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음식과 나눔으로 청지기 삶 실천하는 ‘다온 죽 카페’ 대표 고정숙 권사

매달 생신 맞으신 독거 어르신들 초청해 식탁 나눔 “내가 더 행복해”

“청지기는 하나님과 나와의 간격 없는 삶,
복음이 내 안에 들어오면 그렇게 살지 않는 게 더 힘들 것”

 

   
▲ 고정숙 권사

큰 머그잔에 한가득 생강차를 담아내고 가만히 지켜보는 고정숙 권사, 한 모금 마시니 저절로 나오는 “아~ 맛있다!” 소리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푸근한 미소를 짓는다.

서울 동작구 사당로 196, 건강한 죽과 음료를 파는 ‘다온 죽 카페’ 대표 고정숙 권사(51, 지구촌순복음교회)에게는 손님들의 만족하는 모습이 보람이고 기쁨이다. 하나님 앞에 청지기 삶을 살기를 소원하면서 나의 이익보다 남의 유익을 먼저 생각하고 이웃과 나누는 삶이 자연스러워졌다. “이 땅에 내 것은 하나도 없다”고 고백하는 고정숙 권사에게는 일도 신앙도, 가정에서의 삶도 모두 하나님과 동행하는 여정이다.

# 정성 담긴 음식, 그리고 나눔

“음식에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아요. 그래서 아기엄마들이 이유식으로 먹이기 위해 많이 찾아옵니다. 조금 전에도 유모차 4대가 왔다 갔어요.”

천연조미료로 원 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려내는 다온 죽 카페의 음식은 화학조미료를 맛보지 못한 아기들에게 큰 인기다. 엄마들도 “믿음이 간다”며 이곳의 죽을 선호한다. 화학조미료에 길들여진 이들에게서는 천연조미료에 저염식인 이곳의 죽이 ‘밋밋하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그래도 손도 많이 가고 재료값도 더 들어가는 천연조미료를 고수하는 이유는 두말할 것 없이 건강을 위해서다.

“화학조미료를 사용하는 건 욕심 때문이에요. 맛을 내기 위한 욕심이요. 하지만 건강하게 먹자는 생각을 먼저 한다면 천연조미료로도 얼마든지 맛을 낼 수 있어요.”

음료도 ‘집에서 먹던 방식’대로 손수 만든 것들이 대부분이다보니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는 집 음식을 알아보는 단골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곳은 다온 죽 카페 2호이고 1호는 사당역 근처에 있다. 두 곳 모두에서 고 권사는 즐거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지역의 주민자치센터와 연계해 매달 생신 맞으신 독거 어르신들을 초청해 상을 차리고 잔치를 열어드린다. 자식들도 잊은 자신의 생일을 기억하고 섬겨주니 그렇게 기뻐하신다. 나눔을 시작하자 주변에서도 소식을 듣고 차량봉사, 행사 도우미 등 봉사로 함께 나누는 이들도 늘어났다.

“어느 추운 겨울날 어르신 한 분이 아침 일찍 죽을 사기 위해 오셨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혼자 사시는데 집이 자식 명의로 돼 있어 지원을 받지 못하고 계신 거였어요. 그분의 생신에 식사를 대접하고 싶은 생각에 여쭈었더니 한 달 뒤였어요.”

하지만 그날 그 어르신은 오지 않았다. 처음엔 서운했지만 생일날 혼자 오시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에 방법을 찾은 것이 독거 어르신들 생신 상 차려드리기였다. 매달 열 분 정도가 오셔서 식사를 맛있게 하시고 참 고마워하신다. 늘 혼자 계시다가 모처럼 단장하고 오신 모습을 보면 고 권사는 더 기쁘다고.

이 외에도 고 권사는 수익의 적지 않은 부분을 교회와 선교지, 지역 섬김을 위해 드린다.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것이 나만을 위한 게 아니다”라는 걸, “나눔은 내가 행복해지는 길”이라는 걸 삶의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을 위해서는 1만원도 “혹시 과하지는 않을까” 한 번 더 생각한다.

