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애
화가. 예예동산 섬김이

오십 명쯤이 함께 예배드리는 작은 교회가 내 교회이다. 이삼천 명씩 모이는 교회도 많다고 하는데 비교해본다면 정말 조그만 교회이다. 그런데 나는 내 교회가 전혀 작게 느껴지지 않는다. 요즘처럼 새벽공기가 쌀쌀한 때에도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에 기도회를 하러 예배당에 들어서면 마치 따뜻한 안방처럼 가슴이 훈훈해지고 기쁨이 폴폴 솟아오른다. 예배당 의자에 앉아서 기도를 드리노라면, 예수님이 옆에 함께 앉아 계신 듯 느껴져서 슬쩍 옆으로 손을 내밀어보기도 한다.

춘천에서 8년 반 전에, 미국에서 나그네로 오신 목사님 내외를 만나 함께 예배드리기 시작하면서 개척된 교회다. 파킨슨씨병이 십년쯤 진행된 남편과 서울의 교회로 예배드리러 가는 일이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 병든 몸으로 힘들지만, 한 5년을 춘천에서 서울까지 한 주도 거르지 않고 교회에 출석했다. 그러나 기차를 타러가는 일도 점점 더 힘들어졌다. 그러던 차에, 예예동산에 쉬러 오신 목사님 내외를 만나게 되었다. 그분들도 교회가 절실한 분들이었다. 

교회가 만들어지면서 8년 넘게, 목사님 부부는 우리 예예동산에서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 처음에는 미국에서 온 방문객일 뿐이었던 목사님 부부가 내 교회의 담임목사님이 되셨을 뿐 아니라, 예예동산을 책임지는 공동 섬김이로 자리매김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이상이다. 우리는 한 가족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참 감사한 것은 한 집에서 한솥밥을 먹으면서도 단 한 번도 감정이 상하거나 미움에 빠진 적이 없다는 점이다. 이렇게 공적인 글에 당당하게 쓸 수 있을 정도로 우리는 멋있게 잘 지내왔다. 그리고 교회도 한 발 한 발 무리수 없이 잘 자리 잡고 아름답게 여물어왔다. 내가 ‘성장’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 것은, 한국교회를 망하게 한 ‘성장’이라는 속임수 귀신의 정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예배를 드리기 시작하자, 오직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교회를 잃어버리고 상처받은 이웃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은 잃었던 예배를 회복한 기쁨으로 사랑의 공동체 일원이 되었다. 예배를 드리지 못했던 아픔을 알기에, 교회에서 상처받고 아파했던 기억이 있기에 우리는 우리 교회를 찾아오시는 분들을 최선 다해 따뜻하게 맞이하려 애쓰고 있다.

오시는 분들은 처음에 받았던 따뜻한 첫인상에 대해 이야기해 주신다. 우리 교회가 일백 명이 넘는 큰 교회였다면, 이런 따뜻한 느낌을 받지 못했으리라 생각된다. 작은 교회이므로 각 집의 작은 문제들도 서로 잘 알고 중보기도 할 수 있다. 또 제각각 다른 점들도 그대로 인정하고 바라보기가 수월하다. 한 오십 명 정도(어린이 포함)니 서로 파당 지을 숫자도 안 된다. 이런 경우 교회가 교회적 사명을 잘 감당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교회는 교인 모두가 다 ‘사역자’라는 투철한 의식을 갖고 있다. 또한 식당을 운영하거나, 손주를 돌보거나, 예예동산에서 밥을 짓거나, 학교 선생이거나,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이거나 우리는 그 일터가 삶의 예배 터요 하는 일이 하나님께서 주신 거룩한 사역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아름답게 최선을 다한다. 하나님께 영광 올려 드리려고….

교회를 개척하면서, 정말 우연히 CBSI(Community Bible Study International) 자기 주도적 심층 성경공부를 소개 받게 되었다. 서울대학 사회학과 교수로 평생을 지냈지만, 파킨슨씨병으로 사회활동을 할 수 없는 내 남편 권태환 박사가 지난 8년 동안 CBSI 교재를 번역하고 이제 완역했다. 한국의 어느 교회가 이 성경교재로 공부하려고 하면, 20년 이상을 진행할 수 있는 분량이다.

우리 교회가 이렇게 아름다운 교회로 영글어간 이유는, 교인들이 성경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CBSI로 성경공부하면서 성경에서 하나님이신 예수님을 만나고, 예배자로 주 앞에 서있는 성도들이 정말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진정 그들은 그리스도의 향기요, 편지이며 삶의 터를 조용히 지키며 성실하게 일하는 빛과 소금이다. 말씀이 그들을 채우고 있으니까….

<복음인in 들소리>는 하나님의 교회다움을 위해 진력하는 여러분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동반자로서 여러분과 동역하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샬롬!

후원계좌 : 국민은행 010-9656-3375 (예금주 복음인)

저작권자 © 복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