태종이 권좌에서 물러나는 것이 확실하다. 나도 물러나자. 황제의 부름을 받을 때까지 생각을 못했던 것인데 뒤늦게 깨달았다. 알로펜은 안토니가 옆에 있는데도 혼자인 듯한 마음이었다.
“주교님, 어디 불편하세요?”

안토니가 뒤늦게 한마디 했으나 알로펜은 듣지 못했다. 내가 일선에서 물러나도 될까, 심각한 자기 생각에 사로잡힌 알로펜은 가끔 걸음을 헛디뎠으며, 주춤거리기까지 했다. 알로펜의 모습을 곁눈질해보는 안토니는 다시 물을까 말까를 망설이다가 마중나와 있는 마리아 교수와 마주쳤다.
“교수님, 나와 계셨군요.”

안토니는 마리아에게 정중하게 인사 드렸다. 요즘 들어서 안토니는 알로펜은 물론이고 마리아 교수에 대해서도 전보다 정중하게 대했다. 이유는 따로 없었으나 두 사람의 지도자가 그간 보여준 지도자로서의 모습이 차츰 안토니에게는 경외심으로 다가왔다.

“그래요, 두 어른이 함께 걸으시니 보기 좋아요. 안토니 사제는 늘 어른에게 공경심을 가지고 계셔서 든든합니다. 앞으로도 어른은 점점 더 부축을 필요로 하게 될 터이니 잘 부탁합니다.”
“아닙니다. 주교님은 생각보다 건강하십니다. 아마 머지않아 서역으로 가신다고 하실 걸요.”
“맞아요. 맞췄어요. 어제 제게 말씀하시던 걸요. 초코로 곧 떠나셔야 한다고….”
그들은 조금 걸어서 파사사 주교좌 별실로 함께 들어갔다. 새로 지은 단독 건물이다. 알로펜이 한사코 반대했으나 쿰바홀 등 젊은 층에서 고집했다. 알로펜도 차츰 생각을 바꾸었다. 자기 시대가 곧 지나간다는 사실에 승복했다. 쿰바홀이 먼저 주교좌 대기실에 와있었다.

“황제가 무슨 선물을 주시던가요?”
쿰바홀이 알로펜을 부축하면서 말했다.
“날 왜 붙잡나? 내가 다 늙은이인 줄 아는가보지.”
“주교님, 왜 그러세요? 누가 늙으셨대요. 아직 안 늙으셨어요. 앞으로 30년은 청년처럼 일하실 수 있으니 걱정 마세요.”

“자,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모두 자리에 앉아봐요.”
알로펜이 마리아의 농담을 들은 척 하지 않고 회의 시간을 요구했다.
“자, 오늘 나와 안토니가 당 황제와 태자를 같은 자리에서 만났소이다. 황제는 선물을 주고 싶다고 해서 내가 하층민들을 향한 선교를 요구했어요. 초기에 황제께 제안했다가 사실상 거부당했던 일이 있어서 조심스러웠으나 우리는 교회의 기본이치대로 황실종교나 귀족종교를 하루 속히 탈피해야 하기에 또 한 번 부탁했지요.”

“어떻게 되셨어요?”
마리아가 근심에 찬 얼굴로 물었다.
“네, 안토니 사제가 태자 쪽으로 발언을 유도했어요. 태자는 안토니가 내미는 먹잇감을 냉큼 받아 삼키던 걸….”

알로펜이 안토니의 어깨를 두드리며 모처럼 환하게 웃는다.
“무슨 말씀이세요? 먹잇감을 물다니요. 괴이한 표현이시네요.”
“네, 제가 난색을 표하시는 황제를 피하여 태자를 향해 머리를 조아렸지요. 간절한 마음을 담아서요. 그랬더니 의외로 태자가 답을 내놓지 않겠어요. 적극 검토해 가능토록 하겠다는 겁니다. 하나님이 도와주신 겁니다. 그렇죠, 주교님!”

“그래. 안토니 사제가 기도를 많이 했나 봐요. 그리고 태자가 안토니 사제를 특별히 신뢰하는 듯한 표정이더군. 그래서 말인데 앞으로 태자가 황제의 위에 곧 오르는데 우리교회도 안토니를 당나라 대표 선교사로 황실에 보고할까 하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십니까?”