 

 

   
▲ 다온 죽 카페 2호점

 

# 나눔은 내가 행복해지는 길

고 권사가 처음부터 청지기의 삶을 원했던 것은 아니다.
어린 시절 엄마, 언니와 사는 세 식구의 삶은 늘 가난하고 팍팍했다. 갈 곳이 없어 남의 집 처마 밑에서 잠을 청해야 할 때도 많았다. 그런 속에서 다섯 살 때 우연히 혼자 가게 된 교회, 그곳에서는 마음이 편안했다. 어느 날 읽은 성결 구절, ‘네 시작은 미약했으나 네 끝은 창대하리라’. 시작이 미약한 건 알겠는데 끝이 창대할 거라는 건 믿을 수 없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가난에 시달리면서 미래를 꿈꿀 수 없던 그에게 말씀은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꿈을 꾸게 했다.

결혼하고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자 옷 도매 장사에 뛰어들었다. 패션업계의 중심인 동대문과 남대문에서 꽤 규모를 키워가며 열심히 일했다. 그렇게 돈벌이에 열을 올리던 그가 돌연 옷 도매 장사를 접은 이유가 뭘까?

“딸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문제가 생겼어요.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심각하다는 진단에 딸의 곁에 있어야겠다는 판단으로 옷 가게를 접었어요.”

딸의 소식에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이만하면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달려온 길을 돌아보았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모든 걸 내려놓기로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딸은 이제 힘겨운 모습을 벗고 행복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고 권사도 다운 죽 카페를 통해 건강한 먹거리를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기쁨은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다며 “감사할 제목이 참 많다”고 했다.

자신의 것을 나누는 삶이 자연스럽게 녹아진 것은 그가 25년간 출석해온 지구촌순복음교회 강동인 목사의 역할이 컸다. 늘 성도들에게 ‘청지기 삶’을 강조해 온 강동인 목사는 한국교회정화운동본부(대표회장 김동엽 목사, 본부장 강동인 목사)를 만들고 재물을 자기 소유로 삼지 말고 하나님의 청지기로 살도록 이끄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목사님은 늘 섬길 수 있는 것이 행복이다, 이 땅에 내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그런 삶을 본보이셨어요. 식당에 가면 다른 손님들 신발까지 정리하시고 화장실을 가실 때는 세면대 물을 닦고 나오셨어요. 처음엔 그런 목사님의 모습이 익숙하지 않았고, 내 것 없이 어떻게 사나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 것은 하나도 없는 게 선명해지는 걸 느낍니다.”

고 권사는 늘 다른 이들을 섬기기기 위한 부분을 떼어놓고, 나눔과 섬김을 위해서는 많고 적음을 계산하지 않는다.

옷 도매 시장에서 일할 때 일명 ‘큰 손’들을 많이 봤다. 그들은 쉼 없이 일하고 남에게는 인색한 삶이었다. 그래도 그들이 부러웠다. 그런데 정작 자기 손으로 번 것을 써보지도 못하고 마지막을 맞는 것을 보면서 “이건 아닌데”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 그에게 담임목사의 가르침은 점점 삶에 스며들었다.

“청지기는 하나님과 나와의 간격 없는 삶입니다. 복음이 내 안에 들어오면 그렇게 살지 않는 게 더 힘들지 않을까요.”

고 권사는 날마다 묵상기도를 통해 하나님께 모든 것을 아뢴다. 그러지 않으면 어느 순간 내 속에 파고드는 욕심이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울지 모르기 때문이다.

고 권사는 다시 꿈을 꾸고 있다. 몸이 불편한 무의탁 노인 분들을 섬기는 삶을 살고 싶은 것이다. 노인 요양 시설이 아니라 서로서로 불편한 곳을 채워주며 함께 살아가는 섬김의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다. 나누는 것이야 말로 풍성한 삶인 걸 알기 때문이다.
진한 생강차 한 잔에 감기가 뚝 떨어진 듯, 다온 죽 카페를 나서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