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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 키타이 발톱 >3<알로펜의 아시아(AD 610~1625) 천년여행 [ 216 ] / 사제 왕 요한 _ 21
조효근  |  dsr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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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2호] 승인 2017.08.23  16:5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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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에서 팔이 잘린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전시돼 있는 모습. 중국 란주의 한 박물관.

 

황태자 요한은 ‘카라 진(특수부대)’ 훈련 선두에 섰다. 무리들 속에서 소년 장수의 등장이라고 속삭임이 흘러나왔다. 이는 황태자 요한을 소홀히 하거나 비웃는 뜻은 전혀 들어있지 않은 자들의 수군거림이었다. 황태자 요한은 청백군 훈련 이후 잦은 카라 진 훈련에 참여하면서 그의 가슴속에 도사린 야율 대석의 끼가 잘 드러나고 있었다.

그는 어떤 훈련에서도 자기가 어린 황태자이기에 별도 대접을 받는 것을 싫어했었다. 한 번 야율 가문의 어른이요 황태자의 숙부가 되는 야율 직고 장군이 태자 요한에게 혼쭐났던 일화는 유명하다.

태자 요한은 을지 고 총사령관과 함께 공동사령관으로 야율 아열 황제로부터 명을 받았는데 어리다는 이유로 태자를 상관으로 대하는 데 소홀함을 보여 그는 공동사령관실로 불려가서 크게 당했다는 것이다.

총사령관실 부장이 어찌하다가 말을 흘려서 소문을 탔는데 몽둥이로 엉덩이를 여러 대 맞았으며, 당신이 왕가의 친족으로 감히 황명을 거역하느냐고 크게 꾸짖었다는 것이다. 이 소문이 전해진 뒤로는 황태자 요한의 명령은 카간, 곧 황명이나 다름없을 정도였다.

어느 날 요한은 을지 고와 단둘이 앉았을 때 이런 말을 했다.

“총사령관님, 저는 황위에 오르기 싫습니다. 물론 저 혼자서 결심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겠지요. 그래서 지금 사부님께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 어인 말씀이신가요?”

“네, 저는 사부님이 저를 이끌어 주실 수 있는 때에 우리 카라 키타이의 지경을 넓히고 싶습니다. 사막이 태반인 타림분지(타클라마칸) 변경에 결코 만족할 수 없습니다. 허탄국 저 너머에는 토번이 있지요. 토번은 물론 파미르고원을 비껴서 탕구트(서하)까지 지배영역을 넓히고 싶습니다. 영토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저들에게 예수님의 가르침을 올바르게 전해야 합니다. 물론 호레즘 왕조 또한 바르게 이끌어서 이슬람의 신앙도 바로세우는 일도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왕관은 내게 너무 불편하고 무겁습니다. 사부님, 부디 저를 도와주십시오.”

을지 고는 태자 요한을 한동안 바라보고만 있었다. 도무지 소년의 나이로는 믿기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어쩌면 야율 대석 선황제의 소년기 모습을 이토록 닮았을까 하면서 탄복하고 있었다.

“사부님, 어인 일입니까? 말씀이 없으시고 저를 바라만 보십니까? 어린 것이 철없는 말을 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 아닙니다. 어찌… 감히, 제가 그같이 불손한 생각을 합니까. 태자님은 할아버지의 젊었을 때를 그대로 빼닮았기에 잠시 그 생각을 했지요.”

“아, 그런가요? 제가 할아버지를 많이 닮았나요? 그럼 할아버지는 조상님의 나라를 재 창업하셨으니 저는 사해 저 멀리까지 제국을 확장하고 주 예수 복음나라를 만들어야죠. 네, 그래요. 제가 황위를 사양하겠노라는 뜻은 아시아 전체를 복음으로 이끌어갈 수만 있으면 됩니다. 그 이상의 명예나 욕망이 없어요. 그러니 저를 도와주세요.”

“그래요. 태자님의 그 마음을 알고 제국의 통치를 대신해 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으면 오죽이나 좋을까요.”

태자는 을지 고의 말을 다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부왕께서 건재하시고 동생들도 있잖아요?”

“네, 그렇습니다. 태자님은 오늘 저와 함께 하나님이 주신 날동안 열심히 백성을 가르치고 또 저들을 편히 먹이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그리고, 태자님은 카라 키타이 왕조의 기둥이고 모든 것입니다.”

“글쎄요. 기둥이라는 말은 이해하겠는데 모든 것은 아니어야 합니다.”

“왜 그렇죠?”

“모든 것이면 사부님 자리가 없고 부왕의 자리도 없잖아요.”

“그렇기도 하군요. 그러나 저는 앞날을 보고 말씀드렸어요.”

“좋습니다. 사부님, 그런데 요즘은 제게 테무진 이야기를 하지 않으시니 이제는 제가 궁금해졌어요.”

“황태자님, 이제는 태자님이 테무진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더구나 테무진의 초원은 유목민 세계일뿐이지만 우리가 지키고 있는 또 앞으로 이끌어가야 할 중앙아시아 전토는 일부가 유목지이고 대다수가 정주민으로 구성되었지요. 테무진은 태자님의 상대가 아닐 것입니다.”

