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바티칸의 주인인 프란치스코 1세 교황이 쿠바와 미국 나들이에 나섰다. 그는 교황권을 손에 쥔 날부터 신선도 넘치는 교황이었다. 지금까지 품위 위주의 교황들 모습을 뛰어넘어 행동하는 로마 가톨릭의 모범을 제시하며, 교황권 주변에서까지 교황이 너무 튀는 것이 아니냐면서 반발하는 이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수구세력들이 무엇을 원하고 또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까지 꿰뚫고 있는 프란치스코는 마치 13세기 앗시스의 프란시스처럼 엉뚱한 모습으로 화답하면서 자기 할 일을 해가고 있다.

그는 쿠바의 혁명광장에서 우렁찬 목소리의 가치를 뽐냈다. “위대한 사람이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섬김 받으려하지 말고 다른 사람을 섬겨야 한다. 섬김이란 결코 이데올로기적인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 이상 사람을 섬겨야 한다”고 외쳤다. 예수의 언어였다. 그가 서서 혁명적 선언을 하는 곳이 피델 카스트로의 혁명광장이었기에 더 큰 혁명적인 발언으로 들려왔다. 그는 예수의 언어에 쿠바적 상황을 곁들여 ‘이데올로기’의 깡마른 몸체에 사랑과 섬김의 살과 피를 부어주고 싶은 심정이었나 보다.

지난 1998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찾아가서 카스트로의 가슴에 울림을 준 이후 로마교회는 꾸준한 애정과 연민으로 쿠바를 지켜보더니 드디어 프란치스코 교황의 열정으로 피델의 아우인 현 집권자 라울 카스트로의 정권을 움직였다.

교황은 쿠바에 가기 전 미국과 쿠바가 국교 회복하는 것을 보았고, 그리고 쿠바에 가서 쿠바의 권력과 국민에게 감동어린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선포했다.

그는 곧이어 미국으로 건너가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지난 달 24일 미 의회에서 상·하 양원 합동 연설에 나서서는 이민자 보호, 기후 변화 대응, 사형제 페지 등 매우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말했다.

그는 자유의 땅이자 용감한 사람들의 고향이기도 한 미국의 의회에서 연설의 기회를 갖게 되어 기쁘다면서 “미국의 얼굴인 미 의회는 상처받기 쉬운 연약한 국민을 돌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교황의 미국 활동은 가는 곳마다 구름 인파를 몰고 다녔다. 미국의 로마 가톨릭 인구가 7천만 명임을 감안할 때 충분한 배경이 된다 하겠으나 교황이 가는 곳마다 쏟아내는 언행은 단순한 로마교회를 대표하는 발언을 뛰어넘었다.

행차 중에 불법 이민자 가정의 어린 딸을 가까이 불러 그 볼에 입맞춤을 한다거나 미국 최고 권력의 현장인 의회 연설 후 곧바로 노숙자와 극빈자, 불법 이민자를 만나기 위해 성 페트릭 성당으로 달려가는 모습은 마치 시위하는 것 같았다.

교황의 언행이 2016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의 공화당으로는 민주당 성향이라고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고, 미국 입성 전용기 안에서 미국의 보수 세력들이 교황은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하는데 자신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나는 교회의 사회적 교리에 있는 그 이상으로는 말한 적이 없다”며 “나는 교회를 따른다”라고 했다.

교회의 명령에 따르는 것일 뿐 개인적 발언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가 쿠바와 미국에 남긴 요구들이 어떤 열매로 나타날지 매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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