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성 선교사의 ‘발로 쓴 선교 이야기’ 95

   
▲ 예장합동 총회세계선교훈련원(GMS) 원장

기도를 마친 순간 그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몇 시간 후면 수술대에 오르는 그는 긴장하는 모습이다. 나를 세브란스 병원으로 인도하신 하나님의 섭리를 이 아침에 깨닫는다.

 

세브란스 병원에 응급실에 왔다. 장 유착으로 몸을 가눌 수가 없다. 한 달여간 금식해 체중이 54kg이다. 이곳저곳에서 응급환자들의 고통소리가 들린다. 간밤에 뜬눈으로 지새운 아내가 곁에서 새우잠을 자고 있다. 긴 밤 내내 호스로 장속의 이물질을 빼냈다. 코에 호스를 끼고, 약이 떨어지는 링거소리가 들린다. 힘이 없어 말씀묵상도 할 수가 없다. 중년의 건강이 이렇게 쉽게 무너질 줄 몰랐다.

아침에 회진 온 의사가 오늘 중으로 병실을 알아보겠다더니 드디어 오후에 병실로 옮겨졌다. 응급실에서 병실로 옮기니 천국이 따로 없다. 창문 쪽에 있는 병실이어서 전망도 좋아 자연치유가 되는 기분이다.

같은 병실 옆에 환자의 가족들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가족들이 아버지의 병으로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다. 기회 되면 복음을 전해야지 하고 기도하고 있었다. 환자의 노모가 아들 곁에서 기도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저민다. 오후엔 담임목사가 심방 온 것을 보니 신앙인인 것 같다.

오늘은 옆 환자의 수술 날이다. 새벽에 말씀을 묵상했다. ‘자녀들아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사랑하자’(요1서 3:18). 이 말씀이 깊이 와 닿았다. 사랑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싶어 기도로 준비하고 다가갔다. 나를 소개하니 환자 자신도 곽기철 집사(서울 한성교회, 52세)라고 소개한다. 얼마 전 단도암과 간암으로 수술했으나 재발해 다시 수술한다고 한다.

잠시 중년의 환자를 위해 기도하기 전에 내가 선교지에서 경험한 것을 말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유방암이 몸에 전이되어 가능성이 없었던 터키 성도였다. 현지교회를 목회 할 때였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최근 암 선고를 받았다는 소식에 즉시 아내와 심방을 갔다. 차 안에서 죽음을 준비하도록 돕는 말씀을 준비했다. 그러나 그녀의 집에 도착해 위로 예배를 드리는데 차마 준비한 말씀을 전할 수 없었다. 그래서 본문을 바꾸었다. ‘너희는 맘에 근심하지 말라.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요 14:1)고 전했다. 그리고 더듬거리는 터키어로 기도했다.

‘하나님 아버지! 주님은 어린아이 감기 하나 고쳐 주시는 것이나 죽음의 벼랑 끝에 서있는 암 환자 고쳐 주시는 것이나 동일함을 믿습니다. 한번 고쳐 주옵소서!’

이 기도가 그녀에게 벼랑 끝에서 소망을 갖게 했던 것 같다. 지금도 이 여인은 건강하게 살아있다.

동일하게 이 아침에도 곽기철 집사와 기도했다. 기도를 마친 순간 그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하나님은 어린아이 감기 하나 고쳐 주시는 것이나 벼랑 끝에 암 환자 고쳐 주시는 것이나 동일합니다. 용기를 갖고 수술대 오르세요.’ 곁에 선 아내도 동일하게 눈물을 흘렸다. 몇 시간 후면 수술대에 오르는 그는 긴장하는 모습이다.
나를 세브란스 병원으로 인도하신 하나님의 섭리를 이 아침에 깨닫는다. 담당의사가 회진을 왔다. ‘오전 10시 30분에 수술합니다. 저희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준비해 주세요.’ 수술을 기다리는 가족은 침묵이다.

8시간 걸리는 수술이다. 지금 4시간 지나는 것을 보면 수술이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주님이 이 중년을 치료해 주시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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