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펜의 아시아(AD 610~1625) 천년여행 [221] / 사제 왕 요한 26

▲ 중국 투르판의 사막. 한국 여행자들과 함께 간 시간 속에서 필자는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살폈다.

 

태자 요한은 유드게스 장군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그의 생각 깊은 곳에는 테무진과 그 자신이 어떤 숙명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랄까, 또 그게 무어냐고 묻는다면 막연하기도 한 느낌이 머릿속에 맴맴 돌았다. 테무진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었다.

“유드게스 장군!”

“네, 태자 마마, 아닙니다. 네 대장님 말씀하소서. 소장이 받아 모시겠습니다.”

“저…, 내 아무래도 테무진에 대한 예감이 있소. 그와 내가 정면으로 부딪히는 운명적 날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제 수하 한 명을 몽골 초원으로 즉시 보내서 테무진의 근황을 조사해 오도록 하겠습니다. 아주 신속하게 처리하겠습니다.”

“좋소. 그럼 부탁하오.”

요한 태자는 계획대로 그의 경호 병력을 이끌고 야산 비탈 능선으로 갔다. 유드게스 장군은 을지 고 총사령관이 준비시킨 병력 3백 명을 세 군데로 분산시켜 요한 태자를 겨누려는 어떤 세력도 방어할 준비를 해 두었다. 태자는 날쌘 장수 4명과 똑같은 백마를 탔다. 모든 병장비나 복색도 그들 4명과 같았다. 유드게스는 태자의 용의주도한 성격을 확인했다. 부대는 메르브 성벽 외곽에서 20킬로미터 지점에서 달려온 병사들로부터 긴급 파발을 받았다.

경호병력이 두 진으로 나누어 검술로 겨누며 몸 풀기를 시작한 30분쯤 지나서였다. 유드게스 앞으로 달려온 파발 병사가 긴급 통지문을 구두로 전해왔다.

“장군, 사라센 군이 냄새를 맡은 것 같다고 합니다. 사실 저들 아랍 세력은 호레즘 무대로 수백 년 전부터 활동해 왔다고 합니다.”

“그건 나도 잘 안다.”

“그런데 저들이 카라 키타이 주력 세력이 자기들의 영역을 넘본다는 생각을 하는 듯합니다. 또 태자 마마의 신분 확인을 했지 않은가 싶을 만큼 저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알았어. 제2진, 제3진을 단계별로 전진 배치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유드게스는 자기가 지휘하는 부대에게 군령을 내렸다. 그라고 태자에게 보고했다.

유드게스가 휘하 3백여 군사를 대동하고 와서 가까운 주변에 배치한 사실을 보고하자 사부님의 지시였느냐고 묻는다. 유드게스가 자신의 선택이었다고 말하자 태자 요한은 자신의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고개를 몇 번 주억거렸다.

“대장님, 저들 사라센들은 대장님 가까이 오지 못합니다. 저희 카라 키타이 정예군 제2진과 3진도 비상 대기시켰습니다. 우리 경호병 중심의 훈련을 계속하셔도 됩니다.”

“좋아요. 장군!”

태자는 경호 카라진 대원들을 둘로 나눴다. 백병전과 다름없는 모의 전투를 시켰다. 태자 자신도 양군의 전투대형 중 힘이 밀리는 쪽을 자원했다. 유드게스는 자신의 수행병들을 숲속에 배치해 적대세력들이 접근하는가를 살피도록 했다.

태자는 병사들이 자기와 겨루기를 꺼리는 것을 알고서 유드게스가 선 위치로 물러섰다. 전투 훈련은 싱거웠다. 싱거운 것이 아니라 실제 적과의 전투가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상황변화 때문인 듯했다.

“대장님, 호라산 일대에는 잘 아시다시피 우리 카라 키타이와 적대감이 없는 무슬림 세력이 있고, 그들 중에는 호전적인 자들도 있습니다. 무슬림들은 아시는 대로 5백여 년 전 당나라 고선지 장군이 이끄는 안서도호부 군사를 물리친 후 중앙아시아 중심부에 터전을 잡았다고는 하나 실제로 1백여 년 전 카라한 왕조가 전성기를 이루었다가 우리 카라 키타이 세력에게 밀려났습니다.”

