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현실에 대해 위기라는 진단이 제기된 지 오래, 언제부턴가 ‘개혁’을 외치는 소리가 유행처럼 번지더니 대안 없는 외침에 그마저도 식상해하고 시들해지는 분위기다. 그런데 요즘 들어 거창한 개혁의 기치를 내려놓고 ‘기본’에 파고드는 모습들이 눈에 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부교역자들의 처우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해 발표했다. 예상대로 부교역자(교회 소속 부목사, 전도사)들이 처한 상황은 심각했다. 사례비는 대체로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고, 평균 고용 기간은 3년여지만 그마저도 상황 변화에 따라 갑작스런 통보로 그만두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10.8시간으로 45.8%가 과중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일반 노동환경에서 고용의 안정을 위해 적용되는 4대 보험에 모두 가입된 경우는 3.2% 뿐이고 73.6%는 전혀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가 그리 놀라운 것은 아니다. 이런 열악한 상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많은 교회 구성원들은 이미 알고 있는 바다. 다들 알면서도 조성돈 교수의 말처럼 “부교역자는 그렇게 살고, 그렇게 사역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 속에 오랜 세월 고착된 구조적인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섬뜩한 대목은 부교역자들도 ‘사역이란 그런 거지’ 하며 감당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부교역자들은 자신의 삶을 “종, 머슴, 노예”로 인식하고 있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고된 사역보다 부교역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건 인격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라는 얘기다.

물론 성직자의 길을 걷기 위한 훈련의 일환이라고, 앞선 목회자들은 더 어려운 길을 걸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 속에서 과연 상식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모순된 구조를 언제까지 안고 가야 할까. 하나님 나라의 모형을 향해 나아가는 교회라면 더더욱 안에서부터 구석구석 외진 곳, 굽은 곳을 살펴야 한다.

그동안 두루뭉술한 개혁 외침에 답답하던 차에 기윤실의 시도는 개혁을 향한 ‘기본’ 다지기로 보여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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