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교단은 ‘회개’의 목소리 이어가고 있지만, 제도적 극복 대안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어

신대원 졸업생들의 절반 가량이 ‘부임할 교회 찾지 못하거나 비정규직 신세’ 누가 책임질 것인가…
교단이나 대표적 연합기관이 책임성 있는 대책 내놔야

   
▲ 십자가의 길, 그 길을 택한 이들이 끝까지 역할을 완수해 나갈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목회자들이 사회에서 문제를 일으켜 일반 공중파 방송을 타는 경우들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지만 이 목회자를 배출한 교단들의 사후처리는 ‘꼬리 잘라내기’에 급급한 현실이다.

성총회라고 자부하는 정기총회 장소에서 ‘가스총’을 꺼내든 황 모 총무에 대해서도 교단은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그 황 총무는 지난해 다시 ‘칼부림’의 당사자로 충격뉴스에 올랐다. 그러자 그가 속한 예장 합동 교단이 내놓은 것은 그와 관련된 기록 및 이름을 영구히 삭제하고 해당 노회에 목사 면직, 제명, 출교 조치를 단행한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유학파 교수이자 목회자의 부천 여중생 살인사건’의 가해자가 소속한 교단에서는 이를 통렬히 회개하는 모습이어서 합동 교단과는 현격히 달라보였다.

# 기성 교단-회개의 목소리 계속

기독교대한성결교회(총회장 유동선)는 2월 15일 목회서신을 통해 “부천 여중생 살인사건을 저지른 범인이 교단 목회자임을 언급하며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라고 회개했다.

기성 총회장은 “저 자신부터 뼈를 깎는 마음으로 회개하고 반성합니다. 이번 일로 큰 충격과 상처를 받은 모든 분들에게도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라고 피력했다.

또한 교단 총회장으로서 이번 사건을 결코 한 목회자의 개인적인 일탈로 치부하지 않고, 그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또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철저히 원인을 밝혀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구체적인 방안도 내놓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목사안수 과정에서 부족했던 후보자들의 인성과 영성에 관한 훈련과 면접을 고시위원회와 상의하여 보다 강화하도록 하겠다”면서 “참 목회자 양성을 위해 신학교육 과정과 목회자 재교육과정을 개선 및 보완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과도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기성 교단은 목회자 가정이 안고 있는 어려움을 보살피고 치유하는 일에 보다 더 관심을 갖고 작은교회 살리기에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나와는 상관없는 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될 것임을 당부했다. 이번 일을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여겨서도 안 되고, 이번 일을 계기로 목회자가 먼저 통렬한 자성과 재발 방지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사건의 가해자와 동문수학한 S신대 신학과 90학번 한뜻동기회도 ‘죄책고백문’ 발표를 통해 △동기와 그 가족을 사랑과 관심으로 살피지 못한 죄를 인정하고 참회 △우리의 무지와 교만을 인정하고 참회 △영적 무능력을 인정하고 참회한다고 밝혔다.

기성 총회본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매주 금요일 오후 5시 금식기도회를 열고 있다. 사순절 기간 동안 아침 예배 대신 한 끼를 금식하며 통회기도회를 갖는다는 방침이다.

정기지방회 기간에 각 지방회들도 부천사건을 언급하며 영적 각성과 회개, 교단의 성결성 히복 등을 위해 애통하는 마음으로 기도를 드렸다. 이들은 “내가 바로 주님 앞에 가장 큰 죄인”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교단 부흥사회에서도 영적 회복을 위한 대각성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목회자 배출

그러나 이는 어느 한 목회자나 교단, 학교의 문제가 아니라는 목소리들이 크다. ‘말’로만 회개하고 끝나기에는 한국교회 내 제2, 3의 이 모 목사 같은 피해자는 언제든지 또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교회가 목회자를 배출하는 데 있어서 너무 무작위로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성적으로 신학교에 입학해서 4년 공부하고, 신학대학원 3년을 졸업하는 수순(총 7년)을 거쳐야 한다. 목회 현장 경험까지 하면 9~10년이 걸려야 ‘목사안수’를 받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자격 문제가 거론되는 경우는 미비하고, 거의 통과되는 것이 한국교회의 환경이다.

