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생활신앙
“잘 발효된 새우젓처럼 깊은 신앙의 맛 내다”새우젓 장사와 사역 병행하며 기쁨으로 섬기는 이선분 전도사
정찬양 기자  |  dsr123@daum.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1633호] 승인 2017.05.17  15:21:49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어린 시절 가족의 반대 무릎서고 
출석한 고향교회에서 자비량으로 사역 힘껏 도와

“삯군은 물질을 따라다니는 사람”, 거룩을 설교와 
삶으로 보여주는 목회자와 동역하는 기쁨

 

   
▲ 이선분 전도사

“도시에서 사역하다 고향으로 내려와 푹푹 썩고(발효되고) 있습니다. 거룩한 썩음의 이 길이 참 행복합니다.”

새우젓 장사 아니랄까봐, 이선분 전도사(61, 광천중앙침례교회)는 고향인 충청남도 홍성군 광천읍에서 일과 사역을 병행하는 자신의 상황을 ‘썩는 중’이라고 말해놓고 “킥킥” 웃음이 터졌다. 이곳의 유명 토산물인 ‘토굴 새우젓’ 장사로 어느덧 20년 세월이 흘렀다. 장사하랴 교회 전도사로서 담임목사의 잦은 부름에 늘 분주하지만 싱글벙글, 뭐가 그리 좋은 걸까.

# 교회 섬김의 길, 최고의 행복

평일 오후, 또 계인철 담임목사(60)의 부름에 한달음 교회로 달려온 이선분 전도사에게 내려진 특명은 “철근 좀 사오세요.” 교회 식당 확장공사에 사용할 철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남자 키로도 큰 편인 180cm의 장신이지만 그래도 연약한(?) 여성에게 ‘철근’ 심부름은 너무한 것 아닌가? 이 전도사는 “내가 뭘 알아야지…” 하며 머리를 긁적이면서도 철근의 길이만 한 번 더 확인할 뿐 곧장 철물점으로 직행이다.

지난해에 이어 오는 6월에 진행될 ‘제2회 로뎀나무 아래서’에 개척교회 목회에 지친 사모들을 초청해 제대로 섬기고 싶은 담임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한참 만에 돌아온 이 전도사는 뭔가 도울 일이 더 있는지 살피는 모습이다.

“교회와 성도들을 사랑하고 담임목사님의 사역을 돕는 게 전도사의 역할이잖아요. 하나님을 위해, 교회를 위해 일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광천중앙침례교회는 이 전도사가 가족의 반대를 무릎서고 10살 무렵부터 다니며 하나님을 만난 소중한 곳이다. 아직 교회가 없던 시절 주일 낮 예배를 드리기 위해 먼 곳의 교회로 가야 했다. 저녁예배는 길이 어두워 갈 수 없어 교회 장로님의 안방에서 7명이 모였다. 인원이 늘어나자 창고에 가마니 깔고, 괘도에 찬송가 가사 써서 부르고, 받침대를 강대상 삼아 놓고 창립예배를 드렸다. 이 전도사는 당시 가장 어린 창립멤버로 교회 사랑하는 마음도 남달랐다. 무슨 배짱으로 어린아이가 가족의 반대에도 교회를 포기하지 않았을까.

“하나님이 붙잡아 주시지 않았으면 진즉 죽었을지 몰라요. 외롭고 힘들 때마다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생각에 든든했어요.”

이 전도사는 6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오빠가 셋이었지만 두 명이 병으로 죽자 하나 남은 아들에게 사랑이 집중됐고 자신은 살아남은 게 죄인 양 가정에서 외로움을 느꼈다. 힘들 때마다 찾은 곳이 교회였고 하나님의 따뜻한 위로를 느꼈다. 그런 하나님이 너무 고마워 교회에서 하는 일은 뭐든지 좋았다. 서른 즈음, 교회가 운영하던 어린이집에서 무임교사로 섬기던 중 하나님의 부르심을 깨닫고 신학교에 들어갔다.

“어느 날 ‘웬말인가 날 위하여’(143장) 찬양을 부르는데 마지막 가사인 ‘이 몸 바칩니다’에서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쏟아졌어요. 그동안은 하나님이 내게 오시기만을 바랐지만 믿음은 내 삶을 바쳐드리는 거라는 게 깨달아졌어요.”

소명 앞에는 결혼도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언니의 성화에 못 이겨 한 번 맞선 자리에 나갔는데 남자의 어머니가 “나도 결혼 전에 교회 다녔지만 시집 와서 절에 다니게 됐다”며 개종을 요구하는 게 아닌가. 당차게 “나는 결혼 때문에 하나님을 팔아먹을 수 없다”며 박차고 나온 후 다시는 결혼을 생각하지 않았다.

# 사역자, 삶으로 거룩을 보여주어야

신학교 졸업 후 주로 서울과 수도권 교회를 중심으로 사역하던 그가 고향으로 내려온 것은 20년 전이다. 가족이 하던 토굴 새우젓 사업을 3년만 도와달라는 부탁이었다. 당시 단독목회를 제안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교회가 포화상태인데 하나님을 더 어렵게 할 필요 있을까” 하는 생각에 뒤돌아보지 않고 고향으로 향했다. 그 후 발목 잡혀 이곳에서 “거룩한 썩음”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고 했다.

‘거룩’은 이 전도사가 사역을 이어오면서 가장 중요하게 붙들어온 화두였다. “하나님 일 하는 사역자라면 무엇보다 거룩을 갖춰야 하고 삶으로 그것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야만 성도들에게도 거룩을 향한 삶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목회자들 가운데 그러지 못한 모습을 볼 때면 사역의 고단함을 느끼기도 했다.

