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년 간 1천여 교회, 1만명 이상 목회자들과 만난 한국목회임지연구소 대표 박현식 목사

300여 교회 임지 연계시켜서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

“도시교회에 잘 맞는 자가 있고,
농어촌교회에 어울리는 목회자가 있더라”

목회자다운 목회자 많아져서 지역 목회자들끼리라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 타파하는 노력 절실

“극복하려 노력해도 안 된다면 자신에게 맞는 임지를 찾는 것이
교회 신자나 목회자를 위해서 건강성을 유지시키는 것이 될 것”

   
▲ 한국목회임지연구소 대표 박현식 목사

“저도 제가 이런 일을 할 줄 몰랐다.”

박현식 목사(58세)는 목회를 하면서 내부의 어려운 문제를 누구와도 상의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가슴앓이를 하며 전전긍긍…결국 해법은 찾아서 목회사역을 했지만 이 일을 겪은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 이후 주변에서 목회자나 장로들이 어려움을 이야기할 때 함께 머리를 맞대며 해법을 찾는 데 노력해왔다. 그러다가 연구소를 설립한 것은 자신이 속한 교단(감리교) 목회자들 5명 정도가 임지 문제로 상담을 해오면서부터. 교단 사이트에 이 소식을 알리니 조회 수가 3천회를 웃돌 정도였다. 그 무렵 타 교단에서도 상담이 와서 힘껏 도왔다.

주변의 여러 지인들, 그리고 교회와 목회자들이 목회 임지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어떻게든지 돕고 해결해보고 싶어서 2009년 4월부터 한국목회임지연구소를 설립, 사역을 하고 있다.
지난 7년 간 목회임지연결사역을 하면서 전국 1000개 이상의 교회를 방문했고 1만 명 이상의 목회자들과 대화를 한 박 목사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꼬집으면서 우리의 현 상황, 대안을 다각도로 제시했다.

◑ 임지 옮기고 싶은 목회자 80%?

설립 때부터 현재까지 이 연구소에서는 300여 교회의 임지를 연계시켜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성공시켰다.

임지를 옮기고 싶어 한다고 해서, 사고 난 교회인가? 아니면 문제가 있어서 그런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박 목사는 “맞지 않는 옷을 입어서일 뿐”이라며 그런 오해를 일축했다.

“도시교회에 잘 맞는 자가 있고, 농어촌교회에 어울리는 목회자가 있는 것 같습니다. 도시교회에서 목회하려면 일단 설교에서 밀리면 안 됩니다. 반면 농어촌교회에서는 주민들과의 관계성이 약하면 힘듭니다.”

그러면서 “옷이 몸에 맞지 않으면 불편한 것처럼 임지 역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면서 “극복하려 노력해도 안 된다면 자신에게 맞는 임지를 찾는 것이 교회 신자나 목회자를 위해서 건강성을 유지시키는 것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임지 문제로 상담을 의뢰하는 목회자들의 이유는 다양하다. 중직자와 갈등이 있어서, 은퇴나 일신상의 사유로 후임을 구하는 자, 교회 합병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생각하는 자, 자녀 교육이나 비전 때문에 농촌에서 도시교회로 오고 싶어 하는 자, 반면에 빡빡한 도시교회를 탈피해 농촌교회로 가고 싶어하는 자, 해외에서 국내 목회로 계획하고 있는 자 등등….

어느 목회자 부부는 교회에서 이유 없이 배척당하자 도저히 살 자신이 없어서 자살까지 생각하는 시점에 박 목사를 만났다. 모든 것을 털어놓고 대화했고, 해법을 함께 찾았다. 그리고 지금 그는 새 임지에서 행복하게 목회하고 있다. 그런 것을 보면 박 목사는 ‘뿌듯함’에 모든 힘든 것이 사라진다.

군포 지하 건물에서 10명의 신자와 목회하다가 평택의 150명이 출석하는 교회에 부임해서 성공적으로 목회를 하고 있고, 무임목회자였는데 강화도에서 건강하게 목회하는 등 연결해준 임지에서 행복하게 목회하는 이들을 볼 때 감사하다고 말한다.

한국교회 목회자 중 80%가 임지를 옮기고 싶어 한다고 박 목사는 분석한다. 왜 그렇게 많은 것일까. “수도권은 교인들의 요구 수준이 높고 워낙 다양해서 맞추지 못해 버거워하는 이들이 제일 많다”고 한다.

그리고 예전에는 은퇴하면서 목회자가 후임자를 세우는 게 80%를 웃돌았지만 요즘은 20~30%로 감소한 상태, 목회자들의 권한이 그만큼 축소되고 교회 중직자들의 결정권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그만큼 ‘시집살이’를 배겨낼 재간이 없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 목회자들, 뼈를 깎는 노력을!