“네! 뭐요. 갑자기 그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마리아가 경악한다. 대화 분위기를 갑자기 뒤집는 것에 짜증스런 표정이었다.
“아니 뭘 그리 놀라는가? 안토니의 자질로 볼 때 충분하지 않을까 싶은데….”
“물론 훌륭하시죠. 그러나 주교님이 계시고, 주교님이 가진 당나라 지도층들과의 사귐을 쉽게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황제 교체기에 자칫 잘못하다가는 큰 낭패가 될 수 있습니다. 아직 시기가 아닙니다. 지금 하신 말씀은 취소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쿰바홀도 중요한 말을 했다. 당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다. 황제 혼자서 다스리는 것이 아니다. 조심스럽게 처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쿰 부주교님 말씀이 옳습니다. 제가 볼 때 태자는 당태종보다 온유하지요. 더 쉽게 말하면 유약합니다. 유약한 군주가 새로 등장하면 궁중의 실력 겨루기가 일어나기 쉽습니다. 바로 이러한 때에 우리 교단이 지도자를 교체한다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아마 주교님이 안토니 사제가 황태자에게 점수를 따니까 기분이 좋으신가본데 그래도 당장은 아닙니다. 안토니 사제가 실력도 있으시고 훌륭하시니까 부대표로 하고, 당나라 전체와 중앙아시아는 주교님이 계속 수고해 주시고 안토니 사제는 당나라 수도인 장안을 관리케 하시면서 지도력 쌓을 기회를 드리는 게 좋을 것입니다.”

“마리아는 역시 인물입니다. 내가 마리아 교수를 만나지 못했으면 당나라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중앙아시아 어느 골짜기에서 객사했을지도 몰라요.”
“야하! 주교님, 그 말씀 틀림없나요?”

안토니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마리아와 알로펜을 번갈아 바라본다.
“주교님이 이제는 다 늙으셨나 봐요.”
마리아 교수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주교님, 지금도 주교님 곁에 마리아 교수님이 계시거든요. 아무 걱정 마시고 좀 전에 교수님이 하신 말씀을 따르겠다고 하세요.”

“그럼, 그럴까? 아이고 마리아 교수님, 제가 아시와 당나라의 책임자로 남고, 수도 장안의 교구활동은 안토니 사제에게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나 마리아 교수는 이를 허락하오. 그럼 안토니 사제는 오늘부터 100만 인구가 사는 세계 최고의 문명도시인 장안 선교 책임자로 명합니다. 선교사 대표 알로펜 주교의 명입니다. 정관 20년 AD 646년 4월 7일!”
“….”

안토니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알로펜을 바라본다. 그의 눈 가장자리가 눈물에 젖어있었다.
“태자가 황상의 자리에 언제쯤 오를지 모르나 아마도 우리는 그때까지 우선 장안성 변방 하층민들을 가르칠 교육환경을 치밀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안토니 사제는 계획서를 한주간 안에 올리세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청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마리아 교수님의 자문을 받도록 허락해 주세요.”

“그렇게 하세요. 그리고 장안성 행정구역 안에도 도심권을 벗어나면 하층민이라고 할까, 심하면 동물 단계 수준의 생활을 하는 백성들을 우리가 돕는다는 것은 한계가 있겠지요. 우리가 당나라 선교를 시작할 때 황제와 더불어 이 문제로 깊숙한 대화를 나눈 바가 있습니다.”
“그때 그 말씀 좀 저희에게 해 주시죠.”
쿰바홀이다.

“그래요. 기억나는 대로 말해보죠. 크게 두 가지입니다. 무식한 표현으로 진나라나 한나라 때부터 백성은 무지할수록 통치가 수월하다는 중국 식 전통이 있답니다. 이 말뜻을 아시겠지요. 그리고 하나는 제국의 힘이 모자란다고 당태종 같은 영웅이 직접 한 말인데, 당나라 속담에 가난은 나라도 어찌하지 못한다는 말로 추가 설명이 되겠군요.”

“그럼 황제는 그의 신민들을 어떻게 장안성 귀족들이나 관리들만큼 먹이고 입힐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던가요?”
안토니의 말이다.
“글쎄, 그게 통치자의 입장에서도 고민이라 하더군.”
“주교님, 그럼 우리는 무슨 방법으로 할 수 있을까요?”
쿰바홀이 의자를 앞으로 당기면서 침을 꿀꺽 삼킨다.

“우리는 권력이나 금력이 없으니 가르침으로 해야 합니다. 먼저는 수동적인 신앙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예수의 사람이 되면 그 사람이 변합니다. 하나님의 용기는 하늘보좌를 마구간으로 바꾸고도 그곳에서 평화를 말했듯이 예수를 믿으면 능력 있는 사람이 되고, 그 능력으로 자기 생활환경을 바꾸게 하고, 문화, 교육, 건강생활을 꾸려갈 실력을 길러줘야 합니다. 가능한 일입니다.”
알로펜의 자신감 넘치는 발언이다. 

 

• 작가 조효근 : 1976년 『월간 문학』 신인상 소설 등단.
대학에서 세계교회사 및 종교사 38년째 강의.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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