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중앙교회 담임

석 달 전 이 지면에 ‘목사가 죽어야 교회가 산다’라는 글을 썼는데, 이제는 ‘목사가 살아야’ 하는 것으로 얘기를 풀어보려 한다. 필자의 진정한 의도는 목사를 살리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오래 전 공산권이며 이슬람권인 선교지로 떠날 때 많은 선후배 목회자들에게서 “가서 잘 죽으세요”라는 인사를 받았다. 그 인사를 당연하게 받고 있던 어느 날 어린 대학생 제자들에게도 같은 인사를 받았다. 그런데 그때는 좀 심기가 불편했다. 어차피 고생할 각오하고 죽자고 결심하고 오지로 떠나는 선교사에게, 어린 자녀들과 가족을 이끌고 사지로 나가는 선교사에게 그보다 더 좋은 인사는 없을까?

필자는 실제로 선교지에 가서 “여기서 죽으리라”, “여기에 뼈를 묻으리라” 생각하며 사역했다. 가족과 성도들에게도 죽으면 한국으로 보내지 말고 여기에 묻어달라고 부탁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선교사가 살아야 선교가 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교사는 죽으로 온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러 왔다. 살아 있어야 복음을 전할 수 있다”, “선교사는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리러 온 사람이다. 선교사가 살아야 다른 사람을 살릴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이 바뀌면서 생활과 사역에 더 힘을 얻어 사역할 수 있었다.

목사가 왜 죽어야 할까? 사실은 살기 위해서 죽어야 하는 것이다. 죽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사는 것이 목적이다. 예수님은 죽음으로 삶을 끝내지 않으셨다. 부활하시고 승천하셨다. 주님은 반드시 죽으셔야 했다. 그러나 죽음으로 끝나셨다면 주님은 실패자요, 우리의 구주가 되실 수 없다. 주님이 다시 살아나셨기에 주님은 승리자이시며, 우리의 주님이 되신 것이다. 죽음으로 끝나는 삶은 실패이다. 죽은 후에 다시 살아야 그것이 진정한 승리이다. 우리는 죽어야 한다. 죽음을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살기 위해서 죽는 것이다.

그런데 왜 죽어야 하나? 죽음 이후에만 부활이 있기 때문이다. 날마다 죽어야 날마다 살기 때문이다. 육이 죽어야 영이 살기 때문이다. 한 알이 밀이 땅에 떨어져 죽어야만 많은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목회자는 날마다 죽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리고 필연코 다시 살아나야 한다. 죽은 후에 다시 살기 위해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해야 한다. 말씀과 기도와 경건 생활에 힘써야 한다. 목사는 천사가 아니다. 세상 사람이나 성도들과 똑 같은 사람이요, 똑 같은 죄인이다. 그런 사람이 거룩한 자리에 서서, 거룩하신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거룩하신 주의 일을 대신한다는 것은 타당치 않는 일이다. 그러므로 사람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 목회이다. 주님의 은혜와 긍휼이 아니면 사역을 감당할 수 없다. 인간의 죄성과 연약함을 철저히 자각하고 자기 자신에 대해 절망해야 한다. 낮아지고 또 낮아져 주님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 그래야만 신앙경주와 목회경주를 끝까지 아름답게 마무리 할 수 있다.

목회자를 살리는 일에 목회자 자신만 아니라 교회의 당회나 성도들도 협력해야 한다. 목회자가 가장 위험한 자리에 있는 가장 연약한 존재요, 가장 기도와 도움이 필요한 존재임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한국 교회 안에는 목회자를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신의 대리자처럼 생각하는 교인들이 많다. 이런 풍토와 생각이 개선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한국 교회 목회자들은 계속하여 변질되고 탈진하고 넘어지는 일이 가속화될 것이다.

목회자에게 가장 중요하고 우선된 목회는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을 성장시키는 것이다. 즉 자기 자신에 대한 목회이다. 그리고 교회를 목회하기 이전에 가정을 바로 세우고, 가정 목회를 바로 하는 것이 순리이다. 자신이 건강하고, 가정이 행복해야 건강하고 행복한 목회를 할 수 있다. 그래야 정상적인 목회가 이루어지고 롱런하는 목회가 된다. 부흥이 아니라 건강한 목회, 정도 목회를 하시도록 교회 부흥에 대한 부담감도 줄여 드려야 한다. 목사에게 경건생활에 힘쓸 수 있는 시간, 가정을 돌볼 수 있는 시간을 배려해야 한다. 계속해서 공부하고 연구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시간과 물질적 도움을 주어야 한다. 목사가 건강해야 교회가 건강해지고, 목사가 성장해야 교회가 성장한다. 목사가 살아야 교회가 산다.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