여전도사의 사례비란 터무니없는 수준이었지만 늘 그것으로 만족하고 살았다. 성도들의 가정을 심방할 때나 전도사의 어려운 형편을 아는 성도들 중에 슬쩍 봉투를 쥐어줄 때면 그때마다 따뜻한 마음만 받고 돈은 그의 이름으로 헌금했다. 교인들이 쌀 떨어진 걸 알고 갖다 주어도 지역의 가난한 집에 살짝 놓고 왔다. 사랑의 섬김으로 받을 수도 있지만 “삯군은 물질을 따라다니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한 번 두 번 받으면 자칫 물질을 바라고 쫓아가게 될까봐 스스로 경계했다.

사역자로서 갖춰야 할 것은 명예나 물질이 아니라 ‘거룩’이라는 믿음은 6년 전 광천중앙침례교회에 부임한 계인철 목사와 이연향 사모(56)를 만나면서 더욱 굳어졌고, “존경스러운 목회자”와의 동역은 이 전도사를 더욱 신명나게 한다.

시골 교회, 작은 교회가 아니라 ‘주님의 교회’로 세워져 가야 한다는 본질을 늘 강조하고, 백발 성성한 성도들이 다수지만 설교를 다각도로 연구해 말씀을 풀어줄 때면 “소름 돋을 정도”로 감격하며 그동안 성경을 편협한 시각으로 봐왔던 것을 깨우치기도 한다. 또한 말씀대로 삶을 살아내고자 고군분투하며 섬김의 본을 보이는 담임목사와 사모의 모습은 사역자의 입장에서도 고개 끄덕여질 정도. 그래서 담임목사의 부름이 있을 때면 “장사는 언제 해요” 하며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마음과 발걸음은 이미 기쁨으로 교회를 향한다.

그야말로 담임목사나 전도사나 교회다움을 위해, 복음이 성도들의 삶에 깊이 뿌리내리게 하는 일에 손발이 척척이다.

지난해 ‘로뎀나무 아래서’를 처음 진행하면서 반신반의였지만 “이 땅에 하나님의 교회를 함께 세워가는 일”이라는 담임목사의 제안에 성도들의 헌금이 십시일반 모아졌고, 섬김이로 참여해 무더위에 찬양과 율동, 음식 등으로 정성껏 섬기며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참여한 사모들이 큰 위로를 받은 것은 물론이고 성도들도 우리 교회만이 아니라 형제 교회를 위해 헌신하고 땀 흘린 시간, “우리도 할 수 있다”, “바로 여기가 천국”이라며 기쁨의 고백이 이어졌다. 올해도 6월 26~28일까지 2회 행사를 계획, 또 한 번 하나님의 일하심을 온 성도가 기대하며 준비하고 있다.

# 젓갈처럼 잘 숙성(성숙)된 신앙으로
 
이 전도사는 예배 반주부터 교회 행정적인 일을 비롯해 담임목사와 성도들의 중간역할을 감당하며 목회를 힘껏 돕고 있다. 장사하며 자비량으로 사역하는 지금이 더 자유롭게 마음껏 교회를 섬길 수 있어 행복하다고 고백한다. 또 고향교회로 돌아와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온 가족을 전도해 모두 신앙생활 할 수 있게 된 것은 더없이 값지고 기쁜 일이다.

‘광천우리토굴새우젓’ 사장이기도 한 이 전도사는 지역 토산품인 ‘토굴 새우젓’ 이야기가 나오자 작은 눈이 더 예리하게 빛난다.

“싱싱한 새우를 영상 4~6도, 습도 80%가 자연 유지되는 토굴에서 숙성시켜 젓갈을 만들어요. 인위적으로 온도를 맞추는 냉장숙성과 달리 자연발효기법으로 숙성 과정에서 소금을 적절하게 넣어주고 발효 과정을 잘 살펴야 해요. 그럼 몸에 좋은 유산균 많고 향 좋은 새우젓이 만들어져요.”

소금을 너무 많이 사용하면 발효가 억제되고 자칫 시기를 놓쳐 소금 얹는 때가 지나면 젓갈이 부패해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 전도사는 새우젓 숙성시키는 과정을 신앙에 비유했다. 믿음도 간을 잘 맞춰가야지 “이만큼이면 됐다” 하고 방심하다간 이도저도 아닌 껍데기 신앙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 환갑의 나이, 남은 생애 하나님 앞에 온전히 드릴 수 있기를 소망하며 기도했는데 이번에 가게 자리가 국가로부터 수해지구 사업지로 빗물펌프장 장소에 선정돼 장사를 마무리해야 할 상황이다.

앞으로 뭐 먹고 살까 하는 걱정보다 “하나님은 당신을 위한 기도는 저리도 빨리 들어주신다”며 장난기어린 웃음을 터뜨리는 이선분 전도사, “나의 삶을 붙들고 계시고 내 기도 소리에 귀 기울이시는 살아계신 하나님”이라며 금새 눈시울이 붉어진다.

믿음이란 하나님의 존재를 뚜렷이 인식하고 날마다 그분 앞에 서는 것, 그 안에서 충만함을 누리는 신앙의 길은 감사와 두려움의 연속이라며 앞으로도 하나님과 동행하는 성숙의 길을 걸어갈 것을 고대했다.

 ≈ 기사 후원하러 가기 

정찬양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10-460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 16길 73-6(연건동)  |  대표전화 : 02-3676-3082~5  |  팩스 : 02-3676-3087
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06483  |  등록일 : 1988.5.31  |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 조효근  |  이메일 : dsr123@daum.net
Copyright © 2013 들소리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