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성 선교사의 ‘발로 쓴 선교 이야기’ 104

   
▲ 예장합동 총회세계선교훈련원(GMS) 원장

필자는 실향민의 자녀다. 장인어른은 평양에서 태어나 조국 분단의 아픔을 온몸으로 경험했다. 잠시 후에 볼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리운 가족을 영원히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가난한 시골교회 목회를 평생했다. 어느 날이었다. 심방을 마치고 KBS 이산가족 찾기 방송을 지켜보고 계신 장인어른이 생각난다. 생방송을 보며 잠 못 이루시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이제 부모세대들은 이 세상을 떠났다. 남은 이산가족들도 얼마 후면 떠날 것이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다.’

이제 2015년 한 해가 저문다. 지구상에 분단의 아픔을 안고 사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중동의 예멘도 남북 예멘이 통일이 되었다. 역사상 이데올로기 문제로 같은 문화, 같은 민족이 반세기를 등지고 사는 나라가 없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통일의 끝자락에 온 것 같다. 이 글이 마지막이기에 고민했다. 무슨 주제로 글을 마감하는 것이 좋을까? 명쾌한 답을 얻었다. 분단된 조국 통일이었다. 훗날 남과 북이 통일되었을 때 이 글을 다시 한 번 읽고 싶다. 그런 맥락에서 통일을 이루기 위해선 선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한반도의 통일에는 두 길이 있다. 하나는 무력통일이고, 다른 하나는 평화통일이다. 무력통일은 전쟁을 수반한다. 수백만 명 이상의 희생을 전제로 한 통일은 거론할 가치도 없고 의미도 없다. 우리 민족이 바라는 것은 평화통일이다. 평화통일은 남북한 당사자의 합의에 의한 통일이다. 아마도 연방제 통일이 그 모형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주변 강대국 국가들의 합의에 따른 통일이다. 이 경우는 한 체제가 다른 체제에 흡수되는 형식의 통일이다. 구(舊)소련의 동의와 종용에 따른 동독의 자진 붕괴와 서독의 흡수가 대표적이다.

통일로 가는 길목에 서서 조국이 독일 통일론을 배워야 한다.
첫째, 서독은 분단시절 동독을 형제로서 사랑했다. 독일교회의 역사를 거슬러 살펴본다. 서독교회는 어려움에 처한 동독의 동족과 ‘사회주의 속의 교회’를 갖은 인내와 사랑으로 분단 시절 거의 반세기 동안 꾸준히 도왔다. 동서독 정치의 찬바람이 매몰차게 불어도 동독을 향한 서독교회의 사랑은 한결같았다.

‘디아코니아 재단’(Das Diakonische Werk)을 동독에 상주시켰다.
서독교회는 형제사랑으로 동독 공산주의 정권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았다. 비위를 거스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힘있게 사랑을 실천했다. 성육신의 사랑을 실천하신 예수님을 본받은 사람들었다. 2015년 성탄절에 조국교회는 이런 실천을 몸으로 했으면 한다.

서독교회의 행위에 대해 한국도 반대했고 오해했다. 서독교회는 이런 오해에도 한결같이 예수 사랑의 섬김 신학 위에 성육신적 형제 사랑을 묵묵히 실행에 옮겼다. ‘배고픈 자에게 먼저 먹을 것을 주라’는 주의 명령을 잊지 않았다.

둘째, 서독교회는 원칙을 가지고 동독을 도왔다.
1) 명목 있는 도움으로 상대의 자존심을 지켰다. 겸손한 사랑만이 성공할 수 있음을 알았다. 2) 그리스도의 사랑에 입각한 확고한 철학과 순수한 지원 원칙을 지켰다. 3) 지원의 다양성과 대담성을 잊지 않았다. 수요자의 입장에 서서 그들의 필요를 채우려 했다. 4) 서독정부의 지원을 받았다.

필자는 우리 시대에 통일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각에서 통일의 샴페인을 성급하게 터뜨려선 안 된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꿈에도 소원인 통일을 원한다면 통일 이후에 준비를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한 가지 기억할 것은 통일이 되면 다음 세대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와 문화의 코드가 다르다는 것이다. 이런 세대들이 서로 화해와 사랑을 이루기 위해선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

그간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독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새해엔 더욱 조국교회에서 기쁜소식이 많이들리길 희구한다.

*지금까지 소중한 글을 연재해 주신 조용성 목사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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