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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기독교(景敎)_ 下 ⑦[장편소설]알로펜의 아시아(AD 610~1625) 천년여A행 143
조효근 목사  |  dsr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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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2호] 승인 2015.06.17  14:5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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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세가 되면 가정에서 부모는 어떻게 보면 짐이지요. 자녀들 다 커서 시집 장가 보냈겠다. 할 일이 뭐가 더 있소? 그러나 바로 그들이 함께 모여서 같이 살기 훈련을 한다는 것은 장차 놀라운 열매가 될 수도 있을 거야.”
“나도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장차 우리의 천국 생활도 떠올려보면 사실 예수님을 구세주로 믿는 우리가 내 집, 네 집, 내 살림, 네 살림 하는 것 또한 최선은 아닐지도 모르죠. 53세에 우리는 하늘나라를 앞당겨서 간다는 결의를 하면서 또 하나의 공동체 훈련장을 만들어봅시다.”

 

   
▲ 중국의 힘(서안에 있는 진시황의 능 발굴현장)

쿰바홀은 영부 주교와 안토니 주교가 주교청으로 내려간 뒤에도 자리에 남아 있다가 수도원장실로 들어갔다. 수도원장은 공석인지라 방만 덩그러니 비어있는 장소였다. 53세 수도자의 전략이 잘 되어갈까? 이상과 현실이란 항상 거리가 있다는데…. 그는 마음이 편지 않았다. 그의 마음이 편치 않음은 알로펜의 부재에서 오는 것이었다. 알로펜 총주교가 건강한 몸으로 장안의 기독교 본부를 지켜주시기만 한다면 믿고 따를 수 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영부가 대표 주교로 중국 기독교를 이끌어간다지만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쿰바홀 눈에는 어린아이였다. 선입견인가. 문밖 출입도 부실한 부모가 환갑 넘은 아들을 걱정한다더니 쿰바홀은 돌아가는 세월 계산이 서투른 것일까.

마음이 내키지 않아서 꼼짝하기도 싫었다. 뒤로 벌렁 누워서 천장을 응시하다가 잠시 잠들었는데 인기척엘 벌떡 몸을 일으켰다. 반사동작이다. 쿰바홀이 누군가. 나이 팔십대의 늙은이기는 했으나 강하고 날쌘 돌궐 사람 투르키였다.

“뭘 그렇게 놀라세요. 제가 한 참 동안이나 주교님을 찾아구먼요.”
쿰바홀이 경계심을 품었다. 미스비시 출신 요수아 사제였다. 그는 결혼하여 아내와 아들 셋을 둔 다복한 전도자였다.
“어찌 된 일이요?”

“뭐가 어찌됩니까, 걱정되어서 그냥 집에 있을 수가 있어야죠.”
“쓸 데 없는 걱정은 건강에 해롭지요. 앉으세요. 걱정거리나 한번 들어 봅시다.”
쿰바홀이 일어나서 차를 준비하려는데 요수아가 말렸다.
“좀, 기다리시죠. 제 아내가 올 것입니다.”

요수아가 잠시 방안을 두리번거리는데 인기척이 났다. 요수아 사제의 아내 실비아가 막내아들과 함께 들
어왔다. 그들은 과일을 한 상자 들고 왔다. 곧 이어서 크데시폰의 시몬이 씩씩거리면서 달려온다.
쿰바홀이 방안에 불을 크게 켜고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시몬 사제는 요수아를 만나러 갔다가 실비아의 안내로 이리로 온 것이다.

“자, 모두들 앉으시오. 반갑소이다. 아이코 장차 아시아 기독교의 큰 인물이 함께 왔구먼. 이름이 뭐더라?”

“네, 이름은 ‘다위드’라고 아버님이 말씀하셨는데 저는 ‘작은 알로펜’이나 ‘알로펜의 아이’로 불리기를 원합니다.”

“뭐, 작은 알로펜 또 알로펜의 아이라…. 이 아이는 정말 큰 인물 될 놈이로세. 그래. 그럼 내가 총주교님을 뵙거든 너의 이름을 확정지으리라.”

쿰바홀은 요수아의 막내아들의 마음을 알아냈다. 이 아이가 이미 알로펜이 누군 줄 알고 있구나. 그럼 요수아나 실비아의 영향이겠지. 쿰바홀은 가슴이 후련했다. 그리고 섬광처럼 스치는 느낌이 있었다. 이 녀석이 제 2의 알로펜이구나. 쿰바홀은 일어나서 실비아 가까이로 간다. 그녀의 두 어깨를 마주잡고 기도했다. 그대 사마르칸트 요한 성자의 딸이여. 드디어 새 시대 인물을 낳아서 길렀구려. 성모 마리아의 복을 받으시라. 아멘. 쿰바홀이 자기 자리로 돌아와서 다시 한 번 요수아의 막내아들 알로펜 2세를 바라본다.
“쿰 주교님, 어찌하여 저를 민망하게 하세요. 저는 아직 젖먹이 아이입니다.”
“그래요. 나도 알지. 그러나 주 예수님도 젖먹이의 때가 있으셨거든….”
“부디 말씀과 기도, 그리고 알로펜 총주교님의 가르침을 부모님께로부터 잘 배우도록 하시게.”
“네, 쿰 주교님.”

