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은성 교수
총신대 역사신학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욕정은 지욕이다. 성욕이라고 동물성을 주장한 정신심리학자가 있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인간은 동물과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성욕의 노예가 아니다. 순간적으로 이성을 상실하여 범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인간에게 끊임없이 주어지는 욕정은 지적 호기심이다.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하와도 이 지욕에 빠진 것이다. 지구의 반대편에 대한 모험가들의 지욕, 죽음의 맛을 보기 위한 호기심, 기네스북에 도전하여 성취욕을 보려는 무모함 등등 우리는 주위에서 숫하게 지욕에 종속된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 세상에서 인간이 가져야 하는 가장 고상한 지식에 대해 칼빈 선생은 두 가지를 이야기 한다. 하나는 하나님에 대한 지식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자신, 즉 인간에 대한 지식이다. 이 두 지식은 정말 짧은 인생을 통해 완전하게 가질 수 없다. 우리 자신에 대해 출생도 몰랐지만 죽음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언제 세상을 떠날 것인지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 전혀 예감하지도 예상하지도 못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주인이 아닌 것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주인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는 아니다. 주인인 것처럼 행세하지만 자신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지식 역시 가질 수 없다. 결국 우리 자신에 대한 지식의 시작은 하나님에 대한 지식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인간 스스로는 자신을 결코 알지 못한다. 무수한 철학자들이 세상을 지나쳐 죽어갔지만 무슨 대답을 준 것이 없다. 그것도 그럴 것이 모두들 각자 다른 주장을 펼치기 때문에 헷갈리는 경우가 많을 뿐이다. 인간에 대한 지식은 하나님에 대한 지식에서 출발한다. 그분은 창조자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에 대한 지식은 다시금 이중적 지식이 있음을 알아야 하는 것을 전제한다. 스님이라도 “오~ 하나님!”이라 말한다고 해서 하나님을 믿는 것이 아니다. 아름다운 자연이나 설경의 자연을 통해 놀라움을 느껴 창조자를 인정한다고 해서 하나님에 대한 온전한 지식을 가진 것이 아니다. 그 이유는 하나님에 대한 지식은 이중지식이기 때문이다. 한 면은 창조자 하나님이고, 다른 한 면은 구속자 하나님이다. 그렇다고 반쪽씩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다. 원이 아니라 공과 같아서 전체가 창조자 하나님이며 전체가 구속자 하나님이라는 것이다. 


이 이중지식을 달리 표현하면, 아버지와 예수 그리스도이다. 창조자 하나님에 대해서는 우리가 늘 느낄 수 있다. 흔히들 교회당을 찾는 자들의 거의 대부분은 창조자 하나님에 대한 지식에 감동 받아서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구속자 하나님에 대한 지식은 단순하게 이루지지 않는다. 인간으로 오신 하나님에 대한 지식에서 출발한다.


인간으로 오신 하나님은 상상할 수 없는 겸손이다. 그 겸손을 우리가 실천할 때야 비로소 그분에 대한 지식을 소유할 수 있다. 이것은 배움이고 훈련에서 비롯된다. 창조자 하나님은 자연에 나타난 것이고 실제로 우리의 배고픔을 채우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는 것이지만 구속자 하나님에 대한 지식은 겸손의 훈련을 통해 얻게 되기 때문에 창조자 하나님에 대한 지식의 습득과 다른 모습이다. 화려하지 않고 누추하고, 번영적이지 않고 가난하다. 넓지도 않고 좁고, 많지도 않고 적다. 크지도 않고 작다. 누가 이런 비천함에 이르려고 할까? 자신을 부인하고 그리스도를 따를까? 구속자 하나님!


창조자 하나님을 만나고 신뢰하는 것은 부성애를 체험하는 것이거나 질병에서 낫거나 가정이 평안해지는 것이기에 따르기 쉽다. 아니 좋다! 심지어 그 신앙으로 국가 회복을 꿈꿨던 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아직도 그런 하나님을 기대하기 때문에 메시아 기대감에 매여 있다. 하지만 구속자 하나님은 다르다. 고난과 핍박이다. 누가 그런 하나님을 따르려고 할까? 이스라엘 백성은 여기서 실패하고 만다. 하나님은 메시아를 통해 국가를 회복하도록 할 것이라는 망상에 젖혀 있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결국 그분을 죽이고 만다. 창조자 하나님에게만 머문다면 그리스도를, 즉 하나님을 부인하는 자리에 이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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