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환 목사의 독서 이야기 [66] <바보경>

   

▲ 장석환 목사
하늘기쁨목회자
독서회 대표/
하늘기쁨교회 담임

요즘은 ‘많이 아는 것 같으나 실상은 텅 빈’ 사람이 많습니다. 그렇게 안은 비었으나 마치 가득한 것처럼 보이려는 사람이 있고, 그 반대로 안으로는 가득 채워져 있으나 겉으로는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니, 그러한 것을 기술로 익히는 것도 필요합니다.일명 ‘바보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목회자독서회에서 이번에 함께 토론한 책은 <바보경>(정판교 저/스성 편저/파라북스 간행)입니다. 정판교는 18세기 중국 청나라에서 지방 현령을 지냈던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의 책 ‘난득호도’는 중국 사상을 아주 잘 반영하는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난득호도’란 직역하면 ‘풀칠하는 것을 익히는 것이 어렵다’입니다. 의역하면 ‘어리석기가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어리석음이란 ‘무엇인가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을 마치 모르는 것처럼 덮어서 모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한편으로는 거짓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덮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거짓의 측면보다는 ‘참 지혜’입니다.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입니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을 나보다 더 낫게 여기는 겸손이 그 근본에 있어야만 ‘난득호도’를 깨달았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난득호도’가 뭐 그리 어려울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교만하여 이것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자신 안에 무엇인가 조금만 있어도 그것을 드러내려는 교만한 마음 때문에 안에 간직하지 못하고 드러내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것은 자랑과 교만과 아집이 되기 쉽습니다. 난득호도는 겸손한 마음이 근본을 이루는 것이지만 또한 기술적인 측면도 없지 않습니다. 이 책을 통해 난득호도를 배워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자신이 아는 것을 감추어야 하는 것은 ‘자신이 아는 것이 모든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이 세상은 ‘자신만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것을 너무 많이 드러내면 다른 사람이 드러낼 시간이 없고, 어쩌면 그것을 갖지 않은 사람은 마음이 상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간직하고 오직 이웃을 사랑하기 위한 방편으로 절제하면서 드러내는 것이 바로 ‘난득호도’에서 말하는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책을 읽으면 중국의 풍성한 역사에서 나온 많은 이야기들을 볼 수 있어 좋습니다. 이 책에도 많은 이야기들이 ‘호도’(감추는 것)의 유익을 말하기 위해 사용되는데요. ‘육척항’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중앙정치에서 큰 벼슬을 하는 장영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고향집에서 이웃과 경계선 문제로 시비가 붙었습니다. 속이 상한 재상의 부인이 정승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편지를 받아든 재상은 ‘천리 밖 달려온 편지가 담장 이야기밖에 없네’라는 시를 써 보냅니다.

그때 고향집에서는 깨닫고 삼척(1m)을 뒤로 밀려 담장을 쌓았고 그때서야 옆집에서도 삼척을 뒤로 밀려 담을 쌓음으로 동네 사람들이 지나다닐 수 있는 육척항의 길이 생겼다는 의미입니다. 싸움에 이기기보다는 바보처럼 뒤로 물러나니 서로 더 좋은 이웃이 되었던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많은 이야기들을 통해 ‘호도’가 얼마나 유익한지 설득력 있게 설명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권하고 싶은 것은 가능한 ‘직역’을 해 보라는 것입니다. 성경도 직역도 보고 의역도 보아야 하는데 항상 직역이 중심이어야 합니다. 직역을 해야 본래의 의미에서 더 확장된 의미를 제대로 깨달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앙인은 밖으로 요란한 사람이 아니라 안이 듬직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많이 알고 많이 겸손한 '현명한 바보'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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