알로펜의 아이는 실비아의 귀에 대고 자기는 먼저 집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 실비아는 쿰 주교에게 막내 아이의 뜻을 전했다.

“아니야. 괜찮아. 우리들의 대화에 끼어도 아무 문제없어요.”
쿰바홀은 예정에 없이 찾아온 이유를 물었다.

“차 한 잔 하자고 오신 것은 아니시겠죠?”
“아마, 요수아 사제도 제 생각과 같지 않을까 합니다만, 저는 갑작스런 53세 출가론에 신경이 쓰입니다. 그래서 쿰 주교님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요수아는 시몬의 말에 동의했다.
“네, 제 생각도 시몬과 같아요. 그런데 시몬은 충격이 더 컸겠죠. 시몬이 누굽니까? 중국의 성인 공자를 예수님만큼 존경하는 사람이거든요. 로마에 예수님이 있다면 중국에는 공자가 있다고 내게 큰소리 친 인물입니다.”

“저, 저런. 친구끼리 한 말을 여기서….”
“괜찮아요. 나도 시몬 사제의 사상을 잘 알고 있습니다.”
쿰바홀이 시몬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쿰 주교님이 이해해 주시니 든든합니다. 사실 저는 53세 수도원 행이라는 충격적 발상이 걱정됩니다. 이는 좀 깊이 생각하면 우리의 선교 지도부가 조급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복음전파는 하루아침에 세상 끝까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물론 알로펜 총주교님의 지시라고 하니까 더는 할 말이 없습니다마는 그 어른이 지금 우리 곁에 계시지 않으니 더 이상 말씀 드리기는 조심스럽군요.”
“그래요. 그럼 시몬 사제의 생각은 어떤가요?”

“제 생각을 말씀드린다면 원하는 사람들을 우선으로 해야 할 줄 압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 기독교는 초대교회부터 모든 사람이 수도사가 되어 수도원에서 살아온 것이 아니라 선택된 사람들,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 별도의 사명을 받은 이들이 수도사가 되었지, 하늘나라 건설이 급하다고 모든 이들이 수도원으로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가정을 이루고 처자식을 둔 아버지 어머니들을 53세가 되었다고 모두 가정을 떠나게 한다는 법칙은 자칫 강압을 부르게 됩니다.”

“그래요? 그럼, 이 일을 어쩐다…. 주교님의 명령인데 불복할 수도 없고 총주교님께 달려가기도 당장 쉽지 않으니….”

“쿰 주교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드린 말씀은 이미 주교좌에서 결정한 내용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 명령이 어떻게 하면 목표 달성으로 이어질까를 걱정하는 것입니다.”
“그래요. 그럼 53세 수도원 행에는 동의한다는 말씀이시지?”
 
“그럼요. 다만 운용의 방법을 군사훈련 시키듯이 한다거나 당장 효과를 내기에 조바심 내는 일이 있을까 하여 걱정하는 것일 뿐입니다.”
“역시 시몬 사제는 생각이 깊군….”

“시몬의 지금 저 논리가 공자의 처세술일 겁니다. 중용의 도라고 하기도 하고 예의를 숭상하는 당나라 지성인들의 덕이랍니다.”
“그래요. 요수아 사제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두 분 다 공자님을 공부하셨나요.”

“사실 저희들은 오래 전부터 스스로를 선교사라기보다는 당나라 유학생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답니다. 우리는 당나라 궁정을 드나드는 정치인들이나 관리들을 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았어요. 오히려 도교 승려나 불교 승려들보다 정치인들이나 관리들이 학문이나 철학의 깊이가 더 하더군요. 말단 관리들도 모두 학자요. 철학자인 것이 당나라 모습입니다.”

“참, 이분들 큰일 났네. 선교사로 당나라에 와 있으면서 선교보다는 이 사람들의 사상에 취해 있었다는 것이구먼.”

쿰바홀은 웃으면서 말했으나 한편으로는 가슴 한쪽이 뻥 뚫리는 듯한 허전함을 느꼈다.
“송구합니다. 그러나 배우는 것이 또 가르치는 것이기도 합니다.”

시몬이 도끼로 나무토막을 두 동강 내듯이 잘라 말했다. 그는 쿰바홀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음을 느꼈다. 이때는 좀 더 단호한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거 무슨 소리요? 내게 농담하는 것은 아닐 테고….”
쿰바홀이 노골적으로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시몬을 쏘아본다.

