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회를 앞두고 지난달 마지막으로 열린 정기실행위원회에서는 NCCK의 근간인 ‘연합정신’이 퇴색된 모습을 여실히 드러냈다. 예장통합의 복귀를 위해 ‘제도개혁’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헌장의 중요 부분을 손질해야 하는 만큼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사실상 이날 제시된 ‘제도개혁안’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연합의 정신에 어긋나는 내용이 없지 않았다. 특히 그동안 총회와 실행위원회로 되어오던 의결구도 외에 임원회를 설치한다는 것은 그날 지적대로 중요사안들이 몇몇의 결정으로 좌우될 소지가 있고, 이는 연합정신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다.

또 총무 선임에 있어 ‘교단순환제’를 명시하는 부분도 조심스럽다. 사실상 NCCK는 회장에 대해서는 별 문제 없이 교단들이 돌아가며 맡아왔지만 총무 부분에 있어서는 통합, 기감, 기장 세 교단에서만 맡아왔다. 그나마도 얼마 전부터는 경선 구도가 되면서 교단 안배의 분위기도 깨지더니 총무 선임 때마다 적잖은 견제와 정치적인 줄다리기가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총무 선임에 ‘교단순환제’를 명시한다니 “그럼 그동안 총무 했던 교단 빼고 나머지 교단부터 맡도록 하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NCCK가 당면한 위기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오는 것이지 어느 누구 한 사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NCCK는 지역공동체와의 연결고리가 상당히 약화됐다. 사실상 끊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머리만 크고 다리는 빈약한 가분수의 모양을 하고 있는 듯하다. 운동체로서의 역동성보다 구조를 유지하는 데 급급한 속에서 회원교단의 눈치를 봐야 하는 모습은 과거 NCCK가 교회와 사회 속에서 이뤄낸 빛나는 유산을 퇴색케 한다.

NCCK 총회가 코앞이다. 과연 이번 총회에서 화합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전체를 생각하는 통 큰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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