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심리상담협회 사무국장 이수정 교수가 말하는 “상담이 필요한 이유”

상담은 “나부터 편안한 삶”으로 안내하는 것,
편안한 나와 너가 만나 건강한 가정·사회·국가 이뤄가도록

인간이라면 마땅히 경험해야 할 ‘희로애락’,
교회부터 아닌 척, 모른 척 말고 인정하는 풍토 돼야

 

▲ 이수정 교수

“인생에 대해 어느 누가 정답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다 지나고 보니 내가 견뎌낸 것만으로도 대견할 따름이죠. 함께 여행하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11월 16일 서울 관악구 사당역 인근, 사단법인 한국기독교심리상담협회(회장 정서영, 이하 협회) 산하 ‘극단 웰’의 4회 정기공연 ‘비오는 봄날’ 리허설 현장, 본 무대를 앞두고 점심식사도 잊은 채 마지막 점검이 한창이다. 단원들은 20대 초반부터 60대 후반까지 대부분 협회에서 상담을 공부 중이거나 공부를 마치고 강사와 상담사로 활동 중인 이들, 모두 아마추어라 무대도 연기도 어설프지만 대사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 애쓰고 연기에 취해 눈물이 주르륵, 열정만큼은 프로 못지않다.

노년에 아름다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연극의 마지막부분 대사에 코끝이 찡하다. 가족들에게,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에게 삶의 마지막 인사로 “함께 여행하는 내내 즐거웠다”는 말을 남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넉넉한 마음으로 삶을 꾸려갈 수 있다면….

협회 사무국장이자 협회와 예장 합동개혁 총회신학에서 상담을 가르치는 이수정 교수는 “상담의 목적은 내가 편안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편안한 나와 편안한 너가 만나 편안한 가정을 이루고,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사회도 국가도 편안하고 건강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 교수는 그런 의미에서 “상담가들은 나랏일 하는 사람들”이라며 자부심을 보였다. 또 교회에서도 상담은 분노, 이기심 등 하나님과의 만남을 가로막는 내 안의 담을 허물고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도록 돕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 상담, 내가 편안해지는 것

“우선 내가 편안해져야 남도 넉넉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어요.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일, 내 마음이 행복한 일, 이것은 곧 가족, 사회, 나라가 행복해지는 일입니다.”

협회는 기독교 세계관을 바탕으로 사회적 고정관념, 패러다임을 벗어나 개개인을 이해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적인 상담사 양성을 위해 2014년에 설립됐다. ‘극단 웰’은 협회의 ‘웰다잉(well dying)’ 과정을 마친 이들이 뭉친 것이다. 죽음 준비를 말하는 ‘웰 다잉’은 사실 ‘잘 살기(well being)’에 무게가 실려 있는 만큼 연극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넓어지고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넉넉함으로 대할 수 있도록 인식을 개선해가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1년에 두 차례, 상·하반기에 나눠 연극을 올리다보니 막을 내림과 동시에 다음 연극을 위해 준비에 돌입한다. 단원들 중에는 내담자였다가 “내가 편안해지니 모든 것이 편안해지는 것”을 경험하고 상담가의 길에 들어선 이들이 많다. 대사를 외우는 것도, 남들 앞에서 연기하는 것도 모두 힘들고 어렵지만 더 많은 이들과 상담을 통해 넓어진 삶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열심을 낸다.

“다양한 개인·사회 문제 만큼 심리적 요인들도 다양성이 있음을 수용하고, 그들의 심리적 요인들을 분석하고 도움을 주기 위해 보다 전문적인 손길이 필요합니다.”