“아닙니다. 방심할 수 없어요. 제국은 지도자의 크기에 따라 다른 법이죠. 그리고 저는 사부님의 덕망과 군사지략을 아직 반에 반도 배우지 못했어요. 종아리를 쳐도 좋으니 가르침을 원하옵니다.”

태자의 눈빛이 반짝였다. 을지 고의 두 손을 조심스럽게 마주잡더니 그의 듬직한 가슴에 뛰어든다. 을지 고는 태자 요한을 마음껏 껴안아 주었다.

부장이 급히 사령관실로 뛰어들었다.

“총사령관님. 야율 직고 장군이 총사령관님을 뵙겠다고 합니다.”

“그래, 어서 모셔라!”

야율 직고가 들어왔다. 태자가 을지 고와 함께 있음을 알고는 있었으나 그는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숙부님, 제가 자리를 비킬까요?”

태자가 야율 직고 앞으로 나서면서 말했다.

“아닙니다. 태자 마마, 무, 무슨 말씀이옵니까. 두 분 어른이 계시니 더 좋습니다.”

“그래요. 무슨 좋은 일이라도….”

을지 고가 웃으면서 말했다. 을지 고는 야율 직고가 태자에게 혼쭐이 날만큼 낭패를 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숙질 간에 있었던 그 일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표정관리에 신경을 썼다.

“네, 총사령관님. 금번 허탄 원정을 저에게 맞겨 주셨으면 해서요. 저도 더 늙기 전에 충성하고 싶어서요.”

“야, 거 한 번 멋있는 말씀을 하셨다. 더 늙기 전에 카라 키타이를 위해 공을 세우시겠다고요. 참으로 반가운 말씀입니다. 저는 허락합니다. 사부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태자는 을지 고를 바라본다.

“저도 좋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야율 직고 같은 용맹한 장군이 허탄 정도 가지고 될까요?”

“허탄에서 누란까지 밀어붙이겠습니다.”

“거 좋군요. 그러나 그럴 경우 토번(티베트)이 시비하지 않을까요?”

“바로 그겁니다. 저는 토번을 정벌해 태자 마마에게 특별히 신임을 받고 싶습니다.”

야율 직고의 이 말에 을지 고가 참았던 웃음을 터뜨렸다. 을지 고가 크게 웃자 태자는 물론 야율 직고 장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부님, 왜 웃으십니까?”

태자가 을지 고에게 말을 건네자 을지 고는 옆에 있는 야율 직고의 어깨를 툭 치면서 말했다.

“나도 소문 들었어요. 태자님께 크게 꾸중을 들으셨다지요. 혹시 그 일 때문에….”

“아니 무슨 말씀이신가요. 총사령관님, 그건 지난 일이고, 또 저는 총사령관님이신 태자 마마에게 군율에 따라 벌을 받았고, 또 그때 저는 크게 깨달은 바가 있습니다. 내 몸이 다 부셔지는 날까지 조상 할아버지가 일으키신 요 제국보다 더 강성하고 광대한 카라 키타이 제국을 일으키겠다고 백 번 천 번 다짐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일은 벌써 한참 지난 일입니다. 두 분 총사령관님께서 제국의 앞날에 대한 논의를 하시는 중에 허탄에 군사를 보내실 듯하여 제가 휘하의 군사를 이끌고 정벌전에 자원하는 것입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좋습니다. 나와 태자님은 호레즘 지역 정벌을 위해 준비할 계획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저희 군사들이 너무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요?”

야율 직고는 걱정했다. 사실 카라 키타이는 수도인 발라사군, 제2 수도인 사마르칸트 방어군은 물론 코초(투르판)국, 쿠차국, 카슈가르, 야르칸트까지 각 성벽국가들을 통치하고 있는데 허탄이나 호레즘까지 전략을 세우고 군사력을 분산시키는 것이 가능할지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우리는 각 지역마다 군사를 주둔하고 있지만 점령군이 아닙니다. 우리 제국 군사나 현지인들 모두에게 차별 없는 대우를 하고, 우리와 같은 기독교 신앙이면 더 좋은 정도의 희망을 가지고 있어요. 각 나라는 자치국가 단위의 자유로운 행정력을 가집니다. 이제는 정복자 지배 시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사부님, 저도 야율 직고 장군과 같은 약간의 우려는 있습니다. 우리 국력이 너무 분산되면 낭패를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그건 각오해야 합니다. 그러나 민심으로 민심을 안정시킬 자신이 없으면 그만둬야지요. 우리는 정복자가 아니고 기독교의 나라 또는 나라들을 만들고 싶은 것입니다.”

“총사령관님, 저 야율 직고 생각이 짧았습니다. 기독교 국가, 단일국가가 아니어도 좋다, 우리가 정벌전을 벌이면서 얻고자 하는 것은 세계 곳곳마다 기독교 신앙을 심고 장려하려면 저 자신 더 많은 기도를 하고 비록 전쟁을 한다지만 살생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장수가 되겠습니다.”

“옳습니다. 역시 태자 마마의 숙부다운 말씀입니다.”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게 뭔가요?”

야율 직고가 태자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점령지에서 타종교인들에게도 강압을 행사하면 안 됩니다. 우리는 이 점을 명심해야만 사제 왕의 제국입니다.”

조효근/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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