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은성 교수
총신대학교

인간관계에서 힘든 것은 타인이나 대중이 자신을 오해하는 경우이다. 최근 벌어진 240번 시내버스의 사건 기사를 보면, 한 사람이 제보한 동영상과 글에 누리꾼들은 너나나나 할 것 없이 운전기사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언론매체들도 뉴스거리 하나 찾았다고 여겨 여기저기서 방영했다. 그런데 다음 날 그의 딸이라는 사람이 글을 올리면서 사실증명에 나서게 되었고 버스 회사에서 CCTV를 확인한 결과 방송된 것과는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몇 가지 의문점들이 남아있지만 아무튼 처음 그 글을 올린 자는 운전기사를 만나 직접 사과하겠다고 용서를 구하는 글을 썼다고 한다.

여기서 잠깐, 처음 사건 동영상을 공개한 자가 정직했을까? 순전했을까? 그가 보기엔 순전했다. 아이를 잃은 어느 부인의 안타까움과 어머니를 잃고 울었을 아이를 생각하여 동영상을 올리면서 기사에 대한 원망을 과장하여 쏟아냈다. 과연 정직했을까? 그렇지 않다. 지극히 부분적인 것에 정직하거나 감정적인 것에 충실했겠지만 순전하지 못했다. 그러니 누구든 수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과연 세상에 순전한 것이 있을까? 누군가 정말 사실대로 꾸밈없이 행했는데 주위 사람들이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고 우리는 말한다. 정직하게 말한 것은 사실이지만 순전했을까? 순전이란 정직한 것과 다르다. 처음 동영상과 글을 올린 자는 정직했다. 하지만 순전하지 못했다. 순전함이란 모든 경우를 고려할 때에야 비로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눈으로 본 것만을 썼다면 순전히 못한 것이다. 순전함에는 적이 없지만 정직함에는 여전히 적이 있다. 그래서 우리가 나름대로 옳다고 하여 내뱉은 말이나 일이 어떤 이에게는 상처와 고통으로 남는다. 이것은 인간의 편파성과 부패함을 잘 증명하고 있다고 본다. 

순전한 것은 보편적이다. 보편적이면 누구든 수용할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의 행적이나 견해 또는 착상을 누구든 수용해주기를 바란다. 댓글이 유행하는 것도 자신의 글이나 동영상을 누군가가 인정해준다는 것에서 희열을 느끼기 때문이다. 보편적이길 바라는 심리적 현상이다. 보편적이려면 순전해야 한다. 순전치 못하면서도 보편적이 되려면 순전한 척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보자. 권력이나 재력을 장악하고자 하는 자들을 보면, 모든 것을 자신이 주도하고 시선의 대상이 되고 싶어 한다. 돈이나 권력이면 무엇이든 실행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인간은 자신이 보편적이길 바란다. 인간은 부분적이거나 편파적이지만 역사에서 황제들이 반신반인이고자 했던 것처럼 보편이기를 바란다. 감기에 걸리면 꼼짝 못하는 인간이지만 보편적이고 싶어 하기에 돈이나 명예를 욕망한다. 순전하려고 하지 않는다. 순전은 인간에겐 무척 힘들기 때문이다.

보편은 하나님만이 소유하신 것이다. 그분이 보편이다. 누구든 수용할 수 있는 분이다. 창조자이시기에 그렇다. 예를 들어 누구든 수용할 수 있는 자연이지만 보는 자의 상태나 조건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기에 수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산과 바다는 보편이지만 그곳에서 사랑하는 자를 잃었다면 그런 사람은 산과 바다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증오의 대상일 뿐이다. 보편은 순전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자가 편파적이기에 수용하지 않으려 한다. 이것은 부패성을 지닌 자가 보편인 하나님을 수용하지 않는 경우와 같다. 

다행인 것은 인간이 보편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보편의 한 부분이기에 그 작은 것을 통해 보편을 향할 수 있다. 부족하지만 인간은 보편적이다. 문제는 그렇지 않을 때도 보편이라고 여기는 것이고, 그렇다고 착각한다는 사실이다. 

세상이 우리를 통해 하나님을 깨닫게 해야 한다. 신자의 선행을 통해, 착한 행실을 통해 세상이 그분을 알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의 보편적인 것은 부분적이다. 그 부분적인 보편이 순전하면 보편적이 된다. 우리의 삶이 진실하고 의로우면 그분을 보게 된다. 보편적이려면 순전해야 한다. 순전한 것은 보편적이다. 순전하게 말씀을 선포한다면 누구든 수용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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