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조년 한남대 명예교수

교수신문은 금년 한 해를 ‘혼용무도’(昏庸無道)라는 말로 표현하였다. 이 말을 화두로 우리는 이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게 됐다. 세상이 혼란하고 도리가 없어졌다는 뜻이라지만, 나라를 책임진 사람들이 무능하고 용렬하여 온통 어수선하고 어지러워 도가 없어진 모습을 나타낸다. 이런 것들은 과감히 버리고 장사지내야 할 것들이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고 이상한 것은 조금이라도 어떤 권력 비슷한 것을 가진 사람들은 그 자리에 앉는 순간부터 스스로 거룩한 자가 되고 올바른 자로 군림한다.

법을 잘 지켜야 나라가 된다는 둥, 올바를 생각과 행동을 해야 된다는 둥. 그런데 그것들의 수신자는 자기를 뺀, 그러니까 자기보다 지위라는 것이 낮은 사람을 향한 명령어로 바뀌어버린다. 이것들은 버리고 장사지낼 것들이다.

엄격히 따진다면 제도라는 것, 관습이라는 것, 문화라는 것, 우리가 옳다거나 괜찮다고 보는 것들이 다 한결같이 우리들을 옭아매는 쇠사슬임을 본다. 나라와 종교와 집단과 단체들, 교육과 일자리가 없으면 지금 우리가 살아갈 수 없는 것으로 돼 있지만, 사실 그것들은 우리 목에 걸린 사슬이다. 어떤 것은 좀 바짝 조여 있고, 어떤 것은 좀 느슨하게 매어 있을 뿐, 자유롭지 못하게 매어단 것은 마찬가지다. 그렇게 하고는 약간의 먹이를 던져주면 아주 기뻐서 꼬리치고 혀를 날름거리는 개처럼 불쌍한 존재가 우리들이다. 거기에 어떤 자유와 해방은 없다. 이것들도 버리고 장사지내야 할 것들이다.

최근에 정치권은 참으로 지저분하다. ‘정권교체’라느니 ‘계속집권’이라는 말이 어지럽게 흩날린다. 온갖 패거리를 다 지어서 몇십 번씩 이리저리 뒤집은 말들을 반복한다. 달콤한 말이나 겁박하는 말들을 이리저리 뒤섞어서 던진다. 몇 번이고 반복하여 그 말을 하고 들으면 어느 사이에 슬그머니 마치 그런 것들이 진리를 말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넘어간다. 그래서 함께 흥분한다. 어리석은 존재들의 헛 춤이다. 그러니까 속임수나 속아 넘어가는 약삭빠르고 어리석은 것들은 다 버리고 장사지낼 것들이다.

나라는 대통령이 하는 것도 아니고, 장관이나 차관들이나 국회의원들이나 어떤 책임을 맡은 존재들이 하는 것도 아니다. 물론 그들이 맡아 있는 동안 무엇인가를 책임감 있게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들이 무엇을 분명히 알아서 그렇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냥 관례로 그렇게 그 자리에 그가 앉았고, 또 그런 제도를 만들어 놓았으니, 알지 못하는 어떤 힘에 의하여 그렇게 흘러가니 따라가는 것뿐이다. 그것이 마치 진리인 것처럼. 그런데 따라가 보면 엉뚱하게 허궁에 빠지고 만다. 생각없이 무리지어 몰려가거나 밀려갈 때는 그런 자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깨어 일어나 살아 있지 못한 이것들도 버리고 장사지내야 할 것들이다.

따지고 들어가면 믿음은 하나의 믿음이요, 궁극에 가고자 하는 곳도 이름을 어떻게 부르든 한 곳이다. 거기에 가는 길들이 무수히 많고 다양하지만, 모두가 다 각각 자기가 서 있는 곳에서 자기 길을 찾아서 가는 것이지만, 이상스럽게 자기가 잡고 가는 길만이 옳은 것이라고 우기면서 남도 그 길 따라 가야 한다고 주장하게 된다. 진리판단을 날카롭게 하여서가 아니라 그렇게 그 자리에 오래 있었고 그렇게 배웠고 그것이 옳다는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그 교리나 가르침으로부터 해방되고 스스로 자기의 깨달음으로 가려고 하지 않는다. 지극히 어리석은 일이지 않을까? 이것들도 버리고 장사지내야 할 것들이다.

그래서 그것들이 한 곳에 모여, 한 곳에 버려져 푹 썩게 두어야 한다. 그러니까 다 버려지는 존재들이다. 열매로 살든, 씨앗으로 살든, 잡풀로 살거나 농작물로 살든 다 한 곳에 버려져 푹 썩어버려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들은 자연스럽게 쓰레기가 되어 썩게 된다. 그것 위에 새로운 씨가 움터서 새 생명을 기른다. 그러니 그냥 알맹이 생명만 잡고 그것들을 둘러 싼 껍질들이나 지지대를 버려 거름으로 삼을 일이다. 거기에서 새 정신, 새 역사, 새 사람이 나와야 할 것이다. 지나가는 헛바람에 놀랄 일이 아니다. 그것도 버려 거름으로 삼아 타고 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혼용무도’를 거름으로 삼아 아득한 새 길을 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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