“아, 아닙니다. 쿰 주교님. 결코 그게 아니고요. 저는 페르시아 수도인 크데시폰에서 네스토리우스파 신자
노릇을 하면서 로마 기독교가 페르시아 교회 특히 우리들 네스토리우스파 신자들에게 어떻게 대접했는지를 잘 압니다. 우리는 똑같이 기독교 신자요, 예수님의 제자이면서도 각기 로마와 페르시아 대변자들처럼 살아왔음을 반성합니다. 저는 페르시아 난민들을 돌보면서 당나라 땅에서 눈칫밥 먹고 살아가는 페르시아를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복을 받아서 알로펜이라는 세계 기독교 역사의 큰 인물을 만나 가르침 받는 사람으로 요즘에 와서는 가르치는 자는 배우는 자가 되어야 한다는 진리를 터득했습니다. 이는 제가 배운 알로펜 총주교님의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허허, 나는 시몬 사제를 갈수록 더 모르겠네. 알로펜 총주교의 가르침이라니…. 요수아 님, 날 좀 도와주시오. 해석 좀 해 줘요.”

쿰바홀은 요수아의 손을 덥석 붙잡는다.
“쿰바홀 주교님. 제가 한 말씀 올려도 꾸중하지 않으실래요?”
요수아의 아들이었다. 이 아이가 어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래, 그럼 말해봐라. ‘알로펜 2세’께서….”

“네, 감사합니다. 시몬 사제님은 자기 신앙의 자신감을 말씀하신 겁니다. 내가 믿는 예수님이 진리임을 확신하기에 상대방에게 적극적인 접근법으로 다가서서 내가 너의 교훈을 받아들일 터이니 너도 내 교훈을 받으라는 것이며, 또 이렇게 했을 때 타인이나 타문명 또는 타종교들 간에 충돌도 없다는 뜻을 말씀하셨을 것입니다.”

쿰바홀은 가슴이 먹먹해졌다. 어린아이 입에서 술술 나오는 말을 들으니 그의 말이 이해되기는 하지만 이 아이의 장래가 걱정됐다. 천재로구나. 쿰바홀은 요수아의 아들을 향해서 말했다.
“아이고 선생님, 내가 오랜만에 큰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하신 말씀이 내 가슴속으로 파고드네요.”

쿰바홀은 요수아의 막내아들을 바라보며 두 손을 모아 쥐고 목례를 했다.
“주교님, 과찬이세요. 자칫 아이 버릇이 나빠지면 어찌할까요.”
실비아가 쿰바홀에게 사죄라도 할 듯이 공손하게 말했다.

“쿰 주교님, 아무것도 염려하실 것 없겠네요. 제가 오늘 대회에서 결의한 내용 때문에 쿰 주교님을 찾아온 것이 오히려 경솔했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요수아였다.
“아니오. 요수아의 아들이 한 말이 해답이고 정답이오. 저 아이는 내가 한 말보다 훨씬 더 설득력 있게 말했어요. 그리고 저 아이가 저 정도 수준이면 우리들 당나라 선교단의 앞날은 걱정 없습니다. 또 53세 수도원행 운동이 당나라 사람들은 물론 장차 우리 아시아 선교의 큰 표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시몬의 말이다.

“시몬, 상관없어요. 53세가 되면 가정에서 부모는 어떻게 보면 짐이지요. 자녀들 다 커서 시집 장가 보냈겠다. 할 일이 뭐가 더 있소? 그러나 바로 그들이 함께 모여서 같이 살기 훈련을 한다는 것은 장차 놀라운 열매가 될 수도 있을 거야.”
안토니가 웃으며 말했다.

“나도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장차 우리의 천국 생활도 떠올려보면 사실 예수님을 구세주로 믿는 우리가 내 집, 네 집, 내 살림, 네 살림 하는 것 또한 최선은 아닐지도 모르죠. 53세에 우리는 하늘나라를 앞당겨서 모셔 온다는 결의를 하면서 또 하나의 공동체 훈련장을 만들어봅시다.”

쿰바홀 주교의 결론이었다. 천국을 앞당긴다. 그렇다면 천국과 비슷한 공동체가 53수도원이 아닐까.
당돌한 도전 그 다음날, 영부 주교는 30가정을 일차로 선발했다. 이틀 동안 교육시간을 갖는다고 공고했다. 오후에 30가정이 모두 모였다. 선발이라고 했으나 거의 지망생들이다. 안토니 주교가 앞으로 나갔다.

“모두 모여 주셨군요. 여러분은 모두 페르시아에서 오신 후 사실상 개별 정착을 못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독신자들이 10명이나 되니 우선 신붓감 찾기에 바쁠 것 같네요.”
안토니의 말에 모두 웃음으로 화답했다.

“저희 독신자들 중 5명은 페르시아에 가정이 있습니다. 이슬람 군대에게 쫒기면서 생사를 모르게 되었어요.”

“압니다. 여러분은 당국의 난민자 명단에도 있기 때문에 빈민촌에 정착해도 당국이 우리를 의심하지는 않
을 겁니다.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 저의 집과도 가깝습니다.”
안토니는 저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말했다.

• 작가 조효근 : 1976년 『월간 문학』 신인상 소설 등단.
대학에서 세계교회사 및 종교사 38년째 강의.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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