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 형 은 목사/말씀삶공동체 성락성결교회 담임목사

세월호는 인륜의 문제다. 인륜에 관련된 사안은 세월이 가도 잊히지 않는다. 인륜의 문제는 묻히는 게 아니다. 세월호참사를 적당히 비껴갈 수는 없다. 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정당하게 해결하지 않고는 우리나라가 제대로 미래를 열어갈 수 없다.

세월호참사 1주기를 맞으면서 상식적으로 도의적으로 지극히 당연한 문제에 대하여 이 짧은 지면을 허비할 수는 없다. 지극히 당연한 문제는 이런 것이다. 세월호특조위가 특별법에 따라서 충분히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여야 그리고 관련 기관들이 최대한 협력해야 한다. 특별법에 배치되는 시행령안은 폐기돼야 한다. 특히 이 점은 법질서의 문제다. 특별법이 정한 대로 특조위에서 나라 전체가 안전사회로 가는 대책이 마련돼야 하며 4·16참사의 원인이 규명돼야 한다. 세월호는 당연히 인양돼야 한다. 세월호 인양은 진상 규명을 위한 기초적인 작업이다.

4·16세월호참사에 대해 보는 각도에 따라 입장의 차이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을 인륜의 문제로 보는 것이다. 특히 종교단체들에서 이 입장이 명백해야 한다. 어느 종교라도 종교라는 이름을 가진 단체라면 사회적인 갈등 상황에서 특정한 이해관계에 따라서 어느 편을 들면 안 될 것이다. 각 종교마다 교리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인륜과 연관된 가치관에서는 공통분모도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사실이 사실대로 밝혀지는 것과 사실을 덮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옳은가? 진실이 규명되는 것과 진실을 왜곡하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옳은가? 생명을 살리고 아름답게 하는 것과 생명을 억압하거나 죽이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옳은가?

옳고 그름의 구분이 중요하다. 사회적인 사안에서 옳고 그름의 잣대로 간단하게 판단하지 못할 문제가 많다. 그러나 어떤 사안은 명백하게 이런 시각을 갖고 봐야 한다. 이럴 때 특히 신앙인들은 옳고 그름 곧 시비(是非)의 기준선을 명백하게 고수해야 한다. 종교적으로 보면 옳고 그름의 문제에 선악이 걸려 있다. 사실과 진실과 생명에 연관된 일은 종교적인 선악의 문제에 직결된다. 어느 종교라도 거짓말이나 위선을 미덕으로 가르치지는 않는다. 진실한 마음과 순수한 양심은 종교의 기본이다. 생명을 경시하는 종교는 기본적으로 사이비다.

인륜(人倫)은 글자 그대로 짐승이 아닌 사람이 사람답게 생각하고 처신해야 할 기본적인 도리를 말한다. 세월호참사가 그렇다. 우리나라 역사 이래로 이처럼 비극적인 사건이 또 없었는데 사건이 일어난 이후로 많은 의문에서 풀린 게 별로 없다. 사실을 드러내고 진실을 규명하자는 마땅한 요구가 이러저러한 상황으로 방해받고 있다. 무참하게 희생된 생명들과 심하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진심어린 대책이 턱없이 부족하다.

기독교적인 가르침에서 사실과 진실과 생명의 문제는 아주 중요하다.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당신의 뜻을 드러내어 보여주시는 것을 계시(啓示)라고 한다. 계시에는 특별계시와 일반계시가 있다. 십자가 사건을 심장으로 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성경 말씀이 특별계시며 자연만물과 인륜도덕을 통해서 나타나는 하나님의 뜻이 일반계시다. 인간의 양심과 밀접하게 연관된 인도적 인륜도덕은 일반계시에서 중심이다. 아직까지 기독교 신앙을 갖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일반계시의 가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스도인이 일반계시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기독교는 사회 전체를 바르게 이끌지 못한다.

세월호참사가 결코 지워질 수 없는 인륜의 문제로 이미 각인된 까닭은 구체적으로 두 가지다. 하나는 희생자들 대부분이 어린 학생들이었다는 사실과 그들의 죽음을 가슴에 묻고 결코 이 비극을 잊지 못하는 부모들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세월호가 침몰해가며 그 안에서 죽어가는 생명들의 비인간적인 과정이 영상으로 만천하에 생중계되었다는 사실이다.

세월호는 여야의 문제도 아니고 보수 진보의 문제도 아니다. 육신의 생명까지 포함하여 생명 자체를 사랑하시는 하늘 아버지의 뜻이 여기 걸려있다. 세월호를 비껴갈 수 있겠는가. 하나님의 뜻을 외면할 수 있겠는가.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을 누를 수 있겠는가. 사람다움을 잠잠하게 할 수 있겠는가. 인륜의 슬픔, 그 강은 막을 수 없다. 슬픈 사월에 우리 역사 한가운데로 세월호는 크고 넓게 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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