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여, 2017년에 부활하라


                                       이승하


흡사 세례자 요한처럼
소리치며 광야를 헤매는 자들이 있다
바람 잠재우고, 어둠 쪼는 가금과 함께
새벽이 오기를 기다리는 자들이 있다
앞에서 이끄는 우두머리 새를 따라
12사도같이 따르는 새의 편대
저 생명, 생명, 생명체의 떨기들

지진이 아니면 쓰나미가 왔다
지구 한쪽이 홍수일 때 한쪽은 기근
왜 하늘과 땅은 이렇게 자주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일까
고갈되고 있는 에너지의 원천들, 극지방이 녹아
방주도 마련하지 못했는데 세상은 온통 물바다
이어서 원전 사고로 엄청난 불바다

이래서는 안 된다 갈 길을 아는 자들은
천둥번개 속에서도 전율하지 않는다
절망하지 않는다 날개를 펴라 닭들아 새들아
유사 이래, 인간은 무기를 개발해 왔지만
새들은 하늘을 지켜 왔다
엄동설한에도 폭풍전야에도 날개를 퍼덕이며
공장 굴뚝 검은 연기 뚫고 화산 폭발 붉은 구름 뚫고

별의 행로를 따르지 않는 자들에게
대한민국의 국민이 이렇게 말하였다
촛불이 모여 밤하늘을 밝힐 것이라고
악의 무리를 평화의 기도로 물리칠 것이라고
신의 아들이 이렇게 말하였다
지금 우는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여라
너희가 끝내 웃게 될 것이라고

먼 북녘 하늘로 무리지어 사라진 새들
계절이 바뀌자 또다시 나타난다
예수처럼 죽었다 다시 태어난 것은 아니겠지만
하늘이 죄다 저희들 것인 양
또다시 까맣게 채우겠다는 듯이, 힘찬 비상
날개 펴 일제히 추는 군무
자신의 존재를 가장 확실하게 증명한다

유사 이래, 땅을 지배해온 인간의 무리
죽은 4대강을 부활시켰듯이 삼삼오오 모여
쓰러지는 나라를 그들이 일으켜 세웠다
이제는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는
민주주의의 복음도 이 땅에 뿌려졌다
장엄하다, 새들이 그리고 있는 저 하늘의 연속무늬
색깔 바뀌더니 마침내 밝아왔다 새 세상이여 2017년이여

 

   
 

이 승 하 |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인간의 마을에 밤이 온다>, <천상의 바람, 지상의 길>,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등. 문학평론집 <집 떠난 이들의 노래>, <세속과 초월 사이에서>, <향일성의 시조 시학>, <세계를 매혹시킨 불멸의 시인들> 등. 들소리문학상, 인산시조평론상, 천상병귀천문학상, 경기문학대상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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