“알고 있어요. 그러나 더 솔직하게 말하면 우리들에게 쫓겨난 것이 아니라 그들 카라한 왕조의 수명이 다해서 떠나간 것이지요. 우리 카라 키타이도 영원할 수 없어요. 지상에 영원한 왕조가 있을 수 있는가.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모든 지상의 제국이나 작은 왕조들이라 해도 그들 모두는 하나의 제국인 하나님의 나라에 소속한 것이랍니다. 아십니까?”

“아, 네! 네….”

유드게스는 태자 요한의 범상치 않은 말에 바싹 긴장했다. 애늙은이가 있다더니 새파란 소년기인 태자의 생각의 크기가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근대 학자들이 카라한조라고 호칭하는 이들은 타클라마칸 지대의 코초, 투르판, 카슈가르 지역 등 서쪽 오르콘 위구르족 지역의 투르크계 부족들이 고선지 장군의 당나라군과 탈라스 전투에서 승리(AD 755년)한 후 이슬람으로 개종하면서 중앙아시아 트랜스 옥시나 일대의 이슬람 세력들이 결집해 카라한조의 문명기를 이루었다. 그러나 타클라마칸 지역은 페르시아 출신 알로펜 주교가 이끄는 네스토리안 기독교가 6백년대 초부터 기독교화를 이루고 있었고, 그들 알로펜 선교단은 당나라 정관 9년(AD 635년) 당태종의 직접 초청받아서 당나라에서 2백여 년, 거란(요 제국, 키타이) 제국을 거치면서 몽골 지역과 지금의 카라 키타이(서요)를 건국한 야율대석과 현 황제인 야율 이열, 그리고 황태자인 야율 요한이 카라한조의 뒤를 이어 호레즘(호라산) 지대의 지도자의 꿈을 꾸고 있다. 앞으로 몽골 초원을 통일하고 서방 원정에 나서는 AD 1211년경에 호레즘 지배자로 등장할 징기스칸의 길을 닦고 있는 줄을 요한 태자는 모르고 있을 것이다.

요한 태자는 그의 조부가 십자군 전쟁을 주도한 로마 황제와 로마 가톨릭 교황 세력으로부터 동방의 사제 왕 요한으로 불렸고, 사제 왕 요한의 10만 병력이 십자군의 대적인 이슬람 후방을 공격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현재 요한 태자의 경호부대인 카라진 병사들 중에도 십자군 군사들 5명이 함께 훈련하면서 동방의 사제 왕을 찾고 있는 중이다.

카라진 용사들과 모의훈련을 마쳤다. 유드게스 장군은 요한 태자에게 보고했다.

“대장님, 적들이 우리군의 신속한 대응에 꼬리를 내린 것 같습니다.”

“어째서요? 혹시 우리군의 정보가 부족한 것은 아닐까요?”

“아닙니다. 이슬람 세력들은 앞서 말씀 올렸듯이 저희 카라 키타이군의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의 빈틈을 찾고 있다고 보시면 될 듯합니다.”

다음날 정오 무렵, 사마르칸트에서 황제의 긴급 전령이 당도했다.

“또 무엇인가?”

“황궁의 근위병입니다. 급보를 가지고 왔습니다.”

유드게스가 허둥대며 말했다.

“부르시오!”

근위병이 태자 요한 앞에 와서 엎드렸다.

“아뢰어라!”

유드게스 장군의 말이다.

“태자 마마, 즉시 환궁하셔야 합니다. 황제께서 위중하십니다.”

“뭐라! 뭐라고….”

무슨 소리냐면서 근위병을 보지 않고 유드게스 장군을 바라보는 태자의 눈이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마마, 일단 환궁차비를 하겠습니다. 황제 폐하가 위중하다십니다.”

태자는 안타까웠다. 어찌 된 일인지 궁금했으나 일단 황궁으로 달려가야 했다.‌

조효근/소설가,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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