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이 있는 우리교회도 이같이 당했는데, 그동안 상가건물의 교회들은 얼마나 당했을지 가늠이 됩니다. 우리나라가 어떻게 이같이 되어 가는지 참으로 통탄을 금할 수가 없네요.”

11월 22일 주일 11시 예배를 교회 앞 노면에서 드린 서울 은평구 녹번동의 삼일교회 하태영 목사에게 전화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그 주간 수요일에 재개발조합의 일방적인 강제철거 집행으로 ‘성전’을 찬탈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교회가 재개발 지구에 포함되어 있어서 협상 중인 과정에서 생긴 이 같은 일이 21세기 벌건 대낮에 이뤄지고 있다니 참으로 화가 치밀어 올라왔다.

수년 동안 계속돼 온 요구와 협상을 묵살한 채 아무도 없는 교회에 무단으로 침입해 강제철거집행을 감행, 교회 유리문을 파손하고 강대상, 의자 등 집기들을 모두 빼가고, 교회를 자기들 마음대로 폐쇄시킨 것이다. 영하의 추위에 성도들은 길 위에서 예배를 드렸다.

‘교회’임에도 하나님의 교회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들의 주저함 없는 행태가 더 무섭게 느껴진다. 삼일교회가 속한 한국기독교장로회는 강제철거집행 배후로 시공사 삼성물산을 지목하면서 사업시행권자인 은평구청과 주택재개발조합의 사과를 요구하며 협상에 성실히 임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대기업과 권력의 횡포에 교회가 휘둘려지고 있는 것이다.

큰 교회 목회자와 지도자들의 비행이 한국교회 이미지 추락에 한몫을 했는데, 그 여파로 피해를 보는 것은 작은교회들이라는 이야기가 실감이 났다.

이런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연합단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교회연합,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어느 한 곳도 일언반구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교회와 사람’들이 짓밟힌 것임에도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그것은 곧 ‘내 교회가 그러지 않으면 된다’는 얄팍한 생각도 한몫 했을 수 있다. 만약 재개발에 속한 녹번동의 전 교회가 자신들의 아픔으로 알고 함께 했더라면, 더 나아가 은평구, 서울시 교회들이 함께 ‘지체’의식으로 연대하는 힘을 길렀더라면 이런 침탈 사건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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