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태규 목사
서광교회 담임

대통령의 탄핵 인용으로 사회 분위기가 우울한 가운데 사순절을 보내고 있다.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나름 사순절을 의미 있게 보내려고 힘쓸 것이다. 사순절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지금 화성 조암교회에서 목회하는 박명순 목사다.

그를 생각하면 내 머릿속에는 두 가지가 스쳐간다. 하나는 내가 신학교 3학년 때 지금 섬기고 있는 서광교회를 개척 할 때의 일이다. 당시 과대표인 윤백진 목사는 내가 서울에서 개척교회를 한다고 자랑스러워하며 여러 학생들 앞에서 광고를 해주었다. 그 일 후에 동기들이 전도해 준다며 우리 교회를 방문했다. 그러나 그날따라 비가 쏟아져 전도는 하지 못하고 저녁식사만 하고 돌아 간적이 있다. 그때 내 기억에는 여러 명이 다녀갔는데 유독 박 목사만이 내 머릿속에 고맙게 기억되고 있다

또 어느 날 서울에서 모임을 마치고 헤어질 무렵 그가 우리에게 “지금이 사순절 기간이야!” 라는 말을 한 기억이 난다. 그는 무심코 던진 말이겠지만 내 가슴 속에는 화살이 나무에 박히듯 깊게 박히었다. 사순절을 대수롭지 않게 생활하던 내게 그 한마디는 내 자신을 여지없이 깨뜨린 것이다. 때문에 지금까지도 사순절이 오면 그때 그가 한말이 계속 머릿속에 살아 움직여 나를 십자가에 못 박고 있음을 느낀다.

세월이 지난 지금의 나는 이 교훈을 성도들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부분 교회가 그렇겠지만 우리 교회도 사순절을 뜻있게 보내기 위해 40일 금식운동을 선포하고 각자가 반성의 기회를 가져 보라고 권면 중이다. 포천교회 나광호 목사는 사순절이면 가슴에 검정 리본을 달고 생활 한다.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다. 우리는 잘 믿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분주한 세상사 속에서 시간을 내서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기란 좀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사순절 기간에 나는 성경을 읽다가 말씀에 찔림을 받고 많이 반성했다. 사울이 아말렉과의 싸움에서 승리하였음에도 하나님의 명령을 교묘히 거역하자 “내가 사울을 왕 삼은 것을 후회 하노니 그가 돌이켜서 나를 쫓지 아니하며 내 명령을 이루지 아니하였음이니라” 는 말씀이다. 혹시 내 모습을 보시며 하나님께서 후회하시지는 않을까 하는 깨우침이었다.

신앙생활은 자신을 돌아보면서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고칠 것은 과감히 고치며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변화가 없으면 신앙은 퇴보하는 것이다. 그런 신앙은 모양만 남게 된다. 과거 예수님께서 바리새인들을 향해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경건의 능력은 부인하는 자’라고 책망하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 모습이 남의 모습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말씀에 깨우침을 가지고 회개의 기도를 드린다.

나는 오래 전 친구가 말한 “지금은 사순절 기간이야! 라는 말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이 말을 늘 반성의 지침대로 사용한다. 이 말을 생각할 때마다 내 신앙이 가벼웠던 것은 아닌지 아픔으로 받아 드릴 때가 많다. 그러나 한 가지 위안을 삼는 것은 ‘잊지 않는다는’는 것은 그래도 아직은 내게 하나님의 은혜를 받을 공간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닌지, 나 자신을 스스로 위로해본다.

기독교가 아직 제 맛을 내 보지도 못한 채, 쓸 만한 인재들이 돈, 명예, 이성 등의 탐욕에 걸려 무너지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강력한 영적 공동체인 ‘수도하는 공간’을 마련해 성령의 힘을 무한대로 공급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 교회 안에는 신자가 많은데, 교회 밖에는 신자가 드물다”는 말은 현재의 우리 모습을 반성하라는 소리로 들린다.

금년 사순절은 하나님이 한국교회에 선물로 주신 기회로 삼아 철저한 자기반성과 과감한 변화로 모두가 새로 태어나고 성령의 바람이 개인과 교회, 더 나아가 온 사회에 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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