말하기는 쉽다.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그 말들은 많이 하지만 그렇게 하기는 만만치 않다. 영성이 있고 감동이 있는 목회자를 요구하지만 검증된 목회자를 찾기가 그렇게 녹록치 않은 것은 목회자들 스스로도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박 목사는 말한다.

평신도들은 △진실되고 △물질에 욕심 부리지 않고 △교인들을 공평하게 사랑하고 △교단 정치에 개입하지 않고 목양에 전념하고 △권위적이지 않고 섬기는 자세를 갖고 △인간미가 넘치고 △겸손하고 △언행일치가 되는 목회자를 원한다. 그것을 목회자들은 인지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면서 신학적이고 이론적인 부분에서는 예전보다 지식이 높아졌지만 목회 현장에 나가서는 실천적 목회를 제대로 할 수 있는가를 장담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성경을 기반으로 목회를 하지만 수평적으로는 성도들이 바라는 목회자상이 있는데, 이것을 무시하고 나가다가는 걸려 넘어지기 일쑤라는 것이다.

박 목사는 <목회 임지, 무엇이든지 물어보세요>라는 책을 발간해 교회에서 배척당하지 않고 환영받는 목회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좋은 임지를 나가려면 어떤 준비 해야 하나, 교회 갈등이 일어났을 때 대처법 등 목회현장(임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미약하다. 목회 현장이 워낙 복잡 다변화돼 있어서 코칭하고 교육할 수 있는 ‘연수원’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목회자들의 고민을 털어놓고 대화하는 것과 함께 영적으로도 채워나가야 함을 절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목회자는 설교와 영혼 사랑에 목숨을 걸고, 사례비 문제로 절대 교회와 갈등을 일으키지 말 것을 주문한다. 박 목사 부친은 장로로 재무부장을 오랫동안 했는데, 유언으로 남기신 말씀은 ‘너는 제발 사례비를 더해달라고 하거나 양복을 해달라는 그런 일로 갈등을 일으키지 말라’는 것이었다.

한편 목회자의 자질을 스스로 돌아보고,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한시라도 그만두는 게 교회를 위해서도, 자신을 위해서도 ‘좋은 결정’이 될 것이라고 조심스레 말한다.

◑ 공동체성을 회복하지 않으면…

수많은 목회자와 교회들을 전국적으로 만나면서 더 뼈저리게 느끼는 것은 무임목회자가 너무 많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신학생 배출은 목회 현장을 고려하지 않아 많아지고 있는데도 신학교는 여전히 경제논리에 갇혀서 계속 양성해내기 바쁘다. 웬만한 안정적인 교회를 가고자 하는 목회자는 많지만 임지는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갈 곳 없는 무임목회자가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어느 신학교는 교수들이 과도하게 연봉 1억을 받는다고 한다. 신학교 전체의 직원 수와 임금 수위를 조절해 교회-목회자 간의 깨진 수급을 맞춰야 한다.”

신학교의 재정을 현실화하면서 지역교회에서 신학생들을 책임지고 재정적으로도 지원하고 현장에 나가서 제대로 목회를 하는지에 대한 후속관리까지 책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특히 목회자(교회)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 그 어느 때보다도 ‘나눔’의 모습을 몸소 실천해야 함을 강조한다.

박 목사가 속한 감리교 한 지방회는 43개 교회 중 절반 이상의 목회자들이 한 달에 500만원 정도의 사례비를 받는데, 이 중에서 10분의 1을 가난한 목회자를 위해 자원해서 내놓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A 목회자는 자신이 한 달에 1천만 원 이상의 사례비를 받는다고 떠벌리는 반면 B 목회자는 자녀들의 학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카드빚이 눈덩이처럼 증가하고, 라면으로 끼니를 연명하고 있는 현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형제 자매라고 하면서 이런 불균형적인 모습을 언제까지 외면할 것이냐”고 박 목사는 한탄한다.

“한국교회가 제대로 되려면 일단 나눠야 합니다. 하나님이 물질을 허락해주신 목회자는 흘려보내지 않으면 썩고 있음을 인지하십시오. 위화감이 얼마나 팽배해있는지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박 목사가 대표로 있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한국목회임지연구소에는 2,600여명 이상의 목회자가 등록돼 있다. 임지를 의뢰하면 기본으로 신상을 등록해야 하는데, 교세 등 거짓된 정보로 우롱하면 바로 ‘퇴출’시킨다.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든지 ‘현장 실사’를 거친다. 그렇다 보니 임지 의뢰자의 80%가 성공을 거둔다. 교단별로 보면 숫자 불리고 있는 교단들의 이동이 눈에 띈다고 박 목사는 말한다.

박 목사는 개 교회 목회를 넘어 수많은 목회자와 교회 현장을 접촉하다보니 어느새 한국교회 전체를 생각하며 사역하는 목회자가 되었다. 자신의 사역을 통해 교회가, 그리고 목회자들이 치유 받고 문제가 해결되기를 오늘도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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