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한 호 목사

호스피스(hospice)사역을 하는 분들에 의하면, 편안한 임종을 맞이하는 분들이 많지 않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평소에 예수를 잘 믿었던 분들조차도 예외가 아니라고 한다.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조차 천국을 소망하기 보다는 현재의 삶을 연장하고자 노력하다가 힘들게 죽음을 맞이한다고 한다. 왜 이런 현상들이 나타날까? 그리스도인들은 죽음에 대한 생각이 무엇보다도 건강해야 하는 존재들이다. 그 이유는 주님이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셨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서, 기독교의 핵심교리가 부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리는 분들이 천국에 대한 소망을 표현하지 못하고 임종을 맞이하는 것은 역설(paradox)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올해도 어김없이 부활주일이 다가왔다. 한국교회의 연합기관들은 부활절연합예배의 주도권을 놓고 여전히 씻기지 않은 앙금을 갖고 있는 모양이다. 참으로 슬픈 일이다. 어떤 행사에서 설교를 누가하고, 기도는 누가하며, 사회는 누가 보는가에 예민한 모습들이 슬프다. 큰 교단이나 기관들은 상대적으로 작은 교단이나 기관들에게 주도권을 양보하고, 작은 교단이나 기관들은 큰 교단이나 기관들의 양보에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해 낸다면, 정말로 아름답지 않을까? 또한 노인들은 젊은이들에게 양보하고, 젊은이들은 그 양보에 감읍하면서 존경을 표현한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우리 모두가 이것이 아름답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으련만, 어떤 기관에 속하게 되면 그 즉시 이러한 주도권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또한 우리의 현실이라서 더욱 슬프다. 도대체 그토록 되뇌며 수없이 고백하고 있는 우리의 믿음, 우리가 사랑하는 예수님의 마음, 우리의 기도와 인격수양은 이러한 현실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이런 일들을 목도하면서 바리새인들과 사두개인들의 부활논쟁이 재연되는 듯해서 아찔하기까지 하다. 부활이 없다고 주장했던 사두개인들, 부활은 인정했지만 주님께로부터 혹독한 책망을 들어야 했던 바리새인들, 모두가 부활에 대하여 올바른 인식이 결여되어 있었다고 본다. 부활이 없다고 하는 사두개인들은 부활에 대한 성서의 가르침을 불신(不信)했고, 바리새인들은 오도(誤導)했다. 문제는 현대 한국교회와 연합기관들의 스캔들(scandal)을 목도하면서 또 그 책임을 결코 피할 수 없는 현직목사로서 그 원인을 분석해 볼 때, 부활에 대한 불신 내지 오도로 이해된다는 점이다.

부활은 우리의 삶의 무게 추를 현재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로 옮기게 한다. 그렇다고 현재의 삶을 경시하는 것은 부활의 중심된 메시지가 물론 아니다. 단지, 부활은 종말론적인 하나님 나라의 삶의 가치를 현재화하려는 경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그러므로 부활은 미래이며 동시에 현재가 된다. 이런 관점으로 우리들을 비춰보면, 자리다툼이나 주도권다툼은 부활과의 관계가 전혀 없을뿐더러 부활을 오도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이제 우리는 부활, 그 역설의 현장으로 가야 한다. 빈 무덤이라는 역설의 현장에 서야 한다. 이 역설의 현장에서 우리가 오도한 부활을 올바르게 선포해야 한다. 그 선포는 교리적인 형식이 아니라 삶의 형식이어야 한다. 주도권을 양보하고, 세속적 욕망을 내려놓는 삶의 형식이어야 한다. 더 나아가서, 기독교를 공격하는 세력까지 포용할 수 있는 삶의 형식이어야 한다. 그렇게 영성의 본질이 회복된 것을 증명해 내는 형식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주님의 부활을 믿으며, 동시에 주님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부활 역시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부활을 역사적 사실로 확신하는 그리스도인들은 삶의 시프트 키(shift key)를 눌러야 한다. 그렇게 멈추었던 심장이 다시 뛰게 되는 그 순간을 오늘로 변환시켜서 삶과 시간 그리고 물질과 열정을 소비해야 한다. 또한 날마다 삶을 정리하면서 주님께로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자세가 절망을 소망으로, 포기를 도전으로, 미움을 사랑으로, 움츠렸던 손을 내밀게 하고, 염려를 기도로 바꾸는 힘이 될 것이다. 더불어서 그 순간, 부활, 그 역설의 현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예안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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