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한 번도 책을 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이따금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전에 잡지사나 출판사에 문의를 해야 하느냐고 물어올 때가 있다. 나는 문의 글을 보내기 전에 뭔가 쓰고 싶은 게 먼저 있어야 한다고 대답한다. 그러면 그들은 초조한 눈빛을 던지고는 가버린다. 그들은 대체 어떤 세상에 사는 걸까? 편집자는 회사원이다. 후원자나 글쓰기 선생님이 아니라 직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보낸 편지 한 장만 받았을 뿐 다른 근거가 하나도 없는데 굳이 도박을 할 이유가 있을까? 당신이라면 자신의 시간을 써야 하는 일에 그렇게 하겠는가?”

1988년 <원자폭탄 만들기>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리처드 로즈의 말이다. 편집자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 로즈의 말처럼 편집자는 ‘회사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최초의 독자이자 작가의 동반자라고 하는 말은 수사에 불과하다. 편집자는 원고의 퀄리티와 책의 판매, 저자 파워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회사원’이다. 그래서 미국의 언론인 헨리 루이 멩켄은 “낯선 편집자들은 당신의 인격이 아닌 작품에만 관심이 있다는 걸 늘 기억하세요”라고 말했다. 

미국의 논픽션 작가이자 편집자인 존 위너커의 <그럼에도 작가로 살겠다면>에는 ‘편집&편집자’ 장(章)이 있다. 여기에서 저자는 수많은 작가가 편집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그 비밀을 낱낱이 밝히고 있다.

“편집자가 작업할 때 사용하는 도구는 자기 자신이다. 작가가 편집자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독자의 마음 역시 움직이지 못한다.”(윌리엄 슬론)

“편집자들의 뜻을 따르라. 그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잘 알고 있다.”(틴 크리스프)

“편집자를 기생충이나 문학 사기꾼쯤으로 생각하더라도 작가는 그들에게 늘 극도로 공손해야 한다.”(폴 퍼셀)

편집자를 ‘갑’쯤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편집자의 입장만을 옹호하지는 않는다.

“좋은 편집자는 협력자다. 그들을 검열관 취급하지 마라. 그렇다고 전적으로 믿으라는 말은 아니다.”(켄 올레타) 

과연 편집자는 작가에게 이런 대접을 받고 있을까? 아니 작가는 편집자를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분명한 것은 작가의 원고에 다음과 같은 비판적 지지를 하는 사람은 오직 편집자뿐이다. ‘원고 구성을 이렇게 하면 좋겠습니다, 문장이 읽기 힘드니 좀 더 쉬운 문장으로 써주세요, 이 장(章)은 삭제하고 주제를 드러내는 새로운 장(章)을 집필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소제목을 좀 더 섹시하게 달아주세요, 독자들에게 흥미를 줄 수 있는 에피소드를 넣었으면 좋겠어요.’

박상문 / 인물과 사상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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