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7년부터 1525년까지 종교개혁의 한복판에 선 인간 루터 조명

   
▲ 성경을 발견하는 루터(페르디난트 포웰스, 1872)

 

   
▲ <마르틴 루터 한
인간의 운명>
뤼시앵 페브르 지음/
김중현 옮김/이른비

역사를 과거 사실의 수집이라는 견해와 대조적으로 인간사회에 관한 과학으로서의 역사라는 관점을 발전시킨 아날학파 창시자 뤼시앵 페브르(1878~1956)의 ‘루터’ 연구이다.

16세기 독일 종교개혁가의 파란만장한 생애와 신성로마제국 아래 정치적·사회적으로 복잡하게 맞물리는 격동의 유럽 역사를 성찰한 책이다. 책을 통해 저자는 “자신의 운명과 역사의 운명을 주도하는 진정으로 자유로운 한 인간의 모습을 그리려 했다”고 밝힌 것처럼 “그리스도교를 생각하고 느끼고 실천하는 새로운 방식”을 보여준 인간 루터를 추적한다.

저자는 종교개혁 400주년으로부터 10년 뒤인 1927년에 집필을 완성했다. 1906년 신학자 하인리히 뵈머에 따르면 이미 당시에도 논문과 소책자를 제외하고도 루터 관련 문헌이 2천여 권에 달할 만큼 많았다. 그런 속에서 저자가 주목한 것은 30~40대 장년기 루터에 대한 조명이다. 즉 1517년부터 1525년까지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계시 받은 예언자의 영웅적인 역할을 역동적으로 수행하는” 루터의 모습이다. 그는 이 시기가 루터의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고 밝히고 있다.

그 시기의 루터는 말하고 쓰고 설교하고 공격하고 자신을 옹호하는 모습들이다. 프랑스의 역사학자인 저자는 루터에게서 “단순하지만 비극적이었던 한 운명곡선을 보여주는 것”에 초점 맞춰 내용을 전개한다.

한 인간의 생애가 사회나 국가와 맞물려 집단 속에서 어떻게 상승과 하강의 곡선을 그리는지 중요한 몇몇 지점을 찾아내 짚는다.

루터는 세상을 바꿀 혁명적 개혁을 꿈꿨을까? 저자는 애초에 그런 목적은 없었다고 잘라 말한다. 1517년 10월 31일, 비텐베르크 성 교회 문에 95개조 반박문을 내걸었을 때, 루터는 자기 개인의 신앙과 구원에 더 관심이 많았고, 가톨릭교회와 대화하고 토론하기 원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런 외침에 답을 해온 것은 교회가 아니라 ‘독일’이었다.

저자는 ‘1517년의 독일’에 대해 별도의 장을 할애할 정도로 중요하게 짚는다. 왕을 중심으로 조직화되어 있는 유럽 다른 나라들에 비해 독일은 엄밀한 의미의 통치자가 없었고 각 영지를 다스리는 막강한 제후들 사이에 “이름뿐인 황제, 하나의 액자일 뿐인 (신성로마) 제국이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분열되고 불안한 독일은 자신의 처지를 바꿔줄 “하나의 신호, 한 사람만”을 기다려왔고 그런 염원이 루터의 종교개혁과 맞아떨어진 것으로 저자는 분석한다.

루터는 ‘구원’을 말했으나 독일인들은 그것을 로마(교황청)으로부터의 해방으로 들었고, 루터는 1521년 보름스 의회에서 자신의 책과 신념을 포기할 것을 종용하는 것에 거부하며 ‘양심의 자유’를 말했으나 독일인들은 그것을 외적인 구속으로부터의 자유로 들었다는 것이다. 루터는 가톨릭교회의 품안에 머물고 싶었으나 교회는 그를 이단으로 내쫓았고, 독일은 그를 종교적 루터가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루터로 받아들였고, 이런 오해 속에서 루터의 운명은 굴절되었다고 짚는다.

책에서는 루터에 대한 전적인 호평이나 맹목적 비판을 찾아보기 어렵다. 저자는 역사가로서 시종일관 한 인간의 운명을 치열하게 사유하고 판단하면서 1517년 95개조 반박문을 게시하던 루터, 1520년 그의 논문 등을 통해 독일인들에게 호소하던 루터, 반란을 일으킨 농민들을 등진 루터는 결코 다른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많은 이들이 배신이며 모순된다고 말하는 루터의 행동과 발언 속에서도 저자는 루터 사상의 변함없는 통일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한다.

그러나 저자가 책의 결론 부분에서 “루터를 판단하지 않는다. …차분히 평가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우리는 그저 마지막까지 판단을 미룰 따름”이라고 언급했듯이 루터에 대한 해석과 평가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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