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과 경건서적 읽으며 복음의 깊이로 나아가는 서 자 선 집사

딸아이의 “하나님은 누구세요?” 질문에  
자신의 바닥 신앙 직시한 후 ‘거룩한 책읽기’ 시작
 
바쁜 현대인의 삶에서 책읽기, “삶의 우선순위
재배열” 통해 말씀 중심으로 탈바꿈해야

▲ 서자선 집사

‘책벌레 엄마’.

서자선 집사(광현교회, 51)는 대학생인 딸이 핸드폰에 자신의 별칭 붙여둔 것을 보며 한참을 웃었다. 벌레는 벌레인데 책벌레라니…. 틀린 소리도, 싫은 소리도 아니다. 남편의 출세와 두 자녀의 성공을 향해 달려가던 평범한 주부에서 1년에 100권 이상 책을 읽는, 그야말로 ‘책벌레’가 된 것은 자신의 위선적인 신앙과의 정면승부를 위해서였다.

그 시발점이 “하나님은 누구세요?” 하는 딸의 질문이었으니, 그 해답을 찾고 찾는 과정에서 성경과 경건서적, 신학서적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자신에게 ‘책벌레 엄마’라는 딸의 규정은 사실 흐뭇하기까지 하다.

주일날 겨우 교회 문턱 넘는 것에 만족하던 ‘날라리 집사’가 어쩌다 무게 있는 신학서적도 줄줄 꿰는 ‘책벌레’가 되었을까?

 

# 아이의 질문, 무지한 나를 깨우다

“아이의 질문에 대답할 수가 없었어요. 하나님과 예수님은 누구신지, 믿음이란 무엇인지, 천국과 지옥은 정말 있는 건지…. 기본적인 것도 모르면서 그동안 무엇 때문에 교회를 다녔을까 싶어 고민과 회의가 동시에 밀려왔어요.”

딸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부쩍 질문이 많아졌다. 하지만 무엇 하나 정확하게 대답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은 충격이었다. 아이들 앞에서 위신이 서지 않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무엇 때문에 교회를 다녔던 건지, 혼란스러웠다. 대충 아는 정도를 믿음이라고 여기는 위선적인 모습을 아이들도 배우게 될까봐 두렵기도 했다. 결단을 내려야 했다.

“2년 안에 복음이 뭔지 제대로 파보고 해결되지 않으면 교회 출석을 중단해야겠다고 결정했어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평생 좇아가도 다 알 수 없는 무한한 복음의 깊이를 이해하는 데 2년이라는 제한을 두다니, 엉뚱한 생각이었지만 그렇게 자신의 뜨뜻미지근한 신앙의 실체를 마주하게 된 것은 하나님의 큰 은혜였다고 서 집사는 회고한다.

또 하나의 큰 은혜는 서 집사가 허우적(?) 거리는 동안 그의 상태를 간파하고 이끌어준 좋은 리더들이 곁이 있었다는 것이다. 교회의 교역자들은 그의 ‘신앙 정체성 찾기’와 ‘경건한 책읽기’에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처음에는 교회 담당 교구 목사님께 찾아가 고해성사 하듯 자신의 상황을 털어놓았다. 10년 간 교회를 다녔지만, 집사 직분도 받았지만 기본적인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들은 다 믿어져서 교회 다니는 것인지, 나도 믿지 못하는 걸 아이들에게 믿으라고 강요할 순 없다, 나의 위선적인 신앙생활을 도저히 견딜 수 없다…. 부끄럽지만 어떻게든 해결 받고 싶어 자신의 답답한 심정을 다 토해냈다. 제발 도와달라고. 교구 목사님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집사님, 그런 고민은 당연한 거예요.”

그리스도인이라면 당연히 복음에 대해 고민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채 살다가 어려운 일을 만나면 여지없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자신이 믿는 내용을 모르니 세상을 이겨낼 힘(맷집)도 부족하다는 것. 이제부터 하나씩 알아가면 된다고 했다.

