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수강
필운그리스도의교회 담임목사

우리나라에서는 정권이 바뀐지 석 달이 넘어가자 광범위한 부분에서 적폐 청산이라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거기에 검찰과 사법부에 대한 대법원 판결 사항도 적폐라는 정치적인 해석을 추가해 사법권의 독립을 위협하는 분위기다. 정권은 무한하지만 국민은 영원하다. 정권이 행한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 국민이 원하지 않거나 식상하면 상대를 바꿀 수 있는 것이 국민의 주권임을 모든 정치권은 심사숙고 했으면 한다.

과거 로마의 역사를 보면 전쟁에서 이겼을 때 포로 처리 문제에 대해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적국의 모든 포로와 점령한 나라에 대해 동화 정책으로 적군을 아군에 편입시키고 그 나라는 속주나 동맹으로 보존하게 했다. 다음은 정권을 지키기 위해 가족 중 적대 세력이 될 만한 형제자매들을 무조건 살해해 미래에 닥칠 후한을 사전에 차단시키고,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적국과의 전쟁에 이겼을 경우 포로는 무차별 살해하고 적국의 수도나 도시들에는 약탈과 방화와 정적들의 살생부를 만든 술라라는 독재자가 있었다. 적폐를 끊고 용납한 쪽은 팍스 로마나를 이루었고, 적폐를 청산한 권력자들과 정권이 단명한 사례를 볼 수 있었다(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 중에서-한길사).

현 정부는 다방면에서 적폐 청산을 실행 중이다. 먼저 정치적인 적폐 세력인 전 정권에 관여한 자들과 정치 세력에 대한 적폐 청산, 재벌, 검찰과 사법부, 전 정부에 대한 적폐 청산 등이 공공연하게 진행되는 중이다. 

적폐 청산을 어느 시점에 보면 국민을 대리한 정권이나 정치세력들이 정권을 잡고 있을 시기에 권력을 사용하거나 정권 유지를 위해 부정부패에 관여해 권력을 남용한 사례들에 대해서는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하겠지만, 어느 면으로 보면 정치세력 모두는 역사의 부침 속에서 함께 경제 번영의 혜택을 누려온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이 국민 평균 수준보다 더 높은 급료와 정치 자금으로 부를 쌓아 축적한 부동산과 동산의 규모는 보통 사람들의 의식과 상상을 초월한다.  

현 정권을 장악한 정치 세력들이 전 정권의 권력 남용에 대한 적폐를 청산하면 현 시점에는 그러려니 하겠지만, 현 정권의 세력도 얼마 후면 정권이 교체 될 때에 당시 적폐 청산에 대한 적폐를 또 청산해야 하는 경우를 맞게 될 수 있다. 정권 장악은 생물과 같아서 어느 한쪽에 영원히 기생할 수는 없다. 국민들의 눈과 귀가 어느 정치권을 막론하고 일거수일투족을 살피고 있음을 정치권은 긴장해야 한다. 적폐란 지난 일에 대한 이미 완결된 사항을 신세력들의 이념과 사상의 기준을 다시 적용할 때에 오는 괴리감에 대한 정치적 판단이다. 

보수 세력이 정권을 장악할 때에 사회주의나 진보주의 정치권에 대한 시선과 진보세력들의 정권 장악 시 보수주의 정치권의 생각과 시선에 대해 재론하게 되면 적폐 청산 단계에 이른다. 또한 보수 세력의 친 시장 주도 시장 경제냐 아니면 진보세력의 정부 주도 시장 경제냐 라는 차이점도 나타난다. 이 두 이념과 사상적 대립에서 발생하는 틈이 있게 마련이다. 이 틈을 적폐 청산이라는 도구로 메우려 한다. 국민들은 서로 지지하는 세력으로 갈라진 모습이 촛불 세력(?)과 태극기 세력(?)으로 나타나기도 했는데 사상과 이념의 무서운 부분이다.

한국교회가 이 두 진영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떤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한국교회도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있다는 현실을 간과할 수 없다. 먼저 기독교 깊숙이 뿌리내린 종교적인 이념과 사상이 세속 정치적인 이념과 사상으로 변질 되지 않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세상 정치의 두 이념 진영이 최대한 자신들의 정치 성향에 충실하고 반대 성향의 정치 이념에 대해 인정하고 함께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배를 움직이게 한다는 사실을 직시했으면 한다.

사회가 정치적인 이념과 사상으로 서로 벽을 두고 어지러울 때에 교회의 중용이 필요한데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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