예장 통합은 산하에 7개의 신학대학교 산하 신학대학원에서 830여 명의 목사후보생들이 배출되고 있는데, 이 중에 50%가 졸업과 동시에 임지를 찾지 못하고 있고, 나머지 50% 또한 임지를 찾았다고 해도 ‘전임 사역자’는 아니라고 교단지는 밝히고 있다. 전임 교역자로 부임한 인원은 10여 명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고, 나머지는 준전임이나 교육담당 파트타임 교역자로 사역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임지를 찾지 못하는 이들은 전임사역 2년의 경력이 인정돼야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는 조항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목회자의 꿈을 접어야 하는 위기에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불법’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장신대가 조사한 신학대학원 졸업자 취업자수(신학과)의 취업률을 보면 2013년 83. 69%에서, 2014~5년 65.57%로 감소추세임을 알 수 있고, 사실상 졸업 당사자들의 체감 취업률은 50% 미만이라고 이 교단지는 밝히고 있다.

한국교회에서 대표적인 모범교단이라는 예장통합이 이 정도이니 다른 경우는 불 보듯 뻔하다. 그런데도 교단들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감리교단은 10여 년 전부터 3개 대학원을 통합 운영, 수급을 조절한다는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시행 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통합 교단의 경우 50%가 졸업과 동시에 임지 못찾고 있는 현실-무작위 목회자 배출 시스템 문제

성직자 환경 역시 경쟁구도에 내몰리는 현상 타개해야

 

# 100만원도 안 되는 박사교수의 임금

이번에 부천 여중생 사건의 가해자인 이 모 교수(목사)의 경우는 어떤가. 그는 교단이 제시하는 목사안수 과정을 충족하고 독일에서 정식 학위를 취득하고 온 목회자다. 아무리 안 걸렸어도 학사·석사·박사학위 취득까지 15년 정도가 소요됐을 것이고, 그리고 마침내 안착한 신학대에서도 그가 할 수 있는 일자리는 ‘비정규직’이나 다름없는 강사였다.

그런 강사들은 각 학교마다 2/3에 달할 것이라고 서울신대 기획처장 이길용 교수는 말한다.

가해자 이 모 교수는 가장으로서 10여 년 가까이 그 정도의 강의료를 받고 ‘교수’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특정 학교나 목사에게만 한정되지 않는 오늘의 한국교회 풍토다. 이길용 교수는 “한국교회 전체를 하나로 보면서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한국교회연합 조일래 대표회장은 “그런 한국교회의 문제들을 심도있게 연구해 다시는 이같은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철저히 목사 양성을 해나가야 하는 것이 절실하다”라면서도 “그러자면 재정 문제가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일래 대표회장은 한국교회가 타 종교에 비해서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도 이미지가 좋지 않은 것을 막기 위해 한교연이 진행하고 있는 것이 턴업(Turn UP)운동이라고 소개하면서 “이미지 추락은 막고, 좋은 일은 업시키자는 운동”이라며 한국교회가 이 운동에 관심을 갖고 후원해줄 것을 당부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사회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지만, 이렇게 목회 현장과 목회자를 배출하는 신학대학에서도 버젓이,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되고 있다.

성직자를 배출한다면서도 끊임없이 경쟁구도에 내몰리고 있는 현상을 타개해 나가기 위해 교단이나 연합기관의 책임자들은 아예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제도적인 모순에 대한 아무 대책 없이 ‘회개의 말’만 무성하다면 그것은 거짓된 모습으로 또다른 ‘화(禍)’를 부르게 하는 원인이 될 것이다.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