돌아보니 자신의 관심은 늘 세상이 말하는 가치에 매몰돼 있었다. 어떻게 하면 남편의 성공으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높일 것인지, 자녀들에게 강남 아이들에 뒤지지 않는 뒷바라지를 해줄 수 있을까, 날마다 무엇을 먹고 마실까에 연연했던 모습. 그러면서 교회는 적당히 왔다갔다하는 정도에 만족하고 설교도 “착하게 살라”는 도덕적 교훈쯤으로 들어 넘겼던 자신을 보게 됐다.

 

# 전업주부 아줌마의 책읽기

교회 공예배는 물론이고 새벽예배, 성경공부에 빠짐없이 참석했다.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을 고대하며 예배드리고, 주일 설교를 주중에도 계속 묵상하고, 성경 읽고, 기도하고…. 철저하게 기본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성경도 자주 접한 신약의 몇 곳을 제외하고는 낯설기만 했다. 아이들을 위한 성경을 비롯해 다양한 버전의 성경을 비교하며 읽으니 한결 이해가 쉬웠다. 그때부터 기독교 서적 읽기를 시작했다. 기독교서점에 가서 제목에 ‘하나님’, ‘예수님’, ‘성령’ 단어가 있는 책들을 사다가 마구잡이로 읽었다.

“책을 짚이는 대로 읽다보니 부작용이 컸어요. 성령에 대한 설명이 책마다 다르게 나와 있고 한때는 신비적인 체험에 몰두하기도 했어요. 기도시간에 하나님 음성 듣기를 기다려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더라고요. (웃음)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어 또다시 교회 목사님께 찾아가 도움을 구했지요.”

목사님은 산발적인 책읽기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경건서적 중심으로 읽다보면 성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일러주었다. 그리고 국내외 몇몇 저자들을 추천해 주었다.

그중 하나인 마틴 로이드 존스의 책은 드디어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으로 이끄는 통로가 되었다. 당시 주일 예배 설교에 맞춰 주중에 성경을 깊이 읽고 묵상하는 동시에 본문과 관련된 서적도 함께 읽었는데 그때 본문이 로마서 7~9장이었다. 성령의 사람과 육체의 사람을 구분해 설명하는 본문을 마틴 로이드 존스의 책 <부흥>과 함께 읽는데 “나는 육체의 사람”이라는 게 깨달아졌다.

“영은 죽은 채 몸뚱어리만 살아서 세상을 쫓아가던 육체의 사람인 내가 복음으로 인해 새 영, 새 생명을 얻었구나, 난 이제부터 영의 사람이다. 결코 다시 죽을 수 없다는 말씀이 나를 압도했어요. 몇날며칠 눈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졌어요.”

한 권의 책은 또 다른 좋은 책과 연결되고, 그렇게 책의 가지치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로이드 존스의 교리강의 시리즈를 비롯해 다양한 교리 서적은 복음과 신앙인의 삶에 대해 더욱 뚜렷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그렇게 말씀과 책읽기를 통해 복음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면서 인간이 어디서 와서 어떻게 살고, 또 어디로 가는지, 사춘기 때부터 고민해오던 것이 선명해진 것은 당연지사다. 서 집사는 읽은 책을 자신의 블로그에서 나누며 더 많은 이들이 이 행복한 걸음에 동참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 시간 싸움, 삶의 우선순위 정하라

책을 많이 읽을 때는 1년에 100권도 넘었다. 서 집사는 중요한 부분을 놓칠 새라 그가 읽은 책은 색색의 밑줄로 오색 창연해 중고서점에도 내놓을 수 없을 정도. 늘 바쁘다는 현대인의 삶에서 어떻게 책 읽을 시간을 마련하는 걸까?

“삶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해요. 복음을 알아가는 것을 우선시하면, 말씀의 깊이를 맛보면 방만하게 시간을 사용하던 습관이 잡히고 일상이 심플하게 재배열됩니다.”

내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 제대로 된 믿음의 사람이 되기 위해 시작된 ‘신앙 정체성 찾기’, 이제는 그 길이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닌 복음에 대한 확신과 미래에 대한 소망으로 이어지는 것을 서자선 집사는 기쁘게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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