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란 할머니

동란 할머니에게는 이불과 신발, 몇 가지의 옷이 있고
동란 할머니의 생활을 한꺼번에 넣어 옮길 수 있는 큰 가방이 하나 있다.
누구든 동란 할머니를 유심히 살필 수 있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를 보듯이
절룩절룩하는 다리, 구시렁거림, 흐르는 미소, 불안, 동란할머니의 주검까지도
가령 이 밤에 동란 할머니는 광화문역 지하도에서 젖은 양말을 널고 있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눕히고 눈을 감고 동란 할머니를 조용히 끈다
동란 할머니는 꽃나무 곁에서 큰 다리 아래에서 소공원 벤치에서 오늘처럼 역(驛)에서
밥집 앞에서 나의 주위에서 나의 마음속을 돌아다닌다

 

문태준 시인의 시집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에 실린 시
‘동란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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