묻지 마 폭행, 학교폭력, 우울증, 자살, 스마트폰·약물·쇼핑 등 여러 중독…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병리현상들이 매스컴을 채우고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하지만 대안 찾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는 4차 산업시대의 개막은 인간의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이런 병리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이 교수는 “많은 문제의 원인은 분노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개인의 분노를 해소하지 못하고 폭발하면서 병리현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자신의 분노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그것을 다스리는 훈련이 부족한 게 문제라는 얘기. 자기 안의 분노가 일어나는 원인을 볼 수 있도록 하고 그것을 건강하게 풀어내도록 안내하는 것이 상담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상담 받는 것을 꺼리는 안타까운 현실을 토로하면서 “감기에 걸리면 내과 가서 약을 처방받아 큰 병에 걸리지 않도록 대비하듯이 마음이 아프면 상담을 통해 회복에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상담은 마음의 병과 분노로 아파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알아가는 것임을 말하면서 이 교수도 “부부 사이에 싸우지 않고 웃으면서 이기는 법”을 터득하게 됐다며 웃었다.

협회는 미술심리상담사, 심리상담사, 웰 다잉 지도자과정, 가족상담사, 노인심리상담사, 감정조절 심리상담사, 진로개발 상담사 과정을 교육하고 있다.

 

▲ 한국기독교심리상담협회 산하 ‘극단 웰’ 단원들.


# ‘척’ 말고 내 모습 그대로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교수는 “인생여정에서 인간으로서 마땅히 경험해야 할 희로애락을 피하지 말고 인정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그런 면에서 기뻐도, 화가 나도 ‘아닌 척’ 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뿌리 깊은 ‘체면문화’는 자연스러운 삶을 방해한다고 했다. 자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 드러내기보다는 그럴듯하게 포장하려니 집도, 차도 큰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교회도 예외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교회에서는 ‘거룩한 삶’과 ‘체면문화’가 만나 자칫 가식적인 분위기가 깊어지는 것을 지적했다.

신앙이 깊이 뿌리박히기 전에, 삶의 변화를 경험하기도 전에 ‘척’하는 것부터 학습되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거룩한 척’, ‘믿음 좋은 척’, ‘확신 있는 척’ 하다 보니 문제를 만나면 쉽게 흔들리고 교회에서 상처 받고 떠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교회 안에 ‘인간 이해’가 부족한 탓이라고 보았다. 이 교수는 목회자들부터 ‘인간다움’을 회복하고 편안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목회자나 사역자들에게 ‘외로우시죠?’ 하면 다짜고짜 화를 내세요. 화가 난다는 건 사실 그렇다는 걸 강하게 인정하는 거예요. 왜 사역자는 외로우면 안 되죠? 감정도 하나님이 주신 것인데요, 솔직하게 인정하면 편해지는데 말예요.”

사역자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면 신앙적인 부족함을 보이는 것으로 인식될까봐 자신의 감정을 감추는 데 익숙하다는 것이다. 그런 모습은 성도들에게도 전이되고 교회 안에 ‘척’하는 문화가 고착된다고 했다. 이 교수는 교회 안에서부터 ‘척’하는 풍토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몰라도, 아파도, 부족해도 그 모습 그대로 진실하게 내어놓을 수 있고 서로 인정하고 이끌어줄 수 있는 분위기, 그런 “사람냄새 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프로이트는 합리화는 엄밀히 말하면 자기기만이라고 했어요. 세상에서 가장 부끄러운 일은 나 자신을 숨기는 일이예요. 교회라면 하나님이 지으신 내 모습 그대로 진실하게 내어놓고 다듬어져 가는 곳이어야 합니다.”

상담사는 세상이 들이대는 잣대에 익숙해진 내 모습이 아닌 내 안의 진짜 나와 마주할 수 있도록, 그래서 편안하게 살아가도록 안내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협회는 기독교 세계관에 의해 상담하고 교육하지만 그 대상은 종교를 따지지 않는다. 하나님의 구원과 개개인에게 심겨진 하나님의 형상을 일깨우는 일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상담사들은 정신적인 문제나 심리적으로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의 손을 잡고 같이 걸어가는 사람들”이라면서 ‘한 영혼’을 위한 일, 그 신나는 여정에 더 많은 이들이 함께할 수 있기를 기대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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