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성 선교사의 ‘발로 쓴 선교 이야기’ 99

   
▲ 예장합동 총회세계선교훈련원(GMS) 원장

인생을 좀 살았다. 질주할 때와 주위를 둘러보아야 할 때를 안다는 것이 말이다. 요즘은 갈수록 시력도 침침하고 속도를 내며 책을 읽지도 못한다. 예전처럼 일처리도 빠르지 못하다. 예전엔 삼십분 걸리는 일을 요즘은 한 시간을 훌쩍 넘기는 일이 자주 있다. 오십견이 지나며 비교적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데도 소변이 시원치 못하다.

삶이 속도를 내며 앞을 보고 질주해야 할 때가 있다면 속도를 늦추고 주위를 둘러보아야 할 때가 있다. 속도를 낼 시간에 머뭇거리면 목표 달성이 어렵다. 속도를 늦추고 주위를 둘러보아야 할 시간에 속도만 내다가는 소중한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 속도와 질주는 젊은 날의 몫이다. 속도를 늦추고 주위를 둘러보아야 할 때는 중년의 몫이다. 속도를 내고 달려야 할 시간과 속도를 늦추고 주위를 둘러보아야 할 때를 깨닫는 것이 지혜다.

목회나 선교나 시작과 마무리가 있다. 시작은 속도다. 마무리는 브레이크를 잡는 일이다. 속도를 내고 질주하는 시간은 선교훈련, 성경공부, 세미나 참석, 자기 개발을 위해 하루가 짧다고 질주했다. 마무리 시간에는 정리, 분석, 평가하며 브레이크를 잡아야 한다. 훈련하고 배우고 자기 발전을 해야 할 시간에 정리하고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시작과 마무리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시작과 마무리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시간은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에서 시작은 잘했는데 마무리를 못해 실패한 사람들이 많다. 대표적인 성경 인물을 꼽으라면 사울이다. 사울 왕은 하프타임에 실패했다(삼상 31:1~6). 사람들의 삶을 살펴보면 두 종류 나누어진다.

시작은 좋았으나 끝이 좋지 않은 사람과 시작은 좋지 않지만 나중이 좋은 사람이다. 사울 왕은 후자였다. 사울은 처음에 이스라엘의 초대 왕으로서 영광스러운 자리에 있었다. 그러나 나중에 아름다운 신분을 스스로 포기하고 아들들과 함께 길보아 산에서 목 매달리는 비참한 생을 맞이한다. 시작이 좋았어도 마무리가 좋지 못하면 인생은 무가치하다. 사울은 시작이 좋았으나 나중이 좋지 않았다.

사울의 마무리가 좋지 않았던 것은 교만 때문이었다. 사울은 교만 때문에 실패했다. 사울이 왕으로 선택받을 때는 부끄러워서 광주리에 숨을 정도로 겸손했다. 그러나 왕이 된 후에 사울은 교만해졌다. 사울은 자기 위치를 망각하고 왕으로서 사무엘 대신 번제를 드리며 제사장 직분까지 수행했다. 아말렉과의 전쟁에서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하고 살진 짐승들을 이스라엘로 끌어오는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교만은 하나님께서 미워하시는 죄다. 교만은 인간관계를 파괴하는 독초이며 인생을 패망으로 이끈다(잠 18:12). 교만한 사람은 미성숙하며 무질서하고 다른 사람을 정죄한다. 항상 모든 것을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불평과 원망이 많고 외롭다. 교만한 사람은 자신의 한계를 모르며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는다. 겸손은 사랑과 복을 받는다. 겸손하면 재물과 영광과 생명이 따라온다(잠 22:4). 겸손은 사람을 변화시키고 빛나게 하는 능력이 있다. 겸손하기 위해서는 작은 것을 존귀하게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작은 것을 크게 보고 의미를 부여할 때 다른 사람 안에 있는 작은 아름다움, 작은 장점, 작은 재능과 은사를 크게 보게 된다. 겸손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작은 선행에 감격할 줄 알기 때문에 인간관계가 풍성해진다.

목회나 선교나 지금은 질주할 때인지 주위를 둘러보아야 할 때인지, 속도를 낼 때인지 주위를 둘러보고 브레이크를 잡아야 할 때인지, 배워야 할 때인지 배운 것을 나누어야 할 때인지 알아야 한다.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