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한호돈암그리스도의교회 목사

나라가 역사 교과서 문제로 연일 시끄럽다.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 때문이다.

이는 역사만은 국가주도로 정리해서 학생들에게 애국심과 자긍심을 고취시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왜 문제일까? 그것은 첫째로 과거의 국정교과서 때문이다. 많은 역사학자들과 국민들은 과거의 국정교과서에서 식민사관의 잔재를 강하게 느꼈었다. 그러므로 국정교과서를 다시 추진하는 것은 친일 및 식민사관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둘째는 교육의 획일성 때문이다. 획일화된 교육을 받은 학생들에게 창의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과거의 획일화된 역사교육을 받은 세대들 중에 주사파가 등장했던 것은 획일화된 교육의 폐해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셋째는 정치적 이해득실 때문이다. 역사교육은 몇 년 후에 투표장에 나와야 하는 학생들의 투표행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거기에 색깔 논쟁까지 가세되어 한층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아마도 6.25를 겪거나 반공교육을 철저하게 받은 세대들은 현행 역사교육에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철저하게 공산체제의 이념 교육을 받은 북한주민들조차 탈북이 대세가 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게 걱정할 일은 아닌 듯싶다. 그렇다고 해서 현행 역사교과서에 문제가 전혀 없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역사교육의 본질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역사란, 과거의 사건들을 현재적 관점에서 해석한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학은 이미 오래전에 “사실은 곧 진실”이라는 명제를 버렸다. 그러므로 사실은 항상 진실이 될 수 없다. 그 이유는 역사적 사건들을 해석함에 있어서 다양한 관점보다는 다분히 승자들의 관점에 치우친 결과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는 것은 지나온 역사, 특히 근현대사 부분을 박근혜정부의 관점에서 해석하겠다는 것과 같다. 현실이 이럴진대, 야당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비판적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현행 역사교과서는 여당의 입장에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러므로 현재의 역사교과서 논쟁은 선과 악 혹은 진실과 거짓의 다툼이 아니라, 관점의 다툼이다. 이것이 슬픔이다. 역사에 대한 관점은 화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역사문제를 논(論)하는 것 자체가 국가와 사회를 소용돌이로 몰아넣는 것과 같다.

거기에 기독교계도 가세해서 논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것은 더욱 큰 슬픔이다. 현재의 역사 논쟁이 진리 논쟁이 아니라 관점의 논쟁이라면, 기독교는 어느 한 편에 서서 옳고 그름을 말해야 하는 입장에 있지 않다. 그 대신 양편의 손을 잡고 축복하며 위로하고 기도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 모두에게 역사의 주관자 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말해야 한다. 그런데 보수 기독교계는 국정화를 통해서 현행 역사교과서가 삭제한 부분들, 즉 기독교가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한 부분이 복원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보수 기독교계에 묻고 싶은 것이 있다. 과연, 기독교에 대한 긍정적 기술을 역사교과서에 몇 줄 더 넣는다고 해서 현재 기독교가 겪고 있는 위기가 사라질 수 있을까? 슬프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기독교가 국가로부터 부정(否定)되었을 때에도 기독교는 성장했다. 반대로 국가로부터 지지를 받았을 때 교회는 부패했고 교회의 본래적 기능을 잃어버리곤 했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 기독교계는 역사논쟁에서 비켜나야 한다. 이 와중에 진보 기독교계 역시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므로 역사논쟁 속으로 들어왔다. 이것 역시 옳은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미 밝힌 대로 역사는 진실과 거짓의 문제가 아니라 관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부연하면, 역사교과서 문제는 진리 논쟁이 아니다. 이것은 진보 기독교계 역시 보수 기독교계가 범하고 있는 실수를 답습하고 있는 것과 같다.

이제 기독교계는 역사문제에 대한 논쟁을 그치고 교회에 대한 논쟁을 해야 한다. 과연 현재의 한국교회는 교회다움을 회복하고 있는가? 이 문제를 가지고 논쟁하면서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역사교과서에 기독교가 어떻게 기록될 것인가는 바로 그 논쟁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미래의 역사교과서에서도 기독교에 대한 긍정적 기술이 사라진다고 해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교회가 교회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한, 교회는 계속해서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놀라운 사명을 감당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