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운전사의 현장 이야기 (29)

   
▲ 사)샘물장애인복지회 대표 / 샘물교회 담임

‘집으로 가자, 집으로 가자. 이런 눈물 흘리지 않는 곳, 집으로 가자. 집으로 가자. 내 아버지 기다리시는 그 곳에….’

요즘 자주 흥얼거리는 노래 가사입니다. 재발이 잦은 희귀난치병 삼십이 년, 이로 인한 중증장애 십 구년, 내 나이 60세. 가슴까지 마비에 소변 줄 달고 배변장애 등등….

그나마 가족과 활동보조인의 도움으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나의 하루하루는 때론 무척이나 힘들게 느껴지네요. 얼마 전의 재발과 그로 인한 후유증은 다시금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하지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돌아갈 하늘나라의 그 집을 떠올리게 되는군요. 이 땅에서의 삶을 사는 동안 겪었던 ‘희로애락(喜怒哀樂)’ 이 네 글자에 들어있는 많은 일들과 느낌들…. 그 모든 것들이 하나님의 사랑 가운데 내게 찾아왔던 것들이리라 믿으며 나는 배우며 가렵니다.

내게 주어졌던 날들 속에서 넘치도록 쏟아 부으셨던 그 사랑을, 나 같은 죄인을 구원하기 위해 피 흘리신 십자가의 그 사랑을, 참으로 못난 아내였고 엄마였던 내게 사랑과 희생으로 지금까지 같이 해 온 남편과 두 딸의 눈물겨운 그 사랑을, 그리고 나보다 나를 더 염려하고 배려해 준 친구와 형제 그들의 사랑을, 그래서 나는 감사할 것뿐임을, 비록 중증장애인으로 살아가지만 크신 사랑에 힘입어 험한 세상 감사하며 찬양하며 살아갈 수 있음을….

나 비록 아직도 날마다 죄에서 자유하지 못한 몸이지만 하나님의 사랑은 나를 저 하늘나라에 있는 그 집으로 이끌어 가시겠지요? 그날에 나 감사하며 집으로 갈 거예요! 할렐루야!

주님! 지치지 않게 해 주세요. / 자꾸 지치려고 해요. / 자꾸 힘이 드네요. / 순간순간의 삶이 /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되어지는 일들이 / 관계되는 일들이 / 내가 감당하기에 / 왜 이리 벅차게 느껴지는 걸까요? / 자꾸 지치려 해요. / 자꾸만 힘이 드네요. /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어찌 풀어나가죠? / 지혜도 체력도 부족하기만 한 제가 / 도무지 어찌할 바를 몰라 멈춰 있네요

전에 선교회 회보에 올린 구 집사님의 글입니다. 이렇게 힘든 구 집사님은 우리 선교회 예배에 순서지와 악보를 책임지고 찬양 순서를 맡아 열심히 예배에 참석하는 신실한 일꾼입니다. 힘든 몸 상태로 주님을 찬양하며 장애인들과 더불어 드리는 선교회 예배를 기다리며 생명 다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려 하지만 휘귀병으로 인해 병원에 입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구 집사님을 보면서 목사인 제가 부끄러울 때도 있습니다. 하늘나라를 소망하며 이 땅에서 사는 날 동안 힘들어도 아파도 주님을 찬양하다가 하늘나라에 가고 싶다는 구 집사님의 열정에 머리가 숙여집니다.

휠체어를 타고도 이분들이 모여서 찬양하고 예배하는 장소가 없어서 이곳저곳 장소를 옮겨 다니며 예배드리는 것이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열심히 하시는 예배를 사모하는 분들이 계시는 한 같이 아픔을 같이 하며 나아갈 것입니다.

어느 날 장애를 입어 삶의 의욕을 잃고 살아가는 이들이 주님을 만나 이렇게 하늘나라의 소망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때론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아픔과 고통 앞에 주님이 주시는 위로와 소망으로 올해 많은 장애인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주님이 주시는 은혜와 복이 독자 여러분들에게 넘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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