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한호 목사
돈암그리스도의교회 담임

초대교회에는 몇 가지 딜레마가 있었다. 첫째는 지연된 재림이었다. 곧 오실 것으로 예상했던 예수의 재림이 지연되면서 초대교회는 기로에 서야 했다. 둘째는 끝나지 않는 핍박이었다.
죽은 자까지도 살아날 만큼 많은 표적을 간직했던 초대교회는 핍박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이러한 상황들은 교회들을 상당히 당황하게 했다. 셋째는 대(對) 로마제국 혹은 대(對) 사회적 관계였다. 교회가 국가 혹은 사회와 어떠한 방법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첫째 딜레마가 되었던 지연된 재림의 문제는 재림의 시기에 대한 불가해성(不可解性)을 수용하는 것으로 해결되었다. 이것은 다시 종말에 대한 신학적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으로 확장되었다. 신학적 의미의 종말론은 시간관의 변화가 핵심이었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크로노스(cronos)에서 카이로스(kairos)로의 변화였다. 그 결과 재림의 시기는 매우 다양한 함의(metaphor)를 지니게 되었다.

둘째 딜레마가 되었던 끝나지 않는 핍박에 대한 문제는 고난당하신 그리스도를 표상(表象)으로 극복하였다. 부연하면, 참된 신앙이란,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하는 것’이라는 논리로 고난의 가치를 격상시켰다. 이것 역시 매우 성서적이고도 탁월한 선택이었다.

셋째 딜레마가 되었던 로마제국 혹은 사회와의 관계는 교양(敎養)을 갖춘 최고 수준의 윤리의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하였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과 빛(마 5:13-14)”이라는 예수의 가르침에 윤리적 해석을 가하므로 제국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정립하였던 것이다. 그 결과 핍박받는 공동체였던 초대교회는 상당히 고차원적인 윤리의식을 가지고 제국의 구석구석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이것이 기독교가 공인받는데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초대교회의 딜레마는 각 나라의 기독교 역사에서 되풀이되었다. 그리고 딜레마에 빠질 때마다 그 대안이 성서와 초대교회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독교 역사에는 종종 딜레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크나큰 위기를 자초한 예들도 허다하다. 이것을 경제학 용어로 표현하면 아마도 “화이트 스완(white swan)”이 적절할 것이다. 화이트 스완은 역사적 교훈에 의해서 충분히 위기상황이 예측됨에도 불구하고 골든타임(golden time)을 놓친 결과 위기를 맞이하는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뉴욕대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교수가 <위기의 경제학(Crisis Economics)>이라는 저서에서 한 말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초대교회의 딜레마와 현대한국교회를 비교하는 것이 매우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현재 한국교회가 위기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굳이 복잡한 미래예측기법을 빌리지 않더라도 한국교회는 분명히 딜레마에 빠져있으며 가까운 미래에 심각한 위기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없다. 그뿐이 아니다. 한국교회는 그 대안으로써 성서적 교회로의 회복이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교회가 회개하고 갱신하는 모습을 찾아보기란 참으로 쉽지 않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갱신을 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의미 없이 소비되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음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교권경쟁, 세속적 교회성장 프로그램, 잃어버린 영성, 교파분열, 대형교회들의 분쟁을 속히 치유해야 한다. 초대교회처럼 딜레마를 멋지게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 특히, 초대교회가 최고 수준의 윤리의식으로 딜레마를 극복했던 것처럼, 그렇게 해야 한다.

부연하면, 교회법을 기준으로 삼지 말고 상식적 수준을 넘어서 최고 수준의 윤리관으로 기준을 삼아야 한다. 왜냐하면, 교회의 특성을 이해해 달라는 대(對) 사회적 메시지를 남발하고 있는 현실, 그 자체가 성서의 가르침을 외면하고 있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 “화이트 스완”이라는 경제학 용어가 신학용어로 전용(轉用)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물이 바다 덮음 같이 이 땅에 주의 영광이 가득하기를 소망하면서 오늘의 시대적 소명을 묵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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