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흥배 목사/꿈을이루는교회 담임

여러 해 전에 동해안에서 신혼여행을 갔던 부부가 총을 맞고 살해된 사건이 있었다. 신혼부부가 탄 차가 자신들의 차를 앞지르자 화가 치밀어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누가 건드리기만 하면 폭발해버릴 것 같은 상태로 핸들을 잡았는데 누군가가 당신의 화를 돋운다면 어떨까? 이런 상황에서는 과격한 운전과 험악한 말과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기 쉽다. 더 나아가서는 서로를 위협하다 못해 끝내 물리적 충돌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것이 전형적인 ‘노상 분노(road rage)’이다. ‘노상분노’는 노상에서 분노의 감정조절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상이다. 분노의 감정이 길거리에서 그냥 표출되는 것은 일시적으로 판단력을 상실하게 하고, 대인관계를 손상시킬 뿐 아니라 자신의 품위를 떨어뜨린다. 그러므로 노상 분노는 운전자에게만 위험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유익을 주지 않는다. 어느 조사에서 ‘운전 중 다른 운전자가 화나게 하는 일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83%가 ‘그렇다’고 답했다.

전주의 한 도로에서는 승용차로 신호 대기 중이던 오토바이를 뒤에서 들이받아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이는 평소에 오토바이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던 운전자가 갑자기 오토바이가 굉음을 내며 앞으로 끼어들자 격분하여 3㎞를 뒤쫓아 가서 시속 120㎞의 속도로 들이받았다고 한다. 체온이 정상 범위(38~39℃, 101~102℉) 이상으로 상승하는 고열은 신경 및 조직 그리고 장기(臟器)의 손상을 초래하여 생명을 위험하게 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감정도 부글부글 끓어올라 감정 온도가 상승하기도 한다. 화가 치밀어 오르면 생각하지도 않았던 말이나 행동을 하게 만드는 강렬한 부정적 감정은 시야를 좁게 하는 ‘터널 시야 효과(tunnel vision effect)’를 초래하고, 행동통제력을 상실하게도 한다.

하버드대학교의 다니엘 샤피로와 로저 피셔는 감정 온도를 ‘통제 불가능’, ‘위험’, ‘관리 가능’으로 분류했다. ‘통제 불가능’은 하지 말아야 할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되는 비등점을 넘어선 단계요, ‘위험’은 펄펄 끓기 직전 너무 뜨거워서 안전하지 못한 단계요, ‘관리 가능’은 자기 감정상태를 인식하고 있으며 자기감정을 통제하는 단계라고 했다. 통제 불가능한 감정이나 위험한 감정을 진정시키지 않으면 대부분은 후회할 일을 저지르게 된다. 이와 같은 경우에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당신은 화를 낼 수 있다. 그것은 쉬운 일이다. 하지만 적합한 사람에게, 적합한 정도로, 적합한 시간에, 적합한 목표로 화를 내는 것은 쉽지 않다”고 했다.

해가 지기 전에 분을 풀라는 주님의 가르치심대로 감정 온도를 낮추어 후회할 것 없는 건강한 생활을 해야 한다. 감정의 온도가 상승하여 비등점을 넘어선 단계를 ‘감정의 홍수’라고도 부른다. ‘감정의 홍수’ 현상이 발생하면 판단능력이 약 20% 정도 떨어진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침팬지 수준과 거의 같아진다. 그래서 “그 땐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그 땐 내 정신이 아니었어”라고 한다. 극도로 분노하게 되면 이성의 상실, 판단력 저하, 감정통제 불가능해져서 눈에 뵈는 것이 없어져서 끔찍한 범죄도 서슴지 않고 행하기도 한다. 미국 듀크대학교 연구 결과, 화를 잘 내는 사람은 보통 사람보다 사망률이 20%나 높다고 했으며, 하버드대학교 연구 결과, 자주 분노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심장마비를 일으킬 위험이 2배나 높다고 했다.

히브리어에서 ‘분노’는 본래 ‘코’라는 단어에서 유래되었는데 이는 몸속의 열이 코를 통하여 거친 숨으로 나오기에 분노를 표현하는 단어가 되었다. 조절되지 못한 분노는 육체, 감정, 이성, 영적 신앙생활에까지 영향을 끼친다. 노상 분노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가인은 동생 아벨을 죽이고 말았으며, 모세는 계명이 새겨진 돌비를 던져 깨뜨렸고, 발람은 애꿎은 나귀를 때렸으며, 웃시야는 제사장을 대적하다가 문둥병에 걸리고 말았다. 산헤드린 공회는 죽일 수 있는 권한이 없음에도 분노하게 되었을 때 예수님을 죽이고, 사도들을 죽이려 했다.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이나 복수하려는 마음 그리고 공격하려는 마음이 생길 때 주의해야 한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분을 그치고 노를 버리라 불평하여 말라 행악에 치우칠 뿐이라”(시 37:8), “분을 내어도 죄를 짓지 말며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고”(엡 4:26)라는 말씀대로 분노를 조장하는 악한 영을 대적하고, 성령의 도우심을 받아 ‘절제’(self-control)의 열매를 맺고 온유함으로 승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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