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운전사의 현장 이야기 (47)

   
▲ 이해영 목사
사)샘물장애인
복지회 대표
샘물교회 담임

허 목사님을 알고 지낸지 십 수 년이 되어갑니다. 소아마비로 인한 하반신 장애의 몸으로 장애인 선교를 30여 년 동안 잘 감당해 오신 신실한 목사님이십니다. 한국장애인선교단체총연합회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제 고향인 익산에서 장애인 시설을 지어 장애인들을 잘 섬기고 있어 고향에 갈 때 가끔 들려 교제를 나누곤 했습니다.

제가 논산에 온 뒤 시설 행사에도 참여했고 지난여름엔 예초기로 주변 잡초 정리를 부탁해 기쁜 마음으로 땀 흘려 시설의 주변 정리해주기도 했습니다. 그때 “이 목사가 가까이 와서 참 좋다”고 하시면서 식사 대접을 하기도 했습니다.

저희가 교회 건축을 한다니까 적지 않은 후원금을 보내주시기도 하신 분입니다. 지난 8월에는 대만을 여행하고 싶다고 하면서 비용의 일부를 허 목사님께서 부담하시기로 하고 2박3일 동안 그분을 업고 관광버스에 태우고 내리는 일을 한 적이 있는데 너무 고맙다고 다음에도 어디 갈 일이 있으면 동행해달라고 부탁하시기에 그런 부탁은 힘이 있는 한 돕겠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고는 수개월간 뵙지 못했는데 얼마 전 연락을 받았습니다. 허 목사님께서 폐암 말기랍니다. 꿈인가 싶었습니다. 대만에 갔을 때도 이상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좀 피곤하다고 하시기에 여행으로 인한 피곤으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보니 할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주일 오후에 예배를 마치고 시설을 방문했습니다. 환자를 만날 수는 없지만 사모님을 위로하고 주님께 간절하게 기도하고 싶어 방문했습니다. 사모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지나간 얘기들을 나누는 가운데 슬픈 표정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렇게 장애를 가지고 장애인 선교를 감당한다고 평생 자기를 돌보지 않고 뛰었고 건강을 생각하라는 아내의 권고도 무시하고 오로지 장애인들을 위한 일에 헌신을 다하다가 이렇게 되고 보니 더 마음이 아프다고 합니다.
건강할 때 건강을 챙기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 뒤에 찾아온 이 허망함이 안타까울 뿐이랍니다.

목사님은 돌아가시면 주님의 품에 안기겠지만 남은 식구들을 생각하면 한편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동안 고생도 참 많이 했다고 말합니다. 지금도 힘들지만 전에 비해 많이 안정되고 이제 시설도 교회도 잘 짓고 해서 행복하게 살날을 기대했는데, “이 슬픔을 주님은 알겠지요” 하고 말씀하시는 입술이 조금 떨렸습니다.

기도하고 가려는데 사모님께서 목사님을 뵙고 가라 해서 목사님을 뵈었습니다.
전에 비해 많이 여윈 모습이지만 반갑게 맞이해주십니다. 오래 있을 수 없어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그동안 은혜 주셨기에 여기까지 달려오셨고 아직도 장애인 선교에 필요한 분이신데 주님의 능하신 손으로 한번 만져 주시길 기도했습니다.

일어서는 저에게 건강을 돌보며 사역하라고 당부합니다. 누구나 한 번은 가는 길이지만, 더 사역을 감당 하고픈데 지금 부르시는 이유를 우리는 모릅니다. 주님이 하시는 일이기에 우리는 기도할 뿐입니다.

나사로를 살리신 주님! 할 일 많은 이 땅에 허 목사님을 기억하사 주님의 영광을 보게 하옵소서. 가족들이 이 힘든 시간을 이기고 나아갈 수